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부결한 KB 지목한 듯…인선 앞둔 하나‧우리 ‘긴장’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이광구 우리은행 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물러나고,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금융지주사 수장들의 자칫 독선적일 수 있는 경영행태를 주의하라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쓴소리를 냈다.
3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금융지주사는 CEO 선임에 영향을 미칠 특정 대주주가 없어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란이 있다”며 “연임과 관련해 경쟁할 사람을 사전에 인사조치하거나, 그 같은 분위기를 조장한다면 CEO의 중대한 책무를 안 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최 위원장의 발언이 얼마전 KB주주총회를 의식한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총에서는 정부가 처음으로 시도하고, 노조 측이 주장했던 노동이사제 안건이 부결됐다. 이를 지지했던 국민연금의 의견도 반영되지 못했다. 반면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과 허인 은행장 등 수장의 선임안만 통과됐다. 노조도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윤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방식을 문제삼으며 사측과 충돌이 잦았다. 실제 사전에 직원들간 조사한 윤종규 회장 온라인 찬반투표 결과를 사측이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날 최 위원장이 금융 회장들의 연임 문제를 꺼내면서,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 남은 회장 인선에 앞서 이들의 독선적 경영행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재연임을 노리고 있는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경우, 독선경영으로 비춰질 공산이 크기때문에 이미 긴장모드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사회 자체가 여타 은행에 비해 사외이사 비중이 높다. 11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8명이 사외이사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회장이 들어가는 사회이사추천위원에서 심사를 거친다는 점은 KB금융과 같다.
우리은행은 이광구 전 행장의 퇴임과 동시에 최대주주 예금보험공사 측 이사가 임추위에서 빠졌는데 이 역시 정부 낙하산 논란이 붙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낙하산 논란이 가능한 정부 인사를 배제하는 등 타 금융기관들도 조심스러운 인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선임된 금감원 출신인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을 제외하면 이날 은행연합회장은 국회의원 홍재형 전 부총리가 선임거론됐으나 민간 출신인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내정됐고, 또 생보협회장도 양천식 저 수출입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실제 민간출신의 사장인 신용길 KB생명보험 사장이 내정됐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