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원작의 연극 "빵집"
브레히트의 냉철한 이론을 접해본 이들이라면 브레히트가 써낸 희곡에서 엿보이는 치열한 삶의 투쟁과 열렬한 정서에 짐짓 놀라고 말 것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브레히트가 이렇게까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기까지는 그가 써낸 여러 희곡들 - 특히 그의 대표작으로 불리워지는 <사천의 착한 사람들> - 이 부르짖는, 계급 간의 갈등과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열변이 어지러운 사회현실 속에 놓여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했기 때문일 듯도 싶은데, 이번에 공연되는 브레히트극 <빵집>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가장 큰 문제점인 계급 간의 갈등과 소유와 생존에 대한 문제가 그득히 제기되고 있는 작품이다.
<빵집>은 브레히트가 1930년대 중반에 써낸 단편인 <푼돈을 위한 싸움>, <과부 크웩부인의 나무>, <빵으로 싸우는 전투와 워싱턴 마이어의 죽음> 등 세 편의 단편이 하나로 묶여 이어진 연극이자, 브레히트 원작이 지닌 음악성과 시적인 특성을 극대화시킨 음악극이다. <빵집>에는 어느 빵집을 둘러싼 '권력'의 투쟁, 사회적으로 강한 자와 약한 자의 관계가 처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공권력도 민심도 결국은 모두 강한 자의 편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으며, '가진 자'로서 권력을 지니고 있는 빵집 주인은 자신, 그리고 자신의 '빵'과 관계되어 있는 모든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극중 한 등장인물이 딱딱한 빵덩어리에 머리를 맞고 목숨을 잃게 되면서, 비로소 '빵'은 '삶의 양식'을 벗어나 '무기'로까지 비화되어 버리고 만다.
이토록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독일 출신인 마뉴엘 루트겐홀스트의 연출과 역시 브레히트 원작인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와 <인생은 꿈>을 번안하여 '브레히트 작품 번안 전문가'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배삼식의 각본, 뮤지컬 <리어왕>, <마지막콘서트>와 함께 단편영화 <소풍>의 작곡으로도 잘 알려진 김태근의 음악을 통해 재치있게, 그리고 감각적으로 - 힙합과 랩 음악까지도 극중으로 뒤섞여 들어간다 - 관객들에게 다가갈 예정이어서, 브레히트극에 익숙치 않은 관객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어필할 수 있을 듯 싶다.
(장소: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일시: 2004.05.0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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