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한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한 김연아
  • 박종덕
  • 승인 2006.11.22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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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은반의 여왕이라 불러주세요”

‘주니어’이어 ‘시니어’도 제패···한국 빙상계에 큰 획 그어
어머니·코치진·빙상연맹 등 3박자 어우러져 나온 결과물
전용장도 없는 열악한 국내 피겨 현실도 함께 부각돼

▲ 김연아 선수의 화려한 모습.
김연아가 드디어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 베르시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4차 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것. 주니어에서는 세계 최고였지만 김연아의 시니어 우승은 그야말로 한국 빙상계의 한 축을 그은 것이다.

18일 치러진 쇼트 프로그램에서 65.22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19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19.32점을 거둬 합계 184.54점으로 일본의 안도 마키를 가볍게 따돌리고 조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는 우리나라에 피겨스케이팅이 도입된 이래 최초의 일이다. 이번 대회의 우승으로 세계랭킹 9위에 오른 김연아. 그러나 그의 영광은 쉽게 그냥 주어지지 않았다.



어린 소녀의 얼굴이지만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아름다운 동작과 착지. 김 선수의 매혹적인 동작에 프랑스 베르시 빙상장의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그러나 김 선수는 한국 스포츠사에 큰 획을 그었지만 만족할 순 없다고 했다. 넘버원으로 가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이 있다고 했다.

국내에 피켜스케이팅이 도입된 지 111년. 그동안 피겨스케이팅의 변방에서 김연아는 ‘은반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지독한 악바리 연습벌레
19일 김연아는 올 시즌부터 새롭게 프리 스케이팅 곡으로 선택한 ‘The Lark Ascending(종달새의 비상)’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총 13개의 과제 중에서 첫번째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연속 공중 3회전)을 깨끗하게 성공시킨 뒤 더블 악셀(2회전 반)-트리플 토루프(공중 3회전) 콤비네이션과 고난도 레이백 스핀, 비엘만 스핀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계속해서 공중회전과 스핀, 스파이럴 연기를 무리 없이 마무리한 김연아는 연기 후반 막판 공중 3회전 착지 동작에서 살짝 중심을 잃은 뒤 마지막 더블 악셀(공중 2회전 반)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하지만 김연아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연기를 마무리했다. 심판진은 기술요소 점수 63.04점과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 57.28점을 줬다. 그의 엉덩방아는 심판판정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그의 연기는 훌륭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김연아는 여자 싱글 세계 랭킹 9위를 유지했다. 나머지 5, 6차 시리즈 성적에 따라 최종 6명이 내달 14~17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올시즌 최고 정상을 가리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해 국내 선수로는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게 된다.

김연아는 오늘 우승을 발판으로 그랑프리 파이널 때까지 체력 훈련과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주력해 꼭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의 영광은 쉽게 다가온 것은 아니다. 김연아 선수의 별명은 ‘악바리’다. ‘하늘은 천재를 그냥 주지 않는다’란 말이 있듯이, 반복과 반복, 연습과 연습을 통한 훈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가려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국내 피겨스케이팅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값지다.

7세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김연아는 지난 3월 세계 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 한국 빙상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김연아의 ‘스타 탄생’은 선수 본인의 치열한 노력과 함께 어머니, 코치진,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뒷바라지라는 4박자가 어우러져 나온 결과물이였던 것이다.


성인무대 금, 은반의 요정으로
한국 스포츠사에 큰 획을 그었지만 만족할 순 없다. 넘버원으로 가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이 있다고 했다. 그랑프리를 제패 했지만 경험부족으로 기술보완이 여전히 필요하다.

사공경원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담당 이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연아 선수는 트리플 악셀을 아직 구사하지 않고 트리플 루프도 약한 편”이라며 “6종류의 점프 가운데 약한 점프가 있어 이를 보완하는 게 필요 하다”고 말했다.

트리플 악셀은 3회전반 점프를 말하는 것이다. 3회전 점프에 비해 반회전이 더 필요할 뿐이지만 악셀 점프를 능숙하게 구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체공력과 순발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연아는 도약의 폭이 크고 체공시간도 많은 편이라 아직 숙련되지 않았고 이 탓에 트리플 악셀을 실전에서 구사하지 않고 있다.

사공경원 이사는 “기술적으로 약간의 보완을 거치면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2% 부족한 걸 채워야 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연기력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한다. 심판의 점수는 점프와 스핀의 연결동작, 스케이팅, 안무, 음악해석, 그리고 독창성 등으로 나뉘기 때문에 연기력,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선 연습도 필요하다고 한다.

사공경원 이사는 “연기는 몸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고 때문에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연기력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기관리다. 최종목표는 아직 4년이나 남은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그동안 부상 없이 훈련하고 스케이팅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심적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연아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그동안 자기관리를 잘 해왔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해야 하며 특히 슬럼프를 겪지 않고, 슬럼프를 겪더라도 빨리 털고 일어나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직 남은 4년. 부족한 기량과 표현력을 기르고, 경험을 쌓는다면 시간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지금 경쟁을 벌이는 안도 미키 같은 거물 선수들과 싸워도 김연아가 밀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남은 4년간 멈추지 않고 발전을 더욱 한다면 한국 피켜 스케이팅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도 넘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연아의 쾌거, 그러나···
하지만 김연아의 쾌거 이면에 열악한 국내 피겨 현실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김연아는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에서는 1시간 정도 연습하고 쉬니까 부상이 없는데 우리는 다른 사람이 없을 때 계속 연습해야 하니까 부상 위험이 매우 많아요. 피겨 전용장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전용 연습장이 없어 일반인들이 모두 돌아간 밤 10시 이후에도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이스하키, 쇼트트랙과 같은 다른 종목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피겨 스케이팅의 현실이다.

다행히 ‘은반의 요정’에서 ‘은반의 여왕’이 된 김연아에게 광고모델과 대기업 스폰서 제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연아의 주가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몇몇 국내 대기업에서 스폰서 후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CF 쪽에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20일 김연아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IMG코리아의 이정한 대표는 “그동안 연아에게 스폰서 제의나 CF 요청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회가 끝난 지 하루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아직은 구체적인 제안은 없지만 이번 우승으로 관심이 폭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김연아는 공식적인 스폰서도 없고 광고모델로 활동한 적도 없다. 지난해 11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내외 지명도가 높아지자 대기업들로부터 제의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제안이 없어 모두 무산된 상태였다. 그러나 김연아가 지난 5일 성인 데뷔무대인 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카드 슈퍼매치 2006’를 통해 김연아와 인연을 맺었던 현대카드에서 5000만원 장학금을 전달한데 이어 모 대기업에서는 학생의류 CF모델 제의를 해오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우승으로 기업들의 관심은 가속도 붙을 것이 확실시된다. IMG측은 김연아가 21일 귀국하는 대로 훈련에 지장 받지 않는 범위에서 깨끗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대기업 2~3개를 선정해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올림픽 금메달, 꼭 따겠다
김연아의 바람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 명실 공히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다. 지속적인 몸 관리와 노력을 겸비한다면 결코 허황된 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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