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역사적 사실로 공청회 필요” vs 민주당 “위원회 의결로 공청회 생략 가능”

자유한국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5·18 관련 특별법 처리를 앞두고 갑자기 공청회를 해야 한다면서 하루 뒤로 공청회 날짜를 잡았다. 일단 시간을 끌고 보자는 심산인데 공청회 이후 출장을 떠나 이번 회기 내 처리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방위, 5.18 관련법 처리연기...한국당 “공청회 먼저”주장에 임기 내 처리난망
국회 국방위는 13일 전체회의에서 5.18 특별법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야당 측에서 공청회를 먼저 개최해야한다고 주장해 무산됐다. 공청회는 14일로 예정했는데 짧은 회기 내에 여당의 입장으로 갈 길이 바쁜 상황이다.
이날 국방위원회에는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 발의의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민간인에 대한 헬기사격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안’ 등 2건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 발의의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진상조사에 관한 특별법안’ 등이 제출되 통합과 절충 가능성이 컸으나 논의 끝에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지난 11일 국방위 소위에서는 해당 법률 여야 간 전체회의에서 13일 처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이날 전체회의에서 의결이 됐다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2월 임시국회 내 본회의에 상정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국방위 소위원장인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의당 김동철·최경환 의원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4건을 하나로 통합 지정해 우리 위원회 대안으로 상정하고자 한다”며 소위에서 5·18 특별법을 의결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법 58조는 ‘위원회는 제정법률안 및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해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한국당 의원들은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는 중요 절차인 만큼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맞서 민주당 의원들은 “위원회 의결로 공청회를 생략할 수 있다”고 반발하면서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발언에 나서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공청회 생략 선례를 만드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도 “법안 취지에 크게 반대하지 않지만 공청회를 하지 않는 것은 절차적으로 명백한 하자”라고 지적했다.
한편 위원장인 경대수 한국당 의원은 또 “법안 자체 심사 전부터 항목별로 구체 심사하고 심사보고까지 마쳤다는 걸 밝히고 싶다. 졸속심사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공청회를 하기 위해 또 심사를 미루기에는 너무 오래됐고 사건 발생이 거의 40년이 됐다”고 처리의 필요성을 설득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김영우 위원장은 “위원들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공청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청회를 하는 것이 맞겠다”며 “일정은 추후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정하겠다”고 법안 처리를 미루면서 물러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18 진상규명 특별법 처리 무산에 대해 “과연 자유한국당은 진상 규명 의지가 있긴 한 건지 피해자와 유가족의 한 맺힌 절규가 들리기는 하는 것인지 진심으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공청회를 핑계로 법안 처리를 가로막는 건 전형적 발복잡기,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민생입법과 개혁입법을 모조리 가로막을 심산이었다면 임시국회 소집에 왜 동의했는지 국민은 질문하고 있다”며 “부패 동료 몇 명을 구하는 방탄국회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면 협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은 20일까지 미국 하와이 태평양사령부와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 방문을 위해 출국을 했는데,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공청회를 주장하려면 해외 시찰부터 취소했어야 한다”며 “해외 시찰을 잡고 공청회 소집한 것은 법안 통과를 안 하려는 의도”라고 어이없어했다.
김 의장은 “5·18 특별법과 군의문사 진상규명법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법안 발목잡기는 아닐 것”이라고 김 원내대표를 은근이 비꼬았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또한 “야반도주고, 줄행랑이고, 법안 미처리 뺑소니”라고 더욱 강하게 비판했다.

호남을 기반으로한 국민의당으로서는 5.18 관련법 처리는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또 한편으로는 당내 다수세력인 호남파의 결집을 유도할 수도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느 13일 국방위원회에서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처리되지 못한 것에 대해 “연내 처리를 기대한 국민들과 유가족께 실망시켜 송구스럽다”며 “빠른 시일 내 공청회를 열고 내년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할 수 있도록 전력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 원내대표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으로서 누구보다 실망이 크다”며 “결국 또 한 해를 넘기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국회법에 정한 절차를 거쳐 차기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방위 법안 심사 소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대승적으로 논의한다면서 특별법 내용과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의견까지 밝혔다. 그나마 다행”이라며 “37년간 5·18 진상규명을 완수하는 것은 여야, 정파, 지역, 이념을 떠난 시대적 과제다. 5월의 상처는 광주를 넘어 이 시대 모두의 상흔”이라고 법안의 의미와 역사적 경과를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런 점에서 5·18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20대 국회가 이뤄낸 역사적 성과로 기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도 한국당의 5·18 특별법 처리에 조속한 참여를 촉구하면서 “이건 누구를 처벌하고 혼내서 갈등을 키우자는 것도 아니고 새롭게 밝혀진 증거들을 샅샅이 조사해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라며 “확실한 명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 지연시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한국당은 이 시대의 아픔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
◆5·18 관련 단체들 “실망스럽고 안타깝다”...민주·국민공조 강화 될 듯
5·18 관련 단체들은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심정을 털어놓는 한편 입장문을 발표했다.
5·18기념재단과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대표들은 13일 오후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5·18 진상규명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모처럼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흔들림 없는 한목소리로 처리일정을 무리하게 연기시킨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유감을 표하면서 다음 회기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공청회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다.
이번 12월 임시국회는 23일까지인데 국방위는 20일까지 미국 하와이의 태평양사령부와 일본 유엔사 후방기지 방문 일정이 있어 회기 내 5·18특별법을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번 출장일정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밀린 법안 처리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당 의원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은 방문 일정을 두 차례나 연기했고, 한미동맹 관계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참여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당이 ‘패싱’을 당하는 건지, 한국당이 민주·국민당을 ‘패싱’하는 건지 아리까리한 상황이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비협조를 전제로 들고 나오는 온갖 절차와 이유는 상대를 허탈하게 만든다. 이번 회기 내에는 불가능하더라도 5.18 특별법만큼은 처리가 될 때까지 호남민심을 의식하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공조는 강화, 지속될 전망이나, 국방위원장이 한국당 소속인 점은 계속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