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오후 7시쯤 경기 포천시 베어스타운 스키장 중급자 슬로프에서 4인승 리프트 2대가 충돌해 높이 7m 아래 계곡으로 추락, 리프트에 타고 있던 7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이 모(27)씨 등 2명은 머리에 뇌진탕을 일으키고 갈비뼈 골절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인근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형식뿐이었던 합동점검
그러나 추락 참사 이후에도 버젓이 이어진 영업,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스키어들은 '황당한 건 얼추 정리가 되자, 리프트 운행을 재개했다는 겁니다. 다시 사람들 태워서 올려 보냈어요.'
'리프트 사고는 스키장의 이익만을 따지는 업주와 수수방관으로 허가를 내주는 강원도, 경기도의 합작품입니다. 스키장 리프트 낙하사고에 대비해 상식적으로 당연히 있어야 할 안전그물에 관한 법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역시 없었습니다. 하루의 쾌감을 위해서 여러분의 목숨을 걸어놓고 타셔야 할 겁니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베어스타운 스키장 관계자는 ‘사고 당시 리프트에서 내리지 못한 승객이 있어 그들을 안전하게 내리게 하기 위해 계속 리프트를 가동시켰다’고 해명하며 ‘개장 첫날 많은 내방객이 즐기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시설을 올 스톱 했을 경우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을 우려했다'면서 '단순히 영업 욕심을 부린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7명의 중·경상자를 낸 이번 사고, 더욱 놀라운 점은 개장을 앞두고 관계기관에서 2차례나 삭도시설에 대한 합동 점검을 했다는 것이다.
포천 베어스타운에 따르면 스키장 개장을 앞둔 지난 10월23일 교통안전공단 관련 부서에서 실사를 나와 사고가 난 리프트를 포함, 리프트 8개 라인과 제동장치 등 28개 항목에 대한 안전 상태를 5일 동안 점검했다.
개장 직전인 지난달 30일에도 경기도, 포천시, 소방방재청 등 유관기관에서 리프트를 포함한 슬로프 전반에 걸친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특히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삭도시설 정기점검 결과에서는 전 항목이 적합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나 정기점검이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점검을 한지 불과 3일 만에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고, 이를 지켜 본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시민 박모씨는 '책임 있는 정부 기관과 단체에서 안전점검을 일주일씩이나 했다는 게 이 모양이냐'며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 다시는 이 같은 후진국형 인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 베어스타운 관계자는 '리프트 중 1대가 와이어와 리프트를 연결하는 부위의 고장으로 멈춰서는 바람에 뒤따라오던 리프트와 엉키며 함께 추락한 듯하다'며 '개장 첫날인 이날 오전에도 리프트 점검을 했지만 안전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또한 ‘당분간 야간에는 운행을 하지 않을 방침’이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리프트에 대한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프트 사고는 일반적으로 전체 리프트가 멈추면서 발생하는데 이번처럼 리프트 간 추돌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오작동이 아닌 정비 불량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천시는 사고 리프트에 대해서는 운행정지토록 행정처분하고 다른 리프트에 대해서도 긴급점검토록 조치키로 했다.
한편 추락 사고를 수사 중인 포천경찰서는 리프트와 와이어를 연결하는 부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사고 원인을 분석한 뒤 스키장 측의 과실 여부에 따라 스키장 관계자에 대한 형사입건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안전불감증 인재, 이제 그만
사실 베어스타운 스키장의 안전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운행 중이던 리프트가 야간에 공중에 갑자기 멈춰 리프트 이용객 30여명이 1시간 동안 추위와 공포에 떠는 등 해마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었다.
특히 지난 시즌 개장 직후인 지난해 12월에는 이 스키장 숙박동 1층 객실에서 불이나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 했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은 채 해마다 이어지는 사고, 뒤늦은 보상으로 상황을 모면하기에만 급급한 회사 앞에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한편 베어스타운은 사고가 난 리프트만을 중단한 채 나머지 시설들은 안전하다며 정상가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