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헌은 공약, 국민 기본권 강화·지방 분권이라는 시대적 사명...포기 못해”

이에 따라 각종 민생법안까지 처리를 못하고, 국회는 공전상태다. 일단 임시회가 내년 1월 9일까지로 연기됐으나,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22일 국회 본회의, 개헌특위 기한 연장과 정개특위와의 단일화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
개헌특위 활동기한 연장을 두고 여야가 대립한 끝에 22일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는 개의도 못하고 파행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감사원장과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과 미쟁점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개헌특위 활동 기한 연장과 정개특위와의 단일화 등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같은 국회 파행 상황에 대해 자유한국당에 책임을 돌렸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한국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투표만은 반드시 막아 보려고 개헌특위를 그때까지 끌고 가지 않으면 국회 본회의를 열 수 없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한국당의 무책임한 자세 때문에 무산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한국당은 이제라도 오락가락 행보와 정략적 자세를 버리고 성난 민심을 살펴보길 바란다”며 “민생입법 후퇴와 감사원 등 헌법기관의 정상화에 발목을 잡는 세력은 한국당이며,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은 한국당에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민주당에 ‘정권 연장의 작태’라고 비난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개헌 논의 자체를 걷어차고 있다. 민주당은 개헌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고 정권 연장을 위한 유일한 목적의 작태를 부리고 있다”며 “여야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고 권력 개편 합의를 이뤄서 국민적 합의를 이루자는 것인데 이를 가로막고 본회의 처리를 무산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문재인표 개헌안을 밀어붙이기를 위한 것이라면 반성하고 결자해지해야 한다”면서 “책임 있는 집권여당이라면 산적해 있는 법안들에 대해 당이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모든 책임은 민주당한테 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과 정세균 국회의장은 오직 ‘문재인 개헌’으로 가기 위해 국회 개헌을 내팽개쳐버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제1야당인 한국당이 개헌특위 연장을 요구하는데 대해 집권당인 민주당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국회 정상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정 의장과 민주당의 태도는 국회를 폐업시키고 국회의원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국회의장, 민주당은 오래 전부터 국회 개헌 논의를 걷어차 버리고 오로지 대통령 개헌을 갖고 6월 지방선거를 하겠다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한국당은 개헌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연계해 활동기한을 6개월 연장하고, 지방선거 이후 연말까지 국민 참여와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개헌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실시를 찬성하는 국민의당도 민주당의 전향적 양보를 촉구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민유숙·안철상 대법관 후보자,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 눈 앞에 급히 처리할 현안이 있는데도 결렬된 데 유감"이라며 "개헌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부분에 대해 여당인 민주당이 전향적으로 양보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결국 두 당의 고집으로 인해 국민의당 안조차도 채택되지 못하고 결렬로 끝났다”며 “민주당은 당초 오전까지만 해도 두 개의 특위를 2월까지만 연장할 수 있다, 한국당은 6월까지 연장해야 된다고 팽팽히 맞섰다. 지금 쟁점이 다 정리된 상태인데 두 개의 특위를 통합해서 단일 특위를 만들자는 게 국민의당 제안이었다. 여기에 한국당은 전적으로 동의해줬다”고 설명했다.

여야의 책임공방은 26일에도 계속됐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문제를 풀 열쇠는 자유한국당이 상식과 순리대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연말에 민생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국회 개헌특위를 6개월 연장하되 ‘내년 2월까지 개헌안 발의를 위해 여야가 노력한다’는 중제안을 거부한 것에 대해 “한국당은 본회의 일방 무산에 이어 우리의 과감한 양보에 비해 지나치게 비타협적”이라며 “단 한번만이라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상생과 협치 손을 잡아 달라. 민생과 개혁의 열차에 동승할 것을 한국당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항의방문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이미 여야간 협치를 통한 원내협상기능을 상실하고 오로지 집권당인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만 난무하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며 “몽니와 꼼수로 문재인 개헌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여당의 시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해 주기 바란다. 개헌은 나라의 체제를 바꾸는 중대한 결단으로 지방선거에 곁다리로 끼워 넣을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달라”고 비유했다.
김 원내대표는 “더 이상 개헌을 땡처리 상품으로 처리하려 하지 말고 냉철한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략적이고 정치적 목적을 즉각 배제해 주시길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과 정세균 의장과 집권여당 3각 커넥션 이루고 정략적인 개헌 의도 이것이 철회될 때까지 강력하게 저항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을 청와대나 행정부가 주도하면 그만큼 국민 여론과 각 당의 의견수렴이 되지 않아 처리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당리당략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며 지방선거 유불리부터 따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에도 묻는다. 여야 합의를 통해 지방선거와 개헌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은 당초 자유한국당도 약속했던 바”라고 일깨웠다.
김 원내대표는 또 “특위 활동 기간을 충분히 제공하되 개헌특위와 정치개혁특위는 반드시 통합 운영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의지를 보이고 자유한국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 반드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처리할 특위 문제를 매듭짓기를 거듭 호소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결국 지방선거과 개헌 투표의 동시실시라는 쟁점에서 부딪히는 때문이고 이와 관련해 셈법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단지 활동기한을 몇 개월 연장한다고 해서 국회가 합의한 개헌안이 만들어질지는 회의적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사인이 나왔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여야가 동시투표 합의에 실패한 것과 관련해 “빨리 논의를 집중해서 안을 만들어달라. 저희는 안을 참조해서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입장을 안 내는 것은 국회가 논의 중이기 때문에 저희 주장과 입장을 내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더 기다리고 있는 것이고, 의견을 모아서 안을 만들고 있는데, 진행이 안 돼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 정무수석의 이 같은 발언에 이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은 우리의 공약사항이자, 국민 기본권 강화와 지방 분권이라는 시대적 사명”이라며 “개헌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로 개헌일정을 미뤄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그것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안이 발의되고 처리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해서는 “그건 지금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안이 발의되고 부쳐져야 한다는 게 현재까지 저희의 생각”이라고 국회를 압박했다.
청와대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안을 국민 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개헌에 대한 의지가 여전하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가 지방선거와 개헌투표의 동시선거라는 입장을 국회가 난항을 겪는 이 시점에서 재확인한 것은 자유한국당과의 극한 대립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어차피 국회 합의로 개헌안이 상정된다는 것 자체가 요원하다면, 청와대는 최대한 국회에 명분을 주면서도,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개헌일정을 지켜냄과 동시에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위한 터 고르기에 접어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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