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전당원투표, 분당 단초? 신의 한 수?
국민의당 전당원투표, 분당 단초?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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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 과반 반대에도 전당원투표 강행 시사
▲ 26일 통합 반대파 측과 찬성파 측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 투표를 놓고 국회 정론관에서 서로 기자회견을 열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전격 추진하는 전당원투표로 국민의당 내분 상황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가능성은 높아진 반면 통합 반대파의 극렬한 반대로 국민의당 자체가 쪼개질 가능성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27일부터 전당원투표를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 간 대치상황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안철수 “설득 한계 있고 시간 없어 전당원투표 제안”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양당 통합에 대해 “각 당의 지지도가 지금 5%, 5%다.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민 지지율인데 5+5가 15 내지 20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이건 마이너스 통합이 아니고 플러스 통합”이라며 자신의 통합 강행을 정당화했다.
 
또 안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보수화된다 이런 말도 있지 않나. 우리 40명의 의원하고 바른정당의 10명 의원하고 합치면 전부 다 바른정당과 같은 정체성을 가진다는 말인데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성찰적 진보 그리고 또 혁신적 보수, 다 함께 가자는 게 우리 당의 창당정신인데 둘이 합쳐서 비로소 양 날개가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통합의 의미가 탄핵의 시작과 마무리를 했던 주체들이 힘을 합한다, 그렇게 보고 있다. 제3당이 살아남기 위해선 외연 확장이 필수”라며 “최소한 3지대는 힘을 합쳐서 선거를 치러야 거대양당과 싸울 수 있다. 그래야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다당제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 대표는 이 문제를 전당원투표를 통해 결론 내려는 이유와 관련해선 “설득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그러면 당의 대표, 당의 주인인 전 당원의 뜻을 한번 묻고 그 뜻에 따라서 모두가 승복하자 그런 뜻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반대파 설득) 노력을 더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고 또 당원들, 전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제안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안철수 대표는 통합 문제를 전당원투표를 통해 결론 내려는 이유와 관련해 “(반대파 설득) 노력을 더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고 또 당원들, 전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제안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호남과 다른 지역의 의견 차이들이 꽤 있다. 현역의원 분들께서 호남 민심이 반대가 많다고 말씀하시기에 전당원투표 제안한 것”이라며 “국민의당 당원들 중에서 호남 당원이 과반이 넘는다. 그러니까 일반 여론조사보다 더 호남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안 대표는 통합 반대파 측에서 투표율 3분의 1이 안 되면 의결정족수가 안 돼서 투표함을 열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도부가 시행하는 전당원투표에 대해선 헌법, 당헌에 규정되어 있고 거기는 3분의 1 그런 규정은 없다”며 “당규에는 일반 당원들이 요청했을 때 그게 남용되지 말라고 3분의 1 규정이 있는데 마치 더 하위법률 중의 한 가지를 갖고 헌법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그런 꼴”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안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통합의 시너지 효과 이런 것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의원들에 대한 설득, 이런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물리적으로 만약에 일정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 그전에 지방선거를 위한 선거연대 수준의 그 부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혀 전당원투표 결과만으로 양당 통합을 무작정 밀어붙이진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송 의원은 통합 문제로 인한 국민의당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통합에 반대하는 측에서 기본적으로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안 대표가 마치 ‘대선을 위해서 보수 쪽으로 가는 거 아니냐’ 라는 건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마 1차적으로 설명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손학규 대표께서 충분히 역할을 해주신다면 잘 봉합할 수 있을 걸로 믿는다”고 선을 그었다.
 
◆ 통합 반대파, 투표금지 가처분 신청 이어 安 공개 규탄

 
하지만 송 의원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통합 찬반 양측의 대치 국면은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인데, 당장 통합 반대파인 ‘나쁜투표거부운동본부’에선 25일 전당원투표 금지 가처분신청서를 낸 것은 물론 여기에 서명한 의원이 과반인 20명이라며 통합 찬성파 측을 압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통합 반대파인 천정배 의원의 경우 26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합당에 명확히 반대하는 분들이 26명이다. 그래서 3분의 2”라며 “합당을 찬성한다기보다는 찬성하거나 또는 아직 입장이 분명치 않은 분을 합쳐서 13명이다. 그러니까 찬성이 아무리 많아도 13명”이라고 통합 찬성파 규모가 상대적으로 소수란 주장까지 펼쳤다.
 
여기에 이들 나쁜투표거부운동본부 측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안 대표는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은 없다고 말하지만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 당을 보수적폐 복원에 동원하려는 안 대표는 대표로서, 당원으로서 자격을 잃었다”고 안 대표를 공개 규탄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안 대표 추진의 보수적폐야합 저지 ▲위법·불법적 전당원 투표 거부 ▲나쁜 투표 거부 및 보수야합 분쇄 등을 결의한 데 이어 “가처분 신청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당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전당원 투표를 거부하는 것이 국민의당 개혁정체성을 유지하고, 당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란 점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전해 ‘투표 보이콧’에 총력을 기울일 뜻을 내비쳤다.
 
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이어서 그런지 당 안팎의 여론전도 한층 격화돼 갔는데, 국민의당 광주·전남 광역·기초의회 의원 34명도 26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통합절차를 중단하고 내부 화합을 위해 힘을 하나로 뭉쳐달라”며 “투표가 강행될 경우 광주시당 차원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다시 논의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뿐 아니라 전남도의원과 시·군 기초의원들도 투표 당일인 27일 오전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원 투표 전면 거부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져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당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전당원 투표가 밀어붙이기로 강행될 경우 탈당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예고해 대치 국면은 극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에 맞불 성격으로 통합 찬성파 측에서도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 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여론전에 돌입하면서 이제는 찬반 세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 통합 찬성파 측도 맞불…여론전 양상으로 흘러

 
▲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의당 이동섭(가운데)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 및 위원들이 공정선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지희, 신용현 위원, 이동섭 위원장, 김삼화, 채이배 위원. 국민의당 전당원투표는 27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투표와 ARS투표를 거쳐 31일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뉴시스

국민의당 전국대학생위원회가 26일 오전에 바른정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역설하는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오후에는 안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지지자들이 통합 찬성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통합이 단순한 정당통합이 아닌 대한민국의 정치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기폭제”라며 통합 반대파 못지않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외에 국민의당 소속 부산지역 당협위원장, 지방의원 26명도 같은 날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대표의 중도개혁통합 노선과 전당원투표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구시대적 행태를 보이는 정치인은 스스로 떠나길 바란다”고 통합 반대파에 일침을 가하는 등 지역단위에선 영남과 호남으로 통합 찬반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이 뚜렷이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당의 이 같은 분위기와 별개로 바른정당 측에선 국민의당과의 통합으로 영호남 교류가 늘 것이라 낙관하고 있었는데,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이 정당은 단순히 선거 공학적인 연대가 아니다. 이번에 새로 나오는 정당은 지역주의 없는 정당 될 것”이라며 “영호남 커플이 많이 생기고, 훨씬 교류를 많이 하고 예를 들어 부마항쟁 때는 광주에서 와서 같이 기념하고, 5.18 때는 부산에서 가서, 대구에서 가서 같이 기념하고 이런 아름다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당 상황은 호남계와 안철수계 사이에 당장 갈라서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여서 하 최고위원의 관측이 적중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인데, 일단 통합 반대파 측에서 제출한 전당원투표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과 전당원 투표 결과가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 시행 첫날인 27일 안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리는 ‘통합과 개혁의 정치,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란 간담회에 참석해 통합 이후 정당 운영 등에 대해 토의할 예정인 만큼 이제 양당 통합은 기정사실화된 모양새인데, 과연 전당원투표로 통합 문제를 정면 돌파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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