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파 “중재안 거부한 것” 반발…바른정당 “안타깝게 생각”

무엇보다 그동안 지방선거까지 공동대표로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온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역시 안 대표의 결정에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해 혹 통합 파트너의 신뢰까지 잃는 자충수를 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 대표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대표직 사퇴’ 중재안에 安 ‘통합 후 사퇴’로 응한 이유는?
그간 당내 반대파와 중립파로부터 계속된 대표직 사퇴 요구를 받아왔던 안철수 대표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중립파 의원들을 향해 “제 사퇴가 보다 많은 분들이 통합에 함께 할 길이라면 기꺼이 하겠다”며 “함께해준다면 신당이 창당되는 날, 2월 13일 통합을 완결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조건부 사퇴’안을 전격 제안했다.
통합 반대파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저지하면서 중립파의 이탈로 ‘마이너스 통합’이란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차단하고 바른정당 입장까지 고려한 나름의 전략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중립파를 우선 붙들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실상 중립파를 향해 “당의 중심을 지키며 중재에 애써준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이 선택한 다당제를 지켜내는 수장”이라며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이젠 그분들이 제가 통합 과정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채우고 한국 역사상 최초의 중도개혁 정당을 우뚝 세워내고 국민정치시대를 여는 길에 함께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안 대표가 내놓은 이 같은 제안은 별 의미가 없고 도리어 중립파를 자극하기만 할 거란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안 대표가 이날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표직을 유지하지 못하더라도) 직위와 관계없이 신당의 성공을 위해 전면에 나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해온 점에 비쳐볼 때 대표직에서 사퇴한다고 해도 오는 6월 있을 지방선거에 출마하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리베이트 의혹 때 책임지고 뒤로 물러나 있던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이날 회의에서 공언했기에 그토록 천명해온 ‘백의종군’ 역시 형식적인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고, ‘통합 후 사퇴’도 애초에 통합이란 문제로 사퇴 논란이 일어났던 만큼 통합으로 국민의당이 사라진 뒤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는 건 어차피 별 의미가 없는데다 중립파가 제시한 ‘통합 전 사퇴’안조차 통합 방해 의도를 품은 게 아닌지 안 대표가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비쳐져 이번 제안은 상당히 방어적 차원에서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중립파, 安 제안에 “중재안 거부냐” 반감 내비쳐
그래선지 당장 중립파 측에선 이번 제안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듯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통합 동참 시 2·13통합 전당대회 직후 사퇴’ 제안에 대해 “통합대회가 끝나버리면 이 당은 법률적으로 소멸되고 대표직이 소멸되기 때문에 사퇴가 아니다. 통합 이후에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우리 중재파들이 제안한 안을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부정적 반응을 드러냈다.
이 뿐 아니라 이날 제안 수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박 부의장과 함께 급히 한 자리에 모인 김동철 원내대표, 주승용 의원, 이용호 정책위의장, 황주홍 의원 등 다른 중립파 의원들도 양자택일 압박을 받는 느낌이 들었는지 비슷한 목소리를 냈는데,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전제까지 달아 다시 이렇게 하는 것은 우리 중재파들의 진정성을 자꾸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감을 내비쳤다.

심지어 중립파 내에서도 통합파에 가까운 것으로 꼽히는 주승용 의원조차 “안 대표의 결정에 따라 (우리가) 합류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해야지, ‘중재파가 합류해주면 사퇴하고 중재파가 합류 안 해주면 사퇴 안 하겠다’ 그런 뜻으로 들려 대단히 불쾌하다”고 안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또 안 대표의 비서실장이지만 지난 3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마이너스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립파 의원들을 안 대표가 어떻게 설득할지 정치적 역량과 결단의 문제도 있어 상황이 닥치면 저도 판단하겠다’며 돌연 안 대표와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송기석 의원도 31일 안 대표의 제안에 대해 “중립파 의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통합 이후가 아닌 내달 4일 전당대회 때 사퇴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제는 4일 열기로 한 전당대회에 민주평화당 창당 발기인들이 국민의당 대표당원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이중당적 부분을 들어 통합파 측에선 기존의 임시 전당대회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이를 오는 13일 있을 바른정당과의 통합 전당대회 이전에 전당원 투표하는 방안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는 건데, 중앙위원회를 통해 당헌을 고쳐서라도 통합이란 결과가 나오도록 강행할 모양새라 열리지도 않을 4일 전대 사퇴안을 안 대표가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이다.
이런 기류를 이미 읽었는지 송 의원은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통합 과정에 있어 절차적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무조건 통합파로 가는 건 아니란 뜻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렇다”고 답변했는데, 31일 중립파인 주승용 의원이 “이찬열 의원과 김성식 의원까지 9명의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발언한 점에 비쳐 중립파 의원 수는 송 의원을 포함해 손금주 의원 등 최대 9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바른정당도 ‘불만’…통합 반대파는 공세 강화 나서
이렇듯 안 대표의 제안을 받은 중립파 내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통합 파트너인 바른정당에서도 안 대표의 결정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어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데, 지난 30일 안 대표의 백의종군에 대해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생각을 새로 해봐야 한다”며 통합 여부까지 재고할 가능성을 내비쳤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역시 결국 ‘조건부 사퇴’라는 카드를 안 대표가 내놓은 데 대해 31일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유 대표는 “저는 늘 통합개혁신당의 성공을 위해 안 대표와 제가 같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아 ‘공동대표’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비단 유 대표 뿐 아니라 같은 당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31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통합신당 초기의 당 리더십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유승민) 공동대표가 통합신당 초기 지방선거까지의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선거를 치러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바른정당 입장에선 당내에서 안 대표가 사퇴하는 문제, 그게 왜 통합과 직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사실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대표직 사퇴와 통합 사안이 결부되는 데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처럼 중립파는 물론 바른정당까지 안 대표의 제안에 불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자 통합 반대파는 힘을 받았는지 이날 한층 공세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는데, 박지원 전 대표는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 카드에 대해 “(대표직 사퇴 후) 지방선거 선대위원장으로 전면에 서겠다는 의지”라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주평화당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인 최경환 의원까지 같은 날 “중립파 전원의 합당 참여를 전제로 사퇴하겠다는 것은 중립파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라며 “안 대표의 사퇴는 공동대표 (중립파에 주겠다는) 유인책으로 민평당 창당 때까지 어떻게든 중립파를 붙잡아두겠다는 시간벌기에 불과하다. 안철수식 꼼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평당 창준위 측은 안 대표가 내달 4일 예정됐던 전당대회마저 취소한 채 전당원투표와 중앙위 추인의 형태로 우회해 통합을 강행하려는 데 대해서도 31일 장정숙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전당대회 고유 권한인 합당을 중앙위에서 대신 의결하는 것은 최고의결기구인 전대와 대표당원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정당법 위반이자 민주주의를 또 한 번 짓밟는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특히 전당대회를 전당원투표로 대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게 되면 안 그래도 이번 안 대표의 제안에 반감을 드러낸 중립파를 재차 자극하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로선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얻는 건 분명 있다는 생각에 통합 추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합 전 사퇴 중재안은 끝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중립파 내 강성으로 꼽히는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31일 중립파 회동 뒤 “거취를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를 해야 한다. 아직 100% 합치가 안 된 상태”라며 “생각들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내부 이견이 있음을 밝혔는데, 중립파가 분화될 경우 안 대표로선 민평당 측에 합류할 인원을 한 석이라도 줄여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방해할 수 있으면서도 중립파 전원이 통합신당에 합류한 게 아니기에 조건을 내걸었던 ‘대표직 사퇴’ 약속 또한 번복할 명분이 생겨 바른정당이 원하는 ‘공동대표안’에 응할 수 있기에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중립파 동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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