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부의 39개 적폐청산TF(29개 부처)에 문제인사 116명(19.7%) 지적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문제점 73건을 ‘적폐’로 규정하고 앞으로 청산‘ 작업을 더 확대하겠다고 11월 10일 확인됐다.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의원들에게 배포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적폐 현황' 문건에는 분야별로 문제 현황’과 관련 대상자를 거론하면서 “검찰 수사 의뢰, 감사원 감사 청구, 국회 청문회 개최, 언론 및 시민 단체 활용 등을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했다. 정권 출범 6개월 동안 ‘청산’을 해왔지만, 내년에도 내내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국회 청문회 등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검찰,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관련 정치권 전반으로 수사 확대할 조짐
검찰은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구속시켰고 ‘국가정보원 적폐 청산’ 수사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전직 국정원장 3명을 비롯한 전·현직 간부와 직원들이 무려 1백70여 명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댓글공작’ 수사에 즉시 착수해 남재준·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와대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40억원을 청와대에 건넨 혐의로 구속했으나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하지만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 사실을 실토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자택을 압수수색 당하고 수차례 소환됐으나 구속되지는 않고 있다.
사이버사 댓글 공작을 지휘·감독한 혐의(군형법상 정치관여)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지난 11월 22일과 24일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차례로 석방되기도 했다.
수사과정에서 당시 국정원에 파견근무 중이던 변창훈 검사와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는 소환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검찰이 맡고 있는 적폐 관련 사건은 21건인데 이 중 19건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집중돼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사 242명 중 97명(40.1%)이 적폐청산 수사에 매달리고 있는데 수사 인력이 부족해진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부터 다른 지역 검찰청에서 30명 이상을 파견 받아 사건을 맡겼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를 별도로 받은 혐의가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자택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정치권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조짐이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기업을 상대로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뇌물수수 등)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의 칼끝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는데 이는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도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여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 의원은 의혹을 부인하고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반응이다. 이우현·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등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가시화한 상황이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찰 수사 외에 감사원 감사도 촉구
더불어민주당은 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찰 수사 외에 감사원 감사도 촉구하는 등 적폐청산의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오는 5일 ‘제2롯데월드 국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할 예정인데 백혜련 대변인은 4일 적폐청산위원회 ‘제2롯데월드 국민감사청구서 제출’ 관련 브리핑을 통해 “제2롯데월드 관련 일련의 의혹과 이 과정에서 자행된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로비 의혹 등이 말끔히 해소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임관빈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풀려난 이튿날인 26일에도 해당 판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임 전 실장을 석방하는 결정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는 지난 22일에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석방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의 석방에 대해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속적부심에서 석방 결정을 한 신광렬 부장판사를 향해 “작심하고 석방을 명한 것"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박 의원은 적부심을 심리한 신광렬 판사에 대해 ‘법리가 아니라 소수의 정치적 공세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며 "형사 사건에서 신중한 심리로 평가받았던 신 부장판사가 이런 성급하고도 독단적인 결정을 한 것은 이유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 “(김 전 장관) 석방 이유에서 범죄 성립에 다툼 여지가 있다고 쓴 순간 임관빈의 석방도 예상됐다”며 “모든 것을 떠나 사안 심리도 하지 않은 적부심에서 사건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는 식의 판단을 한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신 부장판사를 향해 ‘적폐 판사’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민주당은 법원의 결정에 정치적 의미가 섞여 있다고 주장하면서 평가절하하는 대신 적폐 청산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적폐 청산의 동력을 잃을 것을 우려하면서 속도, 수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치보복 주장에 대리전 치뤄
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후 계속되고 있는 적폐청산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맞섰는데, 최근에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11월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날선 대리전을 펼치기도 했다.
남경필 지사는 “검찰이 수사는 방식과 모양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고 점점 정치보복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법의 처벌에 따른 판단이 아닌 막강한 집권 초기 집권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먼저 수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정치보복”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재명 시장은 “공정성을 해친 범죄행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적폐청산을 위해 당연하다”며 “통합을 위해서 적당히 봐주고 넘어가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을 깨야 한다. (선거에) 패배한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다 정치보복이라는 견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의 인사구성에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의 적폐청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전수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꼴로 ‘편파·이념 지향적 인사’로 구성됐다고 30일 주장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정치보복 TF 구성 현황’보고서에서 39개 TF(29개 부처) 소속 위원과 적폐청산 수사에 투입된 검사 등 589명 가운데 116명(19.7%)이 문제 인사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분류 결과 편파적 인사는 15명, 이념 지향적 인사는 101명이다. 편파적 인사로는 ▲2013년 국가정보원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 3명 ▲박영수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 4명 ▲박근혜 블랙리스트 문화계 인사 8명 등이 꼽혔다. 이념 지향적 인사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 17명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6명 ▲세월호 관련 인사 12명 ▲좌편향 인사 66명 등이다.
보고서에는 적폐청산에 따른 ‘관가 동향’으로 “일선 현장에서 자신이 관련된 사업에서 잘못이 드러날 경우의 두려움 때문에 방조, 침묵 및 통상 업무까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기업 동향’으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무차별한 기업 대상 사정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으며 금융권도 채용비리 논란으로 사정 정국 심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정권의 인사에 딱 맞는 사람들이 가서 (적폐청산 TF에) 있기 때문에 공정성을 잃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 정권의 전방위적 정치보복 칼날이 전전임 정권까지 직접 향하는 느낌”이라며 “퇴임한 지 5년이나 지난 대통령을 정치보복 한 가운데 세우는 것 자체가 국민 통합, 안보 위기 상황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돌고 돈다”며 “한풀이 굿판식 정치보복은 반드시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고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적폐청산에 대해 정치보복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끝난 줄 알았는데 현 정권이 정치보복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안보위기와 경제위기로 상황이 심각한데 적폐청산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전임 정부의 국정철학을 충실히 받들었다고 좌천시키는 것은 블랙리스트보다 심각한 적폐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국정원 개혁은 온데간데없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옭아매는 작업만 하고 있어 주객이 전도됐다는 생각”이라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가 과거에만 몰두하는 국정운영 때문이라는 여론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안 대표도 “정부가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정신이 없다. 국가의 미래가 없다. 지금 서로 전, 전전, 전전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완전히 정신이 없다”면서 “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 나라를 잘되게 해야지 무슨 복수를 하려고 (정권을 잡나)…”라고 현 정부의 적폐청산을 ‘정치적 복수’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여론 약 70%는 정치보복 아니라 응답, 언론에서는 ‘수사공화국’ 비판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정부여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가 촛불집회 1돌을 맞아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청와대·국정원·군 등에 대한 조사·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42.6%,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25.1%)이 67.8%로 나타났고 ‘동의한다’는 응답(매우 동의한다 11.8%, 대체로 동의한다 17.4%)은 29.2%에 그쳤다.
한편 적폐청산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인터넷 댓글 사건과 국정원 청와대 상납 의혹 사건, 감사원의 KBS 이사진 법인카드 감사 등 지난 9년간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한 시책들 가운데 적폐로 지목되어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거나 수사가 계획된 사건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적어도 내년까지 수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벌이고 있는 구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이 전 정권과 전 전 정권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진해되어서는 안된다. 문화계에서는 벌써부터 ‘부역자’를 몰아낸다고 해놓고는 스스로 ‘부역’의 길로 들어서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할 인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
언론도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 조선일보는 최근 사설에서 “새 정부 이후 누구를 구속하고, 체포하고, 압수 수색한 것 말고 기억나는 게 없을 지경”이라고 주장한 뒤 “마치 ‘수사(搜査) 공화국’이 된 듯하다”며 현 정부의 적폐청산 국면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중앙일보도 최근 사설에서 “‘적폐 수사’가 표적 수사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현재 수사를 받는 야당 의원이 10여 명에 달하는 데에 비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여권 인사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뿐”이라고 찌적했다. 이어 “사정 수사는 실적만큼이나 중요한 게 형평성”이라며 “검찰 수뇌부가 이제부터라도 형평성을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폐청산 수사는 내년으로 이어져 계속될 전망이지만 표적수사, 보복수사 등으로 비판을 계속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적폐청산이 계속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피로감이 늘고 있다는 지적에 유념하면서 수위조절과 속도조절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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