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 보내온, 한국팬들에 대한 '디럭스 선물'
노르웨이에서 보내온, 한국팬들에 대한 '디럭스 선물'
  • 이문원
  • 승인 2004.05.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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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의 "The Ultimate Secret Garden"
유로팝에 대해서 누구라도 모종의 편견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단 한 단어로 대표될 수 있을 법도 한데, 유로팝에 대한 모든 설명은 '아바'라는 단어 하나로 이미 끝나버린 듯한 인상이 드는 것. 실제로 유로팝이 '아바'가 지니고 있던 강점들과 단점들을 아직까지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이며, 멜로디 위주의 단순하고 조금은 유치한 댄스 튠과 비트, 그리고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 듯한' 감상적인 가사들. 어찌보면, '대중음악'의 정도를 걷고 있는 듯해 특별히 비난할 만한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더군다나 요즘과 같은 어지럽고 혼란스런 시대에 유로팝은 가히 선정주의적이라는 생각까지도 들게 되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본국을 제외하곤 유독 한국에서만 인기가 있다고 전해지는 노르웨이 출신의 유로팝 밴드 '시크릿 가든' 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밴드이다. 키보디스트이자 작곡가인 롤프 러블랜드와 아일랜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피오누엘라 쉐리가 만나 결성된 '시크릿 가든'은 크로스오버 뉴에이지 음악을 한다고 '표방'은 하고 있지만, 실제 그들의 음악은 기존 유로팝의 전형에서 전혀 벗어나있지 않은 듯 여겨지며, 오히려 단순명료하며 정직했던 기존 유로팝 밴드에 비해 지나치게 멋만 부렸다는 느낌도 든다. 지난 2001년의 내한공연과 얼마 전 다시 내한하여 한국의 소프라노 신영옥과 함께 공연을 가진 '시크릿 가든'이 한국팬들을 위한 특별반의 형식 - 그 옛날 'Japanese Girl'이라는 자신들의 곡을 '한국 실정에 맞춰' 'Korean Girl'로 개사해 부른 보이밴드 '조이'가 다시 떠오르는 대목이다 - 으로 발표한 앨범 은 이런 유로팝 선정주의를 꼼꼼히 잘 살펴볼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우리가 지닌 대중주의와 그들의 것이 얼마나 닮아있는지, 그리고 유로팝이라는 것이 그 형식면에서 우리의 K-POP과 얼마나 닮아있는지에 대해 확인해 볼 수 있는 앨범이다. 'Song from a Secret Garden', 'Nocturne', 'Adagio', 'You Raise Me Up'와 같은 그들의 히트곡이 실려있으며, 소프라노 신영옥이 보컬을 입힌 곡이 3곡, 그리고 릴리함메르에서 열린 콘서트 실황 중 라이브 트랙 10곡이 들어있는 보너스 cd가 포함된 이 앨범은 '시크릿 가든'의 팬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의 의미로서, 그리고 '시크릿 가든'을 혐오하는 이들에게도 '연구서'의 의미로서 한번쯤 감상하고 소장해 볼 만한 음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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