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재매각, 장기표류 접어드나
외환銀 재매각, 장기표류 접어드나
  • 이훈
  • 승인 2006.11.16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녹색불과 빨간불 동시에 들어온 혼란 상황
16일 법원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연루된 핵심 인물에 대한 영장 발부를 거부하고 검찰이 수사 조기 종결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법원과 검찰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외환은행 재매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길을 건너려고 신호등에 들어섰는데 바로 건너도 좋다는 의미의 '녹색불'과 좀 더 기다리라는 의미의 '빨간불'이 동시에 켜져 있는 형국이다.

금융가는 외환은행 재매각이 초단기에 해결될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표류할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이라고 분석한다.

이같이 불확실성이 증폭된 것은 이날 오전 법원이 엘리스 쇼트 부회장와 마이클 톰슨 고문 등 론스타 본사 경영진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면서 시작됐다.

법원은 그러나 같은 날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와 정헌주 허드슨코리아 대표, 그리고 최근에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외견상으로는 법원이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영장을 발부함으로써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론스타의 불법행위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먼저 수사해야 할 주요 인물들을 뺐다는 점에서 수사가 더 어려워지거나 장기화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정작 수사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며 국내에 머물고 있어 소환하기 쉬운 인사들은 영장 발부 대상에서 빠지고 영장이 발부돼도 소환 여부가 불투명한 쇼트 부회장과 톰슨 고문만 영장이 통과됐다.

즉, 법원이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수사를 돕는 듯 했지만 사실상 알맹이는 모두 빠진 선물을 준 셈이다.

금융가는 이같은 측면에서 외환은행 재매각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해석했다.

검찰이 영장이 발부된 론스타 본사 경영진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주요 인사들이 빠진 가운데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하종선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만으로는 론스타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매우 오랜 시각이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후 들어 검찰이 론스타 수사를 조기 종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어차피 지금 확보한 인사들만으로는 수사 여건에 제한이 많아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없으니 아예 빨리 결론을 내버리겠다는 의미다.

검찰의 이날 발언을 그대로 해석하면 검찰이 조기에 수사 결과 발표에 나서고 이 결과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론스타의 불법성 여부를 명확히 검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검찰이 론스타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되고, 외환은행 재매각은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즉, 일정 부분만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수사가 길어지면서 재매각이 표류하게 되지만 아예 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면 수사가 조기에 종결되면서 재매각이 탄력을 받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 상황에서 외환은행 재매각에는 '빨간불'과 '녹색불'이 동시에 켜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의 발언을 발언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검찰의 이날 발언은 '수사를 정말 조기에 그만두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수사를 제대로 하고 싶으니 제발 협조해달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의미라면 여전히 외환은행 재매각이 조기 완료되는 시나리오보다는 표류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