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급여제공 의혹 불거진 청와대 전 비서관들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비서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표를 제출하고 청와대를 나간 비서관 상당수에 대해 상당기간 사표 처리를 미루는 방식으로 몰래 월급을 챙겨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막바로 청와대가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청와대브리핑’은 인사담당행정관의 명의로 “퇴직비서관 정상적으로 사표 처리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비서관 출신 서갑원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4일 “비서관 면직 후 급여를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과 청와대의 진실공방은 그후에도 이어졌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김 의원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김희정 의원실이 비서실로부터 제출받은 ‘대통령비서실 국장급 이상의 임면현황 및 직위별 재직현황’과 ‘참여정부 출범 후 행정관 이상 임면현황자료’를 비교한 결과 퇴직일에 오차가 있었고,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른 점이 발견됐다.
이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 확인한 사실과 언론보도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보직에서 해임된 ‘면직일’과 사표가 처리돼 급여가 중지된 ‘퇴직일’ 사이의 ‘대기발령기간’이 많게는 열흘에서 114일씩이나 됐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전직 비서관들은 105명 가운데 20명이었고, 총 대기발령 기간은 1천111일이었다.
김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대기발령기간 동안 해당 비서관들은 출근하지 않고 월급을 챙겼으며, 이는 “청와대를 나간 뒤 곧바로 취업할 곳이 없는 비서관들에 대한 일종의 배려”였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일부 퇴직비서관도 같은 내용의 증언을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사표 내도 봉급 줬다”

여기까지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김 의원이 주장한 20명의 전직 비서관 가운데 5명이 혐의를 벗는다. 그러나 아직 15명이 남았다.
청와대는 이들 15명에 대해 ‘면직일’ ‘퇴직일’ ‘대기발령’ 등의 용어에 대한 청와대의 특수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오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비서실 직제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된다. 이 직제에 따르면 청와대비서관과 행정관은 국·과의 직제 구분이나 명확한 보직 분류가 없다.
따라서 김 의원이 ‘면직일’이라 표현한 날짜를 청와대는 ‘보직 종료일’이라 달리 표현했다. 비서관은 특정한 보직이 없이 유동적으로 근무하기도 하며, 해당 15명은 보직이 없는 상태에서 퇴직했을 뿐이고, 비서관 정원 53명만 지키면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청와대는 이들 15명이 “후임자에게 인수인계 업무를 위한 합동근무 또는 대통령, 비서실장, 수석이 지시한 특별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말대로라면 박종문 비서관의 경우 근무기간 5개월 중 3개월 반을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만 하다 나온 셈이다. 특별업무도 수행했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였는지 확인해주지는 않았다.

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 의원은 2003년 12월 21일에 면직(청와대의 표현으로는 ‘보직 종료’)됐고, 열흘 후인 31일 퇴직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서 의원은 “청와대 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면직일과 퇴직일이 모두 31일로 확인했다”고 항의했다. 실제로 청와대가 제공한 2건의 자료, ‘임면현황’과 ‘재직현황’에는 모두 31일로 돼 있다.
이에 김 의원은 지난 15일 전화를 통해 구두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서 의원의 면직일을 21일로 확인해줬다고 해명했다. 서 의원의 경우 2003년 당시 총선 출마를 위해 양민호 전 비서관 등과 같이 사표를 제출했는데, 같이 사표를 제출한 비서관들은 21일 또는 22일이 면직일인 것으로 기재돼 있다. 같이 사표를 제출한 비서관들과 서 의원만 면직일이 다르게 기재돼 있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21일로 정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김희정 의원실이 전화로 확인했다는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그런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어느 쪽의 말이 맞건, 사표 처리에 시일이 걸린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면 서 의원은 ‘무노동 유임금’의 유형에는 해당하지 않을 듯하다.
또한 “대기발령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출근을 안 했”다는 증언을 한 퇴직비서관이 있다는 김 의원의 주장도 진위여부가 문제가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의원의 목록에 실린 20명의 비서관들에게 모두 확인했다. 천호선·안봉모 2명의 비서관만이 김희정 의원실로부터 사전접촉을 받았고, 그중 1명의 비서관은 비슷한 말을 한 적 있으나 김 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라면 김 의원 쪽에서 진의를 완전히 와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비서관들에 대한 근태기록이나 업무일지가 없어 실제로 출근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사실관계는 진실공방 중
부분적인 사실관계는 누가 옳건 간에, 특정한 보직 없이 24일에서 114일까지 비서관 신분을 유지하면서 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더라도 상식적으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그대로 퇴직했다면 편법이라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것은 YS정부 이전부터 그랬다”고 답변했다. 일종의 관행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관행에 대한 비판이 관행을 만든 한나라당에서 나오는 것에는 억울할 수 있으나, 기득권자들이 누려오던 잘못된 관행을 정권교체 이후에도 고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지적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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