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개연·구당초 머리 맞대고 ‘安 통합론’ 대책 논의…安, 부산서 劉와 회동

그간 통합 문제로 인한 내홍 속에서도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는 듯했던 구당초(당을 구하기 위한 초선의원들 모임) 측 의원들도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반대파 모임인 평화개혁연대 측과 손을 잡는 모양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 같은 통합 반대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각자 갈 길을 가고 있는 양측의 행보가 결국 분당으로까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여기에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이달 내로 안 대표가 통합을 선언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면서 이 같은 전망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원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분당될 경우 다시 예전과 같은 양당체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통합 반대파 측에서도 분당만은 안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아직 우세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평개연·구당초, 安 통합 추진에 ‘총력 저지’ 한 목소리
지난 13일 일부 언론에서 1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시점을 전후로 하는 22일 정도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을 선언할 것이란 이른바 ‘통합선언설’을 보도하면서 국민의당 내부 반발과 별개로 안철수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에서 양당 통합을 강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따라 통합 반대파 역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빠르게 결집하는 분위기인데, 평화개혁연대 소속인 천정배 전 대표, 정동영·조배숙 의원과 구당초 소속인 최경환·장정숙·박주현·김광수·유성엽·윤영일 의원, 여기에 이상돈 의원까지 총 10명의 국민의당 의원들은 14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연석회의를 열고 안 대표가 통합 추진을 강행하는 데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 의원은 이날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논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 의원들은 통합에 절대 반대한다는 것”이라며 “통합 반대 의원들이 지금까지는 자꾸 당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면 안 좋다고 해서 조심했는데 만약 그런 (통합 강행) 시도가 있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제 여러 가지로 힘을 모아야 한다. 지방의원과 원외지역위원장까지 확대해 같이 의사를 모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의원 대다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통합) 절차를 진행할 경우 우리는 모든 힘을 다 모아 총력 저지하겠다”고 거듭 역설했다.
특히 안 대표 측에서 전당원 투표 등을 통해 통합을 강행하려 할 가능성에 대해선 “전당원 투표가 당헌당규에 없지 않나. 당헌당규에 없는 절차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오늘 온 의원들은 (통합에) 결사 반대다. 현재는 통합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 개헌을 얘기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 의원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선거연대 대상에 자유한국당까지 포함시킨 점도 꼬집어 “바른정당은 1단계 국민의당과의 통합, 2단계 한국당과의 통합을 얘기하고 있잖나”라며 “정체성 면에서 맞지 않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하고 어떻게 국민의당이 통합을 얘기할 수 있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그는 안 대표의 통합 강행을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는 데 있어 소위 ‘합의이혼’까지 각오한 것인지 묻는 질문엔 “저희가 총력 저지한다는 것은 절대 당을 깨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일단 분당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번 회동엔 참석하지 않았으나 마찬가지로 평화개혁연대 소속인 박지원 전 대표는 같은 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 “그렇게 가면 분당되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선언하고 통합을 선언하면 분당될 수밖에 없다”고 한층 수위 높은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렇게 통합 반대파가 배수진까지 치게 된 데에는 현실적으로 안 대표가 양당 통합을 강행해도 이를 막을 만한 별 다른 묘수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우리 의원들이 이렇게 반대한다고 하면서 대표가 (통합 취소를) 선언해야 된다는 것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 압력으로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저도 실토한다”고 잠시 무력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 대표 측을 겨냥 “이 순간 우리 국민들이 분열하는 것은 안 좋아한다”면서도 “현재의 진행형으로 보면 우리는 분열의 길로 가고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 유승민 “언제까지 질질 못 끌어”…통합 포기 가능성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서로를 향한 발걸음은 아직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도리어 그간 국민의당 내홍 상황을 의식해 통합론에 대해 말을 아껴오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까지 적극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를 비판했다.
유승민 대표는 지난 12일 <한겨레TV>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원 전 대표 같은 분이 저으 ㅣ지역주의 극복과 탈피를 ‘호남 배제’라고 말을 비틀어서 오히려 호남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구태를 보였다”며 “그게 국민의당 내분의 한 원인이다. 정당은 생각과 가치가 같은 사람들이 하는 건데 생각이 너무 다르면 (함께 하기) 쉽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유 대표는 14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에서는 “우리 두 당은 정말 국민을 위해, 미래를 위해 어떤 개혁을 같이 할 수 있겠느냐 진지한 고민과 대화를 많이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처럼 양극단에 있는 두 정당보다 우리가 힘을 합쳐서 더 강한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양당 통합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아울러 그는 통합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는 국민의당 상황과 관련해서도 “안 대표와 이 자리에 계신 국민의당 의원님들, 또 당협위원장님들 매우 진지한 그런 자세와 정신을 가지고 지금 노력하고 계시다고 믿고, 저희 바른정당에서는 국민의당이 내부 갈등을 치유하면서 어떤 결론을 낼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연대, 선거연대, 더 나아가 통합 이 문제에 대해 정말 국민들께 모든 것을 투명하게 드러내놓고 인정받는 그런 진지한 협력이 차근차근 이뤄지길 바라고 저도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대표는 앞서 <한겨레TV>와의 인터뷰에선 “선거를 위해선 자유한국당에도 (선거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데 이어 “국민의당 내부 갈등이 너무 심한 상태다. 저렇게 심한 상황에서 바른정당과 통합할 수 있을까, 사실 상당한 의문”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어 통합 포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을 증명하듯 유 대표는 이날 국민통합포럼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 언제까지나 통합논의로 질질 끌 수는 없고, 되든 안 되는 일단락을 지어야 한다”며 “통합 노력의 한계에 부딪히면 독자 생존하는 게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 劉, 한국당에 ‘선거연대’ 열어놔도 安, 속도조절 어려울 듯
이어 유 대표는 연말 정도에 양당 간 통합선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국민의당에서 제기된 데 대해서도 “안 대표나 국민의당 누구하고도 얘기해본 적 없다. 양당 간 날짜나 계획을 합의한 적이 없다”며 “완전 통합까지 안 가고 협력 정도로 결론이 날 수도 있는데, 너무 오래 끌지는 않겠다”고 답변해 그간 국민의당을 뒤흔들었던 양당 통합론이 자칫 선거연대에 그치는 ‘용두사미’로 전락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 경우 문제는 온갖 반발을 무릅쓰고 통합 추진을 강행해온 안 대표의 리더십이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는 건데, 당장 내년 지방선거라는 현실을 앞에 둔 상황에서 한국당과 국민의당 양측 모두와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바른정당이 분명하게 열어둔 이상 국민의당 내 반발을 무마시키고 바른정당을 끌어올 수 있을지 여부는 이제 순전히 안 대표의 역량에 달린 셈이 됐다.
이런 가운데 안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양당 간 연내 통합 선언설에 대해 14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송년회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그런 일정들을 지금 논의한 바는 없다”고 유 대표처럼 선을 그으면서도 격려사에선 “조금만 견뎌주시면, 의견을 취합하고 화합·단합해 선거를 잘 치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확신한다”고 천명해 머지않은 시기에 결론을 낼 것임을 어느 정도 암시했다.
무엇보다 그는 오후에 부산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에서도 “외연 확장을 못하는 3·4당은 어김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며 “좋은 분들이 많이 동참하도록 그 틀과 그릇을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해 선거연대보다 어떻게든 통합 쪽에 방점을 두지 않겠느냐는 해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데, 선거가 6개월 정도 남은 만큼 어느 시점에 결과를 내놓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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