변호인단 일괄사퇴로 재판 지연과 이후 출석 거부, 탈당 권유 거부 등으로 일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변인사 등에 대한 정방위적인 검차수사가 벌어지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지금 마치 나를 국정을 잘못 운영한 것처럼 비판하고 지인들에게 돈을 갈취하고, 부정부패를 한 것처럼 비춰지고, 가족, 동료, 지인들까지 감옥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게하고 있어 외롭고 답답하다. 아들딸과 지지자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던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죽음으로 전방위적인 공격을 중단시키려 한 것 같다”
당시 참여정부의 고위인사는 검찰의 수사가 노 대통령 주변으로 얼마나 촘촘하게 확산됐는지에 대해 “나와 가까웠던 기업하던 분들, 계좌 다 뒤져보고, 나뿐만 아니라 다 그랬죠 뭐. 10만원까지 다 뒤졌으니까요. 대검 중수부에서 각 지청에 하도급 맡기듯이 분담시켜서 했다고 들었어요. 검찰 내부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누구는 제대로 못 털어서 승진에서 누락됐다고도 하고”라며 당시 검찰수사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인사도 “저부터 시작해서, 저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계좌가 추적이 되고, 까지고... 정치적으로 저기(노무현 진영)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을 쭉 진행해 온 겁니다.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해 왔던 거죠. 그들이 이야기하는 진보 좌파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고 했던 것이죠”라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다.
당시 검찰수사의 칼끝은 청와대 참모들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기업인들 세무조사가 시작 된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이 타깃이었는데, 박 회장과 노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 씨가 구속되고, 이어 조카사위인 연철호 씨,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씨 까지 줄줄이 소환됐다. 혐의는 박 회장에게 모두 640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당시 검찰은 노 대통령 가족들 수사는 물론 친구인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특수활동비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했다. 급기야 노 전 대통령까지 직접 소환됐다. 봉화마을에서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까지 노 대통령 일행이 승차한 버스를 언론은 헬기를 동원해 생중계했다.
급기야는 ‘논두렁 시계’가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한 방송은 다음과 같은 멘트로 의혹을 제기했다.
앵커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갑 선물로 받은 1억원 짜리 명품 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권 여사가 자기 몰래 시계를 받아 보관하다가 지난해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 ‘논두렁 시계’ 보도는 오보였다. 오보에 국정원의 공작이 개입했다고 이인규 중수부장은 발언하기도 했다. 이런 언론의 행태, 특히 진보 언론의 행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 서운함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아팠던 것은 진보라는 언론들이었다. 칼럼이나 사설이 어찌 그리 사람의 살점을 후벼 파는 것 같은지, 무서울 정도였다”고 당시 언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렇게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오보를 불사하는 언론의 무차별적인 의혹제기와 비판 등에 내몰리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결국 스스로의 목숨으로 항변하면서, 모든 상황을 일거에 정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선택에 대해 친노 정치인들은 “노 대통령이 전방위적인 공격을 허용하다가는 자기 한명 때문에 진보 진영 전체가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게 될 거라는 부담을 느꼈었던 거 같다. 그러다 결국 죽음으로 이 모든 걸 중단시키려 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자기 가족과 측근, 주변사람들 심지어 진보진영 전체로까지 압박이 가해지자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지고 관련 인물들 모두를 살려내는 선택을 한 것이다.

◆ 박근혜, 직권남용과 강요·공무상 비밀누설·뇌물 수수 등 13개 혐의 부인
한편 탄핵 후 구속수사를 받고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이와는 정반대다.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기는커녕 측근들이나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떠밀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계속 혐의가 보강되고 추가되고 있지만, 구속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13가지였다.
1. 대기업들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774억원을 출연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 – 특수본은 이런 행위가 직권남용, 강요에 해당한다고 판단
2. 삼성 계열사가 두 재단에 낸 204억 원, 삼성전자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 2,800만원 및 최순실의 독일법인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와 맺은 컨설팅 계약금액 213억원 (지급 금액 77억 9천735만원) 등 합계 433억2천800만원(실제 수수액 298억2천535만원)이 뇌물 또는 제3자 뇌물이라고 규정
3. 특검은 정부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일명 ‘블랙리스트’)을 작성·실행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
4. 블랙리스트 정책 실행에 소극적으로 임한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이 사직하도록 압박한 혐의 적용
5. 최순실 딸 정유라 씨가 승마대회 준우승에 그친 것을 계기로 실시된 체육계 감사에서 청와대 측 의중과 다른 보고서를 낸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을 사임하게 한 혐의
6. 최 씨 측근인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이 승진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특검이 밝힘
7.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에게 현대차가 최순실 지인의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약 11억 원의 납품계약을 하고 최 씨가 세운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와 약 71억 원 상당의 광고 계약을 하게 한 혐의
8. 롯데 계열사가 K스포츠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하라고 요구한 혐의
9. 포스코 그룹이 펜싱팀을 만들어 최 씨가 세운 더블루케이가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도록 압박한 혐의
10. KT가 최 씨 지인을 홍보담당자로 채용하고 플레이그라운드와 68억 여원 상당의 광고 계약을 하게 한 혐의
11.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고 더블루케이와 선수 에이전트 계약을 맺는 과정에도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개입했다고 판단
12.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을 퇴진시키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13.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 씨에게 정부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
요약하자면 ▲직권남용과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뇌물 수수와 제3자 뇌물 수수 등으로 이러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서는 측근에게 지시하고 실행케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이를 따른 소위 ‘문고리 삼인방’부터 비서관, 관련 공무원들 다수가 공범으로 몰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감정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취임 초 미국방문에서부터 윤창극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이라는 황당한 사건이 터졌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에 대한 간첩조작,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과 여론조작, 카카오톡 사찰 논란, 메르스 사태의 부적절한 대응,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일방폐쇄 등으로 반감이 누적되어 왔으며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 사망 등과 맞물려 한껏 고조되어 간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할 일은 재판 거부 등의 ‘철없는’ 행동이되어선 안 된다. 급기야 재판진행과정에서 측근을 비롯한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떠미는 언행은 영 볼썽사납다.
지난 3월 12일 검찰출석에 앞서 비록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한 대독문이지만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재판 진행과정에서 변호인측은 “무죄 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피고인을 위한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법원의 구속영장 재발부 결정에 반발해 전원이 사임해 재판의 진행을 지연 시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테니 포기하지 않겠다”는 심경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재판의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유한국당의 탈당권유도 거부해 결국 제명처리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박 전 대통령이 재판과 수사 그밖에 정치적 행위에 이르기까지 아집과 독선으로 일관하면 그와 그의 세력의 살길은 더욱 난망해지고 궤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
자신을 던져 모두를 살려냈던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해야할 일은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선처를 호소해야 한다. 이런 살신성인과 대승적 자세가 아니라면 재판과 관련해 서로를 비방하고 폭로하며 모두가 자멸하는 길로 접어들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선택은 자신을 던져 모두를 구하라는 것이다. 법률적 정치적 책임을 다 떠안으시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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