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성장하는 사회를 위하여..
지난 여름 수많은 재산피해를 낸 폭풍 매미에 이어 조류독감, 한·칠레 자유무엽협정(FTA), 연이은 폭설 등으로 농촌 경제가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고자 발벗고 애쓰는 기업이 있다고 하니 각박한 민심 속에 인정(人情)의 훈훈함이 살아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해 주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름 그대로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한 몸, 한 뜻으로 일하기에 그 성과가 더욱 빛나는 나주의 『가족식품』은 단무지 등 절임 식품을 생산하는 소규모의 지방기업체이다. 대부분이 인근마을 주민들로서 50여명의 직원들을 인솔하는 『가족식품』 대표 황경환 씨(061-336-0170~1)는 94년 입주 이후 나주 운곡동 동수·오량농공단지에서 10년째 터를 닦아 오고 있는 건실하고 투철한 기업가이다. 하지만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가 전혀 다른 분야인 이 곳에 뛰어들기 시작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계속적인 도시 진출로 농촌의 많은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면서 농촌의 고령화가 높은 추세를 보이고 살아있는 역사장소이자 선조들의 뜻을 잇는 가업들조차 점점 퇴색되고 있는 현실 속에 그는 도시가 아닌 농촌을, 그리고 가업을 택한 것이다. 전망 있는 LG반도체에서의 일을 뿌리치고 아버지가 운영했던 전주에서 더 넓은 사업장을 찾아 전혀 알지 못하는 타향으로 내려온다는 자체가 하나의 큰 도약이자 조금은 무모한 결단력은 아니었는지. 소도시일수록 지연, 혈연의 관계가 끈끈한 만큼 지역민들에게 있어서도 그는 분명 낯설고 거북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타향에서의 쉽지 않은 적응을 벗어난 지금 그에게 있어 이 선택은 결코 헛된 결정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커다란 성장과 함께 황 대표는 공장 일에 직접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살을 부대끼며 일하고, 신뢰와 정을 쌓음으로써 주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한 지역, 한 기업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품질향상
현재 『가족식품』은 전국 대형 할인매장과 대리점에 단무지 등을 유통하며 연 3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정받는 기업이다. 공장 부근 150여가구들이 가꾸고 있는 30만평의 밭에서 나는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황 대표는 계약재배를 실시함으로써 농작물의 수급안정과 가격폭락방지, 농업인의 안정적 소득까지 노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알만한 업계에선 다들 인정하는 『가족식품』에서 항상 추구하는 것은 바로 끝없는 품질의 향상이다. 같은 맛이라도 어떻게 하면 더 나을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영양가가 있을지를 조사하여 증산을 통한 이익보단 국내 농산물을 어떻게 이용해 더 나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가에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근래에 개발된 양파를 이용한 피클 역시 그에 따른 성과이다.
지금 시중에서 먹고 있는 단무지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재래식 단무지이지만 단무지의 원조는 일본의 따꾸앙이라 할 수 있다. 황색합성색소를 사용하여 만든 노란 단무지와 치자단무지, 간장단무지, 깻잎단무지, 쌀 단무지, 다시마 단무지 등 수 많은 종류를 자랑하는 일본 전통단무지에 비해 우리나라는 재래식 단무지에 특정성분의 첨가물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며 종류도 그리 많지 않다. 절임 식품이나 식품가공에 문외한이었던 만큼 황 대표는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일본 책자를 포함한 여러 책이나 지식을 습득함으로 좀 더 앞선 식품을 만들려는 것이다. 때론 절임 솜씨로 소문난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비법 배우기에 주저하지 않고, 식품개발연구소 등을 다니며 육체적인 피로보단 지식 쌓기에 열중했던 그였기에 지난 2000년 획득한 ISO9002 인증은 과히 그 노력의 작은 결실이라 볼 수 있다.
농촌경제의 활력이 된 환원사업
자신의 이익에 급급해 이웃조차 저버리는 현실이라지만 『가족식품』 황경환 대표의 신념은 바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다. "식품회사는 농촌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경영원칙 속에 단무지 등을 관내 사회 복지시설에 몰래 전해주는 모습은 이제 지역 주민들이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어려운 경제 속에 허덕이는 농민들의 근심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황 대표이기에 그는 기업 번창을 결코 혼자만이 누리려는 특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번만큼 돌려주자는 심성으로 지역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영농 선진화를 유도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원과 지도를 벌여왔다. 기업의 대표로서가 아닌 한 지역의 한 주민으로써 그는 직접 농민회를 찾아가 농촌의 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거기에 맞는 대응책을 모색할 정도로 농촌에 대한 애착을 들어냈다.
전 국민이 혼란에 휩쓸렸던 IMF 당시 이 곳 역시 많이 흔들렸음에도 자신들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지원금을 거절했던 『가족식품』. 가족보다 더한 가족애를 자랑하는 직원들이기에 그들의 경조사에 직원들 모두가 앞장서 챙겨주는 분위기는 이 기업의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편이라 할 수 있겠다.
조경환 기자 ckh@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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