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열차 타고 대권가도 나선다?
짝퉁 열차 타고 대권가도 나선다?
  • 이준기
  • 승인 2006.12.09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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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열차 페리’ 구상 ‘거짓과 진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한나라당내 유력한 대권주자중 한 명인 박근혜 전 당 대표가 야심차게 내놓은 ‘열차 페리’ 구상이 이미 정부가 기획·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지난 1998년 건교부는 ‘한·중 열차 페리’ 구상을 시작했으나 경제적 타당성 등이 낮은 것으로 조사돼 사실상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과의 여론조사 지지율차이가 급격히 벌이지고 있고,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어, 이를 견제하기위해 타당성에 대한 정밀조사 없이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인천, 평택, 목포, 군산 등 ‘열차 페리’를 연결할 지역으로 대두되고 있는 서해안 지역이 박 전 대표가 열세인 곳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표심을 잡기위한 ‘지역적 공약’이 아니냐는 해석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격이다.

어쨌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지 않았던 박 전 대표가 처음으로 내놓은 정책이 ‘열차 페리’라는 점은, 여러 측면에서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경쟁관계로 이끌어 가려는 분석에 힘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열차 페리’ 구상이 과거 정부가 밀어붙였으나 막힌 점, 현재 인천시 등에서 추진 중인 점 등은 이미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격’이라는 의심을 떨쳐내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열차 페리.’ 최근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대선 공약이다. 중국을 방문중이던 지난달 27일 박 전 대표는 한·중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한국의 서부항구들과 중국의 해안 도시들을 연결하는 열차 페리를 운항하는 것도 좋은 계획이라고 밝혔다.

열차 페리, 박근혜 정책 아니다

박 전 대표의 ‘열차 페리’ 구상을 놓고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대권행보의 최대 걸림돌인 이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 등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영남지역에서 다소 밀리는 듯한 이 전 시장이 본격적인 국토개발 공약을 내놓기 시작했고, 박 전 대표도 이를 의식, 급하게 내놓은 것이 ‘열차 페리’ 구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열차 페리’를 중국과 연결할 지역으로 인천, 평택, 군산, 목포 등 서해안 지역은 박 전 대표가 열세를 면치 못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지역적 공약’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는 것.

박 전 대표 쪽에서도 ‘열차 페리’가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와 비교, 규모면에서도 월등하고, 현실성 또한 앞선다는 것을 강조하는 형국이다.

즉, ‘한반도 대운하’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할 수는 있지만, 17조원이라는 엄청난 건설비용과 환경파괴에 따른 시민단체의 반발, 경제성에 대한 의문, 지역주민들이 풍수지리를 파괴한다고 하는 주장 등 반대여론도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는 것.

반면 박 전 대표측은 ‘열차 페리’가 기존의 중국 횡단철도와 연결만 하면 되는 것이고, 또 한달 전 중국 옌타이항~다롄항 구간 시험운행에 성공한 구체적 사례가 있어 ‘현실성’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측의 주장에 따르면 단 돈 100억원이면 된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의 17조원과 비교해 ‘싼값에 큰 장사’를 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열차 페리’ 구상을 기획·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김재원 한나라당 기획위원장도 “서양에서도 25개국에서 31개 노선이 운행 중이고 지엠대우 등 몇몇 기업이 사업 참여를 원하고 있다”며 “중국도 원하고 있어, 정부의 의지만 받쳐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업이 타당성과 진정성 부분에 의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이미 ‘한·중 열차페리’ 사업을 해당기관과 함께 추진한 한 바 있고, 경제적 타당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실상 사업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업을 추진했던 부처인 건교부의 사업계획안이 박 전 대표가 내놓은 ‘열차 페리’ 구상과 여러 가지로 유사한 측면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교부 철도정책팀 관계자는 “당시 한·중 양국은 국내 화물열차가 인천항에서 배로 옮겨져 연태항·대련항을 거쳐 중국횡단철도와 직접 연결하는 구상안에 대해 협의를 했다”고 말해 박 전 대표의 구상과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차이점이 있다면, 건교부의 구상안보다 조금 더 큰 틀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전부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9일 중국에서 “한국의 서해안에서 중국으로 열차페리를 연결하면 대련에서는 시베리아횡단열차로 연결될 수 있고, 연태로 연결되면 중국의 중국횡단열차를 통해 유럽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밝히지 않은 이유는 무엇?

박 전 대표가 ‘열차 페리’ 사업이 분명 과거 해당기관이 추진했던 것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왜 자신의 공약인 냥 밝히지 않은 것일까.

박 전 대표가 ‘열차 페리’ 구상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6개월 전쯤인 것으로 전해진다. 측근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전문가와 학자들로부터 자문을 받으면서 관련 구상을 가다듬어왔다는 것.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2002년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남북한 철도를 연결하자는 데 합의했고, 지난 번 독일을 방문했을 때에도 메르켈 총리와 만나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하는데 힘을 모으자고 약속했다”며 “7년 전부터 이런 구상을 했다”고 반박했다.

‘열차 페리’ 구상은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재원 한나라당 기획위원장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의 측근은 박 전대표의 열차 페리 구상과 관련,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전 대표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가 왈가불가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당 정책으로 나온 것도 아니고 대선주자의 입에서 나온 것인데···”라며 말을 흐렸다.

그는 건교부가 추진했던 ‘한·중 열차 페리’ 구상과 관련, “행정부의 정책은 향후 10년에서 20년까지 정책을 리스트 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를 정치인이 적시적소에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박 전 대표가 이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텐데, ‘10년 전에 나온 정책이다, 100년 전에 나온 정책이다’라고 비판하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비서실장이었던 유정복 의원의 측근도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열차페리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며 “박 전 대표가 발표한 ‘한·중 열차페리’사업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뭐라 할말이 없다”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이 강조하는 것은 이는 ‘열차 페리’ 구상이 국가 이미지상승과, 경쟁력 차원에서 내놓은 하나의 정책일 뿐, 대선 공약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이를 두고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비교되는 것으로, 확대해석을 하지 말라는 것만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마치 대선공약인냥 비춰지는 것이 뻔한데, 정책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내놓은 것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분석이다.

떳떳한 공약으로 겨뤄야

박 전 대표의 ‘열차 페리’ 구상은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비교해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한 정치평론가는 1년이나 남은 대선에 앞서 확실한 검증과 출처의 의심을 떨쳐 내지 못한 정책적 공약이라면, 국민들은 ‘실속 없는 헛된 공약’이라는 의심만 살 것이라는 점을 대선주자들은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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