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는 바뀌어도 ‘음악’에 목숨 건 자세는 같습니다”
“위치는 바뀌어도 ‘음악’에 목숨 건 자세는 같습니다”
  • 이문원
  • 승인 2004.04.22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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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잔치", "기타 하나 동전 한닢"의 이재성
머리를 한 대 후려치는 충격을 주어 온몸을 불사르게끔 하지는 않더라도, 늘 귓가를 조용히 맴돌며 따뜻하게 마음을 적시는 노래들이 있다. 언젠가 본지에서 인터뷰한 가수 김범룡이 그랬던가, 1980년대의 음악은 '멜로디'를 중시했기에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귓가에 맴돌며 읊조리게 된다고. 그렇다, 1980년대의 음악들은 정말이지 우리 귓가에 착 달라붙으며 영원히 우리 입가에 머물고 있다. 1980년대 중후반의 한국 가요계 - 여전히 조용필이 수많은 장르를 넘나들며 '정상'에 군림하고, 전영록과 소방차가 소녀팬들을 몸살나게 만들었던 아스라한 그 시절 - 에 홀연히 나타나 "촛불잔치", "기타 하나 동전 한닢", "고독한 DJ" 등의 히트곡을 연이어 발표하여 수많은 청중들의 마음을 조용히, 따스하게 달려주었던 이재성. 그렇듯 '촛불잔치'를 벌이고 난 뒤, 그는 대중 앞에서 나타난 것과 마찬가지로 홀연히 사라졌다. 이번에는 이 추억의 뮤지션 이재성을 만나 그의 지난 날과 '뮤지션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먼저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이게 얼마만인지요? 1990년대 초반 이후 솔로로서의 활동은 어느 정도 접은 셈입니다. 물론 TV에는 그 후에도 출연했고, 몇 년 전에는 '그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형식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지는 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대부분 제가 음악계를 떠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음악과 밀접하게 살아가려 애쓰고 있습니다. 일례로, 가수 황세옥의 음반을 제작해 제작자로 활약하기도 했고, 또 작곡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중가수로서의 생명력은 다소간 짧습니다. 어쩔 수 없이 대중의 기호에 맞추어 변모해가야 하는데, 이렇듯 광포한 유행의 시대에 음악만 알고 살아온 뮤지션으로서는 발맞추어 나가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제 음악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제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여전히 넘쳐나죠. 이런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생각한 것이 바로 '작곡가' 또는 '음반제작자' 로서의 길이었습니다. 많은 뮤지션들이 '잠정적 은퇴' 뒤에 반드시 어떤 형식으로든 음악계에 컴백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런 '컴백'의 원동력은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저도 본격적인 후배양성에만 힘쓰려고 음악일을 어느 정도 소홀히 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언제나 음악으로 돌아오고 맙니다. 다른 사람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는 음악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아무리 일이 잘 풀려나가도 어딘지 갈증이 생기고 맙니다. 대중적인 인기라던가, 매스컴에의 노출 같은 얄팍한 것이 아닙니다. 저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바를 어떤 식으로든 표출해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은거죠. 글 쓸 줄 아는 사람은 이것을 소설로 쓰고, 그림 그리는 사람은 화폭에 옮기듯이, 전 노래로 전달하는 것 뿐입니다. 음악에 관련되어 제가 하고 있는 일의 위치는 바뀔 지라도, 음악에 목숨 걸고 있다는 사실은 똑같고, 열정과 자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좀 적어졌다는 차이 뿐이죠. (웃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신지요? 현재 제가 아끼는 가수 제갈승의 노래를 작곡해서 음반시장에 내놓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제 슬슬 다른 가수들하고도 작업을 해 나가야겠고, 저 자신도 큰 무대건 작은 무대건, 신곡 발표 무대건 추억의 가수, 왕년의 스타 무대건 간에 저를 기억하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려고 합니다. 끝으로, 시사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저 이재성, 이제 벌써 불혹도 넘어섰고, 슬슬 오십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뮤지션은 나이를 먹더라도 언제나 여러분의 한창 시절, 가장 빛나던 시기에 들었던 바로 그런 음악을 해나가야만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위치에서건, 어떤 일을 하건, 영원히 음악계에 남아 여러분들께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취재 이문원 fletch@empal.com 사진 임한희 lhh@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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