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순.
연인들의 마음을 떨리게 하는 ‘고백’이 아닌 지난날의 과오를 밝히는 ‘고백’이 두산산업개발에서 불거져 나왔다.
당시 두산산업개발측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의 매출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2천7백97억원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해당년도의 진행 중인 공사 진척도에 따라 매출을 계상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진행이 실제보다 더 이뤄진 것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매출채권과 잉여금이 과다 계상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난 6일.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말았다.
세간에 큰 화제를 몰고 왔었던 속칭 ‘형제의 난’
그 ‘전쟁 아닌 전쟁’에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리품’이 나온 것으로 확인 됐다.
법정 최고한도인 20억 원 이라는 과징금.
그리 달갑지 않은 ‘전리품’이 두산산업개발에 안겨진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지난 6일 두산산업개발에 대한 회계감리 결과를 발표 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증선위는 “지난 1995년부터 공사수익을 과대계상하는 방식으로 최고 3천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외주업체에 지불하는 공사비 등을 과도하게 지급한 뒤 그 차액을 되돌려 받아 대표이사 등이 사용했음에도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후 “1997년부터 2005년 반기까지 이 같은 임직원 관련 미수금 과소계상 금액은 최소 219억2천900만원이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두산산업개발은 자산과 부채를 임의로 상계처리하는 방법으로도 자산·부채를 최고 612억4천300만원을 과소계상한 것이 드러났다고 조사 결과를 전했다.
그 결과 증선위는 두산산업개발에 20억원이라는 법정 최고한도인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또한 2년간 감사인을 지정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증선위는 담당 임원 1명에 대해서는 해임을 권고하고 전 임원 4명에게는 해임권고 상당의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두산산업개발은 “이번 회계감리는 두산그룹 전반에 대한 진정서가 검찰에 접수돼 시작된 것이고 금융감독당국이 감리에 착수하기 전에 자진공시를 했기 때문에 분식 자진고백에 따른 감리조치를 면제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두산산업개발의 경우 워낙 분식규모가 크고 사회적 물의를 빚은 만큼 조치를 경감 받거나 법정최고한도 과징금 20억 원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색다른(?)’ 의견도 나왔다.
관련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과징금 20억원이라는 의미는 현행 증권거래법상 회계처리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의 최고 금액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벌금’의 의미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한 뒤 “부도덕한 모습을 보이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선전포고’가 아니겠는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체질 변화가 필요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기업들 스스로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로 발돋움하는 일류기업의 초석은 투명한 기업 경영이 밑바탕 돼야 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증선위의 결정이 향후 재계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