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창당 발기인대회’ 강행에 安, 당무위 열고 179명 무더기 징계

조배숙 창당추진위원장을 위시한 16명의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민주평화를 부정하는 수구보수세력과의 야합에 동의할 수 없어 분연히 박차고 나왔다”며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평화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사실상 안 대표와 결별을 선언했다.
이에 이날까지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하라고 앞서 통합 반대파에 최후통첩 했었던 안 대표는 같은 날 ‘당내 신당 창당행위와 전대 방해 행위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창당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명백한 당 파괴행위임과 동시에 탈당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힌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당무위원회를 열고 그간 예고했던 ‘특단의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이렇듯 ‘강 대 강’ 충돌 구도로 가면서 중재파 의원들 역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일단 안 대표를 비롯한 통합파 측은 내달 13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선언할 전당대회를 열기로 확정함에 따라 국민의당 분당은 이제 확실하게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 安, 반대파 당원 179명에 중징계…사실상 탈당 압박?
신용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29일 열린 비공개 당무위원회에는 안철수 대표를 포함한 당무위원 76명 중 현장에 온 41명과 위임장을 낸 4명 등 45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대파 당원 179명을 2년간 당원권 정지하기로 한 징계안에 대한 의결이 이뤄졌으며 현장참석자 39명과 서면참여자 4명의 찬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대상에는 민평당 창당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린 16명의 현역의원 중 이미 당원권 정지 상태인 박준영 의원을 제외한 15명과 그동안 전당대회 의장을 역임하면서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에 줄곧 반대 의사를 내비쳐온 이상돈 의원도 포함됐는데, 이 의원은 비록 안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해오긴 했으나 민평당 창당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얼마 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 소집 공고에도 협조한 바 있어 일각에선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합 반대파 측 조배숙 민평당 창준위원장은 29일 가진 첫 지도부 회의에서 “안철수 무단 정치의 끝이 보인다. 발기인 명단에도 포함 안 된 이상돈 의원의 당원권 정지는 전무후무한 코미디”라며 “헤어지는 마당에 덕담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뒤끝이 유치하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당사자인 이 의원 역시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와의 인터뷰에서 징계 자체에 대해선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안 대표에 대해선 “정치에 대해, 호남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정치적 소양도 없는데 일시적으로 몇 년 동안 국민한테 과분한 기대를 받았던 것”이라며 “유승민 대표와 하태경 의원이 안 대표한테 한번 당해봐야 한다. 안 대표를 지지하는 원외위원장이나 당무위원회 다수 등은 합리적 대화 논리가 안 통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의원은 비례대표 출신 특성상 안 대표가 제명해주지 않는 이상 의원직을 유지한 채 탈당하기는 불가능한 현실을 인식했는지 “심정적인 무소속이 될 것”이라면서도 “지역구 의원 가운데 안 대표와 함께 할 의원은 다섯 명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평당 창당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린 국민의당 의원 16명 중 비례대표 2명 외엔 지역구 출신이 14명에 불과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6석의 지역구 의원이 더 필요한 만큼 민평당 측에 힘을 실은 이 의원 입장에선 통합파 측과 함께 할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어떻게든 최소화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마이너스 통합’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 통합파, ‘반대파 징계’ 역풍 가능성 유의하며 중재파 포섭 나서
그래선지 통합파 측에서도 무더기 징계의 후폭풍을 진화하려는 움직임에 본격 나서고 있는데, 당무위 징계 결과가 발표된 당일 징계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던 김형구 국민의당 부대변인이 곧바로 민평당행을 택하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런 기류를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통합파 측에서도 민평당 발기인대회에 참석했던 권노갑·정대철·이훈평 등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상임고문과 고문단 16명 등의 원로들은 이번 징계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등 나름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데, 단순히 예우 차원으로 보기보다는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들까지 징계하는 강수를 둘 경우 오히려 호남 민심이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통합파 측은 통합 성패에 영향을 미칠 캐스팅 보트 격인 중재파 의원들을 향한 적극적인 러브콜 행보도 이어가고 있는데, 전당대회 의장과 부의장인 이상돈 의원과 윤영일 의원은 중징계 대상에 포함시킨 반면 또 다른 전당대회 부의장인 ‘중재파’ 이용호 의원은 포함시키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용호 의원이 중재파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 점이나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중재안이 수용되지 않고 서로 건너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은 무엇보다 안 대표의 리더십 부족과 일방통행식 통합 추진에 1차적 책임”이라며 “저는 이런 식의 통합에 반대한다”고 표명했을 정도로 그다지 통합파 측에 우호적인 편은 아니지만 최소한 중재파 측이 민평당으로 기울지 않도록 통합파 측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증명하듯 아예 안 대표는 물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까지 29일 아직까지 거취를 밝히지 않고 있는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 주승용 의원 등 국민의당 중재파 의원들과 함께 직접 오찬 회동까지 가지며 통합신당에 합류하라고 설득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이미 거취를 함께 하기로 한 중재파 의원들은 이 같은 안 대표의 러브콜을 받자 유승민 대표와 함께 백의종군하는 것을 우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선 유 대표가 “통합 후 안·유 공동대표 체제가 필요하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어 난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 대표는 이날 오찬 직후에도 기자들에게 “(안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아주셔야 한다고 저분들을 설득하러 왔다”고 강조해 ‘여러 차례 걸쳐 말씀드린 백의종군 입장을 말했다’고 발언한 안 대표와 중재파 방문 목적에 있어서도 온도차를 드러냈는데, 이런 모습이 도리어 반감을 일으켰는지 일부 중재파 의원은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전당대회 부의장인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유승민 대표에게 드리는 고언’이란 성명서까지 내고 “(유 대표는) 안 대표가 사퇴하면 통합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본인도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이기적이고 가슴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직격탄을 날려 과연 중재파가 통합파 측에 힘을 실어줄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중재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이 정책위의장 외에 김 원내대표와 박 국회 부의장, 주승용 의원을 비롯해 황주홍·손금주·송기석 의원 등 7명에 달하고 있어 이들이 모두 통합 반대파인 민평당 측에 합류할 경우 민평당이 비례대표 거취 여부와 관계없이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얻는 반면 통합신당은 28석 이하로 줄어들 수 있기에 이들의 향방은 통합 성패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도 적잖은 기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지방선거, 통합 찬반파 ‘관계 개선’ 변수 될 가능성은?

이런 가운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현재 완전히 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의당 내 통합 찬반파 양측이 지방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올 경우엔 우선 선거승리를 위해 연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건데, 비록 바른정당 소속이지만 하태경 최고위원은 29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엔 “없지만 민평당과는 할 수 있다. 원래 선거연대 하자고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이유와 관련해 하 최고위원은 “민평당의 상대적 강세지역은 호남”이라며 “다른 데는 후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호남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으로 1등을 하면 결국 우리에게 손을 뻗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예상이 적중할 것인지는 미지수인데, 하 최고위원은 신당의 얼굴로서 안 대표가 당연히 지방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어 안 대표가 출마할 경우 그에 대한 반감이 강한 민평당 측이 하 최고위원의 주장대로 손을 먼저 내밀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뿐 아니라 안 대표가 지난 27일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신당의 지지율이 17%를 기록한 한국갤럽의 전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지지율) 15%가 되면 선거비용 100% 보전 받기 때문에 누구나 도전정신을 갖고 도전할 수 있다”고 자체적으로 세 불리기에 나선 모양새를 취한 만큼 아무리 어려워도 결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민평당 측과 선거연대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통합파와 반대파 모두 신당 창당을 앞두고 세 불리기부터 선거전략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구상을 펼치는 가운데 통합신당 측은 내달 1일까지 당명을 결정하고 설날 바로 직전인 13일에 전당대회를 열기로 확정했으며 통합 반대파인 민평당 측도 내달 5일로 예정됐던 시도당 창당 일정도 1일로 앞당기고 6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분당을 준비하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어 창당 레이스에 돌입한 양측 중 어느 쪽이 최후에 웃게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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