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호황이나 외국인 투자자들만 재미 봐
한국의 수출역군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땀흘려 벌어들인 달러가 결국에는 외국인들이 다시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9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한 것이지만, 흑자규모는 전달의 28억9000만달러의 3분의 1수준으로 크게 축소됐다.
3월 자본수지 흑자폭 크게 감소
이처럼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한 것은, 12월 결산법인의 대외 배당금 지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소득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 3월 중 상품수지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26억9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흑자규모는 전달의 30억달러보다 3억1000만달러 축소됐다. 통관기준 수출은 212억2000만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39% 증가한 반면 수입은 190억5000만달러로 20% 증가하는데 그쳤다. 소득수지는 배당 지급이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전달의 5억9000만달러 흑자에서 7억2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적자규모는 지난해 4월의 -12억1500만달러 이후 11개월만에 최대규모. 서비스수지도 6억5000만달러 적자로 적자폭이 전달의 -4억6000만달러보다 1억9000만달러 확대됐다. 여행수지 적자규모는 3억7000만달러로 전달에 비해 소폭 줄었으나 기타서비스수지가 특허권 등 사용료 지급 증가 등으로 6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전달보다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3월 경상수지가 소득수지를 제외하면 1~2월과 큰 차이가 없다"며 "수출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1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3월중 자본수지는 내국인 해외증권투자자의 증가 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순유입, 예금은행의 해외중장기채 순발행 등으로 4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의 22억1600만달러보다 크게 감소한 것. 자본수지 흑자폭이 크게 감소한 것은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44억5500만달러로 2월의 41억1천만달러보다 늘었으나 정부의 세계은행(IBRD) 자금 상환, 은행 본점의 해외 지점 대출 등으로 기타 투자의 유출 초과가 6억4400만달러에서 24억1000만달러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만 수출호황 특혜 누려
이처럼 3월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게 감소한 원인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 때문. 실제로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은 10억5000만달러로, 3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3월 상품수지 흑자 26억9000만달러의 40%에 달하는 것.
문제는 4월에도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많을 것이란 점이다. 한국은행은 4월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지급될 배당금이 3월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4월 경상수지 흑자는 3월보다 더 줄어든 5~6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3월과 4월은 계절적으로 배당지급이 많은 달이다"며 "4월에는 배당지급이 3월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보여 4월 경상수지 흑자는 5~6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기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데, 외국인들은 수출 호황의 과실을 엄청나게 챙겨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에 배당금으로 33억8000만달러(4조원)을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 추이를 보면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억달러 안팎에 머물렀던 것이 외환위기 직후인 97년 6억달러를 기점으로 급증하기 시작해 98년 5억달러, 99년 10억3000만달러, 2000년 18억4000만달러, 2001년 22억4000만달러, 2002년 24억4000만달러, 작년 33억8000만달러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배당수입은 98~99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2000년 4억2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으며, 지난해에는 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금융계에서는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도 높아지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금 지급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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