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모이니헌·앨런 커셀스 공저 ‘질병판매학’
질병과 사소한 불편함의 경계는 무엇일까. 치료가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고의 차이는 아닐까. 레이 모이니헌과 앨런 커셀스가 공저한 ‘질병판매학’(알마 펴냄)은 제약회사들이 ‘사소한 불편함’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인 것처럼 위장해 약을 파는 현실을 고발한다.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질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약을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늘면 늘수록 이득을 보는 것은 제약회사들이다. 때문에 제약회사들의 광고는 해마다 신종질병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이 광고를 보고 있는 시청자의 불편함은 사소한 불편함이 아니라 심각한 질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주입시킨다.
그들이 파는 것은 약이 아니라 두려움이다. 부끄러움은 사회공포증에 사회불안장애라는 이름을 얻었고, 생리 때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은 월경전증후군을 거쳐 월경전불쾌장애가 됐으며, 성적인 트러블은 성기능장애라는 병으로 둔갑했다. 그리고 ‘질병판매학’에 따르면 새로운 질병의 이름이 생길 때마다 신약과 신약을 위한 광고가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환자와 건강한 정상인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질병을 하나의 브랜드로 삼아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일이 허다해진다. 제약회사와 의사·의학기자·의학칼럼니스트들의 공모를 통해 모든 사람을 ‘환자’로 만들 수 있는 한 제약회사는 망하지 않을 것 같다. 홍혜걸이 옮겼고 가격은 1만5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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