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가 단속 경찰, '굿 마친 뒷장구'
윤락가 단속 경찰, '굿 마친 뒷장구'
  • 오공훈
  • 승인 2004.05.03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납비리' 폭로 소동 이후 집장촌 단속 강화
서울 용산 일대 윤락업주의 '상납비리' 폭로를 계기로, '집장촌'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서울 청량리 일대 '588'과 성북구 월곡1동 '미아리 텍사스', 용산구 한강로, 강동구 천호동 일대 성매매업소 관계자들은 정부의 잇따른 단속 강화 움직임에 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다 최근 '집창촌 폐쇄' 방침 발표, 경찰 및 관련기관의 감독 강화 등으로 손님이 격감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주장했다. 청량리의 한 업주는 "요즘은 경찰이나 정부가 너무 한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 아닌가"라며, "영업이 안돼 빚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책도 없이 업주들을 무조건 범법자로 낙인을 찍고 몰아붙인다면 반발이 심해지는 건 당연하다"고 푸념한다. '특별 점검'이라기보다는 홍보 이벤트?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 '집창촌(사창가)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은, 4월 27일 전국 주요 집창촌 12곳에 대한 '인권유린사례 특별 점검 및 단속'을 실시했다. 이번 단속은 서울 용산 집창촌 윤락업주의 '상납비리' 폭로·분신 여파에다 성매매업소 업주들의 정부 단속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실시돼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날 있었던 점검 및 단속은, 경찰이 애초에 밝힌 '인권유린사례 특별 점검'이라기보다는 사실 상 홍보성 이벤트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소방·행정 공무원, 의사·변호사, 시민단체 등과 단속반을 만들어 오후부터 각 지역별 집창촌에서 2~3시간에 걸친 점검과 단속을 벌였다. 특히 필리핀 등 외국대사관 직원들도 사상 처음으로 단속에 동참했다. 경찰청과 경기지방청 합동단속반은 오후 7시15분 경 경기 파주시 속칭 '용주골'에 도착, 변호사 7명, 의사 10명, 미국·필리핀 대사관 직원 4명, 시민단체 관계자 15명 등과 함께 점검에 들어갔다. 일제 점검을 통해 사창가 윤락업주들과 윤락녀간 빚 선불금 조사와 함께 '성매매조건으로 한 빚이나 선불금은 무효'라고 적힌 스티커 500매를 부착하고 호신용 경적 500개를 배부했다. 하지만 175개 업소가 영업하던 용주골은 이날 90여곳만 문을 열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성매매 여성들은 저녁 무렵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지만, 단속반이 들이닥친 용주골에 남성 고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속된 말로 '장사 공친' 것. 그런데 단속반은 정부의 강한 의지와는 다소 어긋나게, '형식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즉 성매매 여성들과 면담에 들어갔지만, 형식적인 대화에 그친 것. 숨을 죽인 가운데, 불만 가득 품은 분위기 서울청 단속반은 모두 41명의 인원이 서울 월곡1동 '미아리 텍사스'에서, 부산청 단속반은 부산 '완월동'에서 각각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대구청은 대구 '자갈마당', 인천청은 인천 '옐로우하우스'에서 특별 점검을 벌였다. 또한 경찰청과 각 지방청 단속반은 이날 건물 안팎의 잠금장치, 창문폐쇄, 쇠창살, 감시용 CCTV 설치 등 인권유린사례를 점검했다. 또 단속반에 동행한 변호사들은 비자발적 성매매 여성의 경우 성매매 피해자로서 처벌대상이 아니라 보호대상이라는 점과 함께 성매매를 조건으로 미리 지급받은 임금인 '선불금'은 불법원인에 따른 '채무무효'임을 알렸다. 의사들은 부인과 진료와 기본적 진료상담을 실시했다. 또한 동참한 변호사·의사들은 관련 내용이 담긴 수첩 등을 성매매 여성들에게 나눠준 뒤 "나중에 연락하라"는 말만 남기고, 실제적인 상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이 전국 주요 집창촌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 이날, 서울과 지방의 주요 집창촌은 전반적으로 숨을 죽인 분위기.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업소 업주들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추진되는 집창촌 폐쇄방침을 알리고 다른 업종으로 바꿀 것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주들은 "경기 침체로 영업이 어려운 상황인 데다 관련기관의 감독 강화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용주골의 한 업주는 "아무런 대책 없이 무조건 문을 닫으라고 하면 어느 업주가 말을 듣겠느냐"며 불만을 크게 터뜨리기도. 더구나 서울지역 단속반은 성매매 여성들을 한 업소로 불러모아 사진 촬영을 시도했다. 이에 성매매 여성들은 "우리가 죄인이냐"며 촬영을 거부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단속에 참여한 한 경찰관조차 "이런 단속은 이벤트성 홍보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한마디로 안팎으로 반응이 시원찮은 것. 한편 전국의 성매매업소 업주 연합체인 '한터' 측은 이날, "정부의 사창가 폐쇄방침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여론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정부에 폐쇄방침 철회 등 요구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주는 "여기 말고도, 이발소, 안마시술소, 단란주점, 노래방 등 매춘을 하는 곳은 사방에 널렸다"며 "여기를 족친다고 해서 몸파는 여성이 없어지겠느냐"고 거칠게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