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 등 두산 경영진의 형이 확정되고 나서 회사 인사팀은 김씨에 대해 ‘명예훼손’에 대한 사실조사에 나섰다. 고발을 취하한 지 8개월이 지난 뒤였다.
‘형제의 난’이라는 광풍이 두산그룹에 몰아닥친 후 얼마나 지났을까.
아직까지 그때의 ‘후폭풍’이 두산중공업을 감싸고 있어 긴장감이 감돈다.
이유는 무엇일까?
두산중공업이 회삿돈 286억원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경영진을 비난하는 글을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올린 직원에 대해 “취업규칙과 상벌규정에 따라 권고사직에 처한다”는 미명아래 한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몬 것이다.
무엇보다 의문이 가는 점은, 노동자가 회사를 비난하는 글을 쓴 당시에는 별다른 ‘액션’도 취하지 않다가 무려 8개월이 지난 시점에 발생한 사건이라 궁금증은 더더욱 커져만 간다.
두산중공업 사무직 직원이면서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조합원인 김 모 씨는 지난해 말부터 두산 경영진 비리사건이 터졌을 때 노조 지회 홈페이지에 ‘새길벗’이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렸다.
두산중 사측은 올해 1월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가 그 글을 올린 사람이 직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고발을 취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측은 지난 10월말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씨에 대해 ‘권고사직’ 처분을 내렸고, 김씨가 재심을 요청해 11월17일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인사위원회는 11월24일경 재심 결정을 통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 지회’와 ‘두산중공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김씨에 대한 ‘권고사직’ 처분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 지회는 지난 11월17일과 22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김씨에 대한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했던 것으로 확인 됐다.
이와 관련, 재심이 있던 날 박종욱 지회장이 참석해 징계의 부당성을 변론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박 지회장은 “징계사유가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명예훼손이라지만 명확한 내용을 본인한테 제시하지 않았고, 470여건의 글을 올렸다고 하는데 사전예고나 경고절차가 없다가 함정을 파서 중징계를 유도했다”고 언급한 뒤 “일정상 지난 1월에 있었던 일을 지금에 와서 중징계하는 것은 보복적 차원”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소식지를 통해 전달됐다.
이번 사건의 주요일지는 이렇다.
지난해 두산그룹 ‘형제의 난’이 터진 뒤,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홈페이지에는 박용성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공금 횡령과 분식회계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노조 지회 조합원이던 김모씨도 ‘새길벗’이라는 닉네임으로 신문기사를 옮겨 놓거나 경영진을 비판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박용성 전 회장 등 두산 그룹이 비리사건에 대해 사과하자 ‘회장님, 사과가 뭐 이래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황우석과 검찰, 그리고 박용성과 노동자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두산 재벌과 검찰을 비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 측은 올해 1월 노조 지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게시된 글과 관련해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창원지검에 고발했고, 창원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의 수사 결과, ‘새길벗’은 사무직 직원 김 모 씨로 밝혀진 것이다.
김 모 씨는 경찰에 긴급 체포돼 수사를 받았다가 당일 사측에서 고소를 취하하면서 풀려났다.
그러나 박용성·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 등 두산 경영진의 형이 확정 되고나서 회사 인사팀은 김씨에 대해 ‘명예훼손’에 대한 사실조사에 나섰다.
고발을 취하한 지 8개월이 지난 뒤였다.
모 언론사의 보도내용에 따르면 ‘노조 지회’와 ‘두산중공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의 일부 조합원들은 김씨에 대한 징계가 결정될 경우, 박용성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비리로 인해 두산중공업이 입은 손해가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김씨에 대해서는 내부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가 열린 것이며 2003년부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회사를 비방해 왔다”면서 “지난 1월 고발 취하를 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행태들을 보면 직원으로 인정해 줄 수 없는 차원 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모 언론사의 보도내용에 의해 확인 됐다.
더불어 관계자는 모 언론사의 취재를 통해 “박용성 전 회장과 김 모 씨의 사례는 완전히 별개다”면서 “지난 1월에 있었던 일을 지금에 와서 징계 절차를 밟게 된 것은 김씨가 노조 활동을 계속해 왔고 임단협 교섭 중에 있어 노조 탄압으로 비춰질 수 있어 참아왔던 것”이라고 의견을 밝힌 것으로 확인 됐다.
힘없는 ‘약자’들...
사측의 주장이나 노조 측의 주장을 종합했을 때, 명확한 ‘선’을 긋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마라’라는 말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 근접해서도, 의혹을 남겨서도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두산중공업측의 ‘징계’가 과연 객관적이었는지, ‘사심’이 배제된 냉정한 판단이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 “앞날을 내다보는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
회사가 자행한 조합원의 ‘권고사직’ 중징계에 대한 재심결과에 전 조합원의 촉각이 곤두세워져 있다.(중략)
이와 관련하여 지회는 여러 차례 회사 경영진을 만나 사건의 본질과 이후의 노사관계 등을 우려하며 바람직한 방향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해왔다.
두산 입성 후 노사관계는 많은 얽힌 문제를 양산해 왔다. 엉킨 실타래를 급하다고 하여 일도양단(一刀兩斷)하여 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후과를 남기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미래를 생각하고 전망을 열어나가는 사람이라면 어렵고 급하다 하더라도 엉킨 실타래를 차분하게 하나하나씩 풀어 나가는 것만이 문제에 대한 올바르고 성숙한 대응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중략)
특히 ‘GLOVAL NO.1’을 말이 아니라 정말로 하려한다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며 이것은 이제까지 가졌던 생각과 선입견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회사의 이런 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 (하략)
<주간소리모아 17-27호/ 2006년 11월 17일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