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UAE ‘군수지원’ 체결...야3당 ‘국조공세’ 주춤
[기획] UAE ‘군수지원’ 체결...야3당 ‘국조공세’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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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 몰아붙이던 한국당, 국민의당 발 빼고 내부에서도 ‘정신 나간 소리’비판
▲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인 2009년 12월 UAE로부터 원전을 수주, 이듬해인 2010년 11월 아크부대를 파병, 박근혜 정권인 2013년 3월 UAE와 군수지원 비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UAE 아크부대를 방문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의혹이 박근혜 정부 당시 국방부차관을 지냈던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백 의원은 “2013년 12월10일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상호군수지원협정(MLSA)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제기해 온 내용인데, 야당의 공세에 소극적이던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반격의 결정적 단서가 나온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향해 ‘헛발질’을 중단하라고 역공에 나섰고,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추진 중인 국정조사를 밀어붙일 태세지만 주춤하는 모양새다.
 
 
◆백승주 박근혜 정부 국방부 차관 “UAE와 상호군수지원협정 MOU 체결”
백승주 의원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양해각서에 대해 인정하면서 “제가 국방부 차관으로 있을 때 MLSA가 체결됐지만 특별한 내용이 없어서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아 확인을 해봤다”며 “UAE의 요구로 대외비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UAE와의 MLSA는 다른 국가와 맺은 협정과 내용은 거의 같다”면서 “UAE 측 요구로 비밀로 했을 뿐 특별한 내용이 있어 숨긴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방부 장차관 등 고위급이 참여한 게 아니고 국장급 수준에서 체결된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MLSA가 이명박 정부의 UAE 원전 수주와는 무관하다”고 말해 이명박 정부가 2009년 UAE 원전을 수주하면서 이면계약을 맺었고, 그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비밀 MOU를 체결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MLSA는 양국 군대가 평시와 전시에 각종 군수 물품·용역을 지원하는 협정으로,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가 중동지역 분쟁에 자동개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의 근거가 됐다.
 
한국당은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잘못으로 UAE와 갈등이 생겨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UAE를 방문했다며 ‘원전게이트’라고 명명하며 공세를 펼쳐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일 JTBC ‘신년대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UAE 원전을 들여다보다가 저지른 실수”라고 주장했고, 홍준표 대표도 4일 페이스북에 “UAE원전 게이트 사건을 적반하장격으로 자유한국당에 책임을 넘기는 사람들을 보면 참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이 있으면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보자”고 했다.
 
 
▲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아랍에미리트 연합과 군사지원 비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증언이 처음으로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나왔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지낸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UAE와 상호군수지원협정 양해각서를 체결했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사진 / 오훈 기자
◆민주 “한국당,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응분의 정치적 책임 뒤따를 것”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백승주 의원의 발언내용이 알려지자 그동안 자유한국당이 근거 없는 정치공세를 펼쳐왔다며, 국익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고 나왔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아랍에미리트 연합과 군사지원 비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증언이 처음으로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나왔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지낸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UAE와 상호군수지원협정 양해각서를 체결했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즉, 이명박 정권인 2009년 12월 UAE로부터 원전을 수주, 이듬해인 2010년 11월 아크부대를 파병, 박근혜 정권인 2013년 3월 UAE와 군수지원 비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특사 파견 의혹’을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서 해소해준 것으로 자유한국당이 자기 다리에 걸려 자기가 넘어진 꼴”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진실에 다가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한술 더 떠 노무현 정부까지도 끌어들이고 있는데, 코너에 몰려 전전긍긍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이 볼썽사납다”며 “막무가내식 문재인 정부 흠집내기를 즉각 중단하라. 더 이상의 헛발질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아울러 군사·외교적 문제가 되든 말든 의혹 부풀리기에만 몰두하며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응분의 정치적 책임이 뒤따를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못박았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UAE 방문에 대해 ‘현 정부의 잘못으로 UAE와 문제가 발생했으며, 이를 덮기 위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던 자유한국당이 결국 자승자박의 모습을 보인 꼴”이라며 “자유한국당은 코너에 몰린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실까지 왜곡해가며 계속된 남 탓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며 소모적인 공방을 지속해 적폐 유지를 위한 추태를 반복 하지 말아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UAE와 군사 비밀 양해각서가 체결 되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만일 문제가 되고 있는 비공개 군수지원 협정 등 비밀 양해각서에 따른 박근혜 전 정부의 잘못들이 드러난다면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책임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26일 오전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열린 제천 화재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UAE 원전게이트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국당·바른정당, 야3당 ‘국정조사’ 추진...국민의당 “운영위 먼저”
자유한국당은 이날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공조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을 향해 “대통령 특사로 다녀왔으며 국회를 찾아와 보고 하거나 말 못할 사정이 있으면 제1야당 원내대표를 찾아 사정을 설명하는 노력을 보이는게 최소한의 예의”라며 “국민과 야당을 우습게 아는 방약무인하고 오만방자한 태도를 일관하는가. 메뚜기는 한철이라는 사실을 전한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학용 의원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만남에서 “송 장관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군사협정에서 이면합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럼에도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정권과 일부 언론의 행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UAE 특사 파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오늘 국민의당에서 강력한 입장표현이 나올거라는 김동철 원내대표의 말씀이 있었다”며 “야3당이 공조해서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정조사는 전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임 실장의 UAE 방문을 둘러싸고 의혹만 무성한데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자”며 야3당 차원의 국정조사를 제안해 한국당이 동의했고, 국민의당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실시 여부는 운영위원회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김 원내대표는 5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실장은 당장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서 UAE 방문 관련 의혹을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의혹을 덮고 가는 것보다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더 큰 국익”이라며 “만약 외교문제와 관련된 비공개 사항이 필요하다면 비공개로 진행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들이 추진하면 국익이요 진실규명이지만 야당이 요구하면 국익을 해치는 선동행위로 인식하는 이분법적 발상을 버리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더 이상 소모적 공방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운영위를 통한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바른정당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UAE 관련 논란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할 것”이라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국당 내에서도 ‘국정조사 무용론’ 등 엉거주춤한 상황
국정조사에 대해 국민의당이 한발 물러선데 이어 한국당에서는 의외의 내부 균열도 발생했다. 국회 국방위원장 출신의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정치권에서 진실공방이 뜨겁다. 임 실장의 UAE 방문의 뚜렷한 목적과 방문단의 규모 등 여러 가지 석연치 않아 보이는 문제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외교는 외교다. 우리 정부가 바뀌어도 국가 간 외교는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과거 국가 간에 맺은 협정이나 약속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자는 주장도 국가간 신뢰외교를 위해서는 정신 나간 소리”라며 “국회 국정조사에서 외국의 정책결정자를 부를 수 있겠는가”라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영우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임 실장 문제에 있어서 외교 문제를 국내정치화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며 “올림픽을 여는 마당에 외교적인 역풍이 예상되는 일을 정치권이 앞장서는 것은 해선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들며 공세를 펼치던 한국당으로서는 UAE 특사 파견 문제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공개 군사협정과 관련된 내용으로 공방이 확산되고, 국민의당이 주춤하는데다, 내부에서 ‘국정조사 무용론’까지 제기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 처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원내대표실 명의로 “상호군수지원협정(MLSA)은 비단 UAE 뿐만이 아니라 미국, 뉴질랜드, 영국, 스페인, 독일을 비롯한 15개 국가와 체결하고 있는 군사협정이다. UAE가 다른 나라와 체결한 MLSA도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 5개 국가에 이른다”고 지적하며 민주당을 ‘견강부회, 침소붕대’라고 비판했지만 이미 ‘김이 많이 새버린’ 국면이다.
 
연말연시를 여야 간의 공방으로 뜨겁게 달궈 온 UAE 특사 의혹을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의 최측근 인사로 조만 간 방한할 것으로 알려진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손에 달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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