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연속극 ‘여우야 뭐 하니’에서 자궁근종이 주요소재로 다뤄지면서 자궁근종에 대한 관심이 새삼 환기됐다.
연속극 ‘여우야 뭐 하니’에서 고현정이 맡은 극중 배역 병희는 성경험이 전혀 없던 33세 처녀.
생리통이 심해져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자궁근종이라는 진단을 받고, 자궁적출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줄 알고 멋대로 오해하고 울다가 9살 연하의 철수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그날 병희가 울부짖던 대사가 바로 “아기도 못 낳아보고 빈궁마마 되기 싫어!”였다. ‘빈궁마마’란 자궁을 적출해 궁이 빈 마마를 비유적으로 뜻하는 말.
그뿐 아니다. 오락가락하던 병희가 철수에게 고백할 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계기도 자궁근종 제거수술이었다.
다소 과장하자면 물혹 정도의 사소한 질병 취급을 받던 자궁근종이 한 여성의 인생을 결정짓고, 나아가 연속극의 인기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특히 일선 산부인과에서는 연속극을 보고 병원을 찾은 젊은 여성이 뜻밖에 자궁근종이나 관련질환을 발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통 출산 이후 4, 50대에서 발생하던 자궁질환이 최근에는 2, 30대 젊은 여성에게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궁은 여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신체기관이다. 여성의 상징이기도 하고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늘 건강의 유지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곳도 아니고, 자궁질환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검사가 아니면 발견하기 어렵다. 게다가 산부인과는 아무래도 미혼여성이 찾기에는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정기검진을 받기도 까다롭다면 미리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궁물혹’이라고도 불리는 자궁근종은 아직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다. 가족력이나 여성호르몬과 관계가 있다는 산발적인 보고만이 있을 뿐이다.
그보다는 일단 자궁근종에 관한 개념부터 잡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자궁근종에 관한 정보가 없어 지레 겁을 먹고 잘못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최근 젊은 여성들의 자궁질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시사적이다.
물혹이란 ‘양성종양’을 가리키는 말로 자궁근종과 난소난종을 모두 포함한다. 여기서 양성종양은 암이 아닌 비정상적인 덩어리를 뜻하는 말.
난소난종은 생리주기에 따라 생겼다 없어지기도 하지만, 자궁근종은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질환으로, 전체 여성의 최소 20% 이상이 겪고 있는 질환이다. 국내 통계에서는 30%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출산력과는 관계가 없어 ‘여우야 뭐 하니’의 경우에서 보듯 성경험이 없는 처녀라도 생길 수 있다. 35세 이상의 여성은 절반 이상이 1개 이상의 자궁근종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세한 크기의 자궁근종까지 포함한다면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자궁근종은 보통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다. 증상이 없는 데다 자궁근종은 크기가 작을 땐 촉진 등의 방법을 통해 자가진단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방치할 경우 생리양이 늘어나고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성교통이 생기고, 아랫배에 압박감이 생기며 이 때문에 빈뇨나 변비 증상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이 심해지거나 배에서 만져질 정도로 근종이 커지고 질 출혈까지 생긴다면 적절한 약물치료 또는 제거수술이 필요하다. 갱년기 이후에도 생리가 멈추지 않는 것도 자궁근종의 증상이다.
특히 이 정도 증상이면 자궁근종이 아니라 자궁경부암일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비록 0.5% 이내지만 자궁근종은 자궁암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산부인과 치료를 피하고 계속 방치해두면 근종이 육종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밖에 각종 합병증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자궁경부암은 여성 암 가운데 2번째로 흔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암 가운데 유일하게 원인이 밝혀진 암으로 성관계로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주요원인이다.
현재 자궁경부암을 80% 가까이 예방하는 백신이 개발된 상태지만, 발병했을 경우에는 자궁적출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심한 출산중심주의 속에서 임신·출산을 관장하는 기관을 적출당하는 것은 또 다른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터이다.
따라서 이 같은 증상이 생기면 즉시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 한 번이 어렵다. 이 기회로 1년에 1번씩 산부인과에서 정기검진을 받는 날을 정해둔다면 자궁근종뿐 아니라 자궁질환이나 산부인과 질환을 폭넓게 예방할 수 있다.
‘빈궁마마’는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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