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사임을 요구하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퇴장한 더불어민주당의 ‘법사위 보이콧’에 대응해 자유한국당이 상임위원회 전체에 대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안미현 검사가 폭로한 권성동 한국당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에서 시작된 여야의 공방이 국회 보이콧으로 이어지면서 2월 임시국회의 파행이 우려된다.
◆여당 의원, 위원장 사임 요구하며 퇴장...법사위 파행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법사위원장직 사임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해 파행됐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6일 오전 회의가 개의하자마자 “권성동 위원장이 법사위를 주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같은당 박범계, 박주민, 백혜련, 이춘석, 정성호, 조응천 의원과 함께 퇴장했다.
이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2013년 강원랜드에 채용된 518명 중 493명이 부정채용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며 “특히 권성동·염동열 등 현직 국회의원도 부정채용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논란 중심에 권성성 법사위원장이 있다. 채용비리는 지금의 심각한 청년실업난을 생각할 때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권 위원장의 혐의유무가 명확해질 때까지 법사위원장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국회의원은 심의 대상 안건이나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의 사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소명하고 관련 활동에 참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을 언급하면서 “국민들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면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채용비리와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성동 위원장은 신상발언을 통해 의혹을 부정하면서 “제가 바보냐, 수사와 관련해서 압력을 행사할 바보가 아니다”라면서 “증거도 없는데 고발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소환해 조사받으라는 게 인권 침해이고 직권 남용”이라고 강변했다.
권 위원장은 “하루 빨리 수사해서 실체를 밝혀달라”면서 “명예를 훼손하고 수사 기밀을 누설한 안(미현) 검사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7일 오후 서울 국회 본청 제4회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강원랜드 채용비리 검찰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의원이 참석했다.](/news/photo/201802/180163_210217_53.jpg)
◆법사위 파행 비판하던 한국당, 국회 보이콧 선언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의원들에 의한 법사위 파행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6일 ‘민주당은 법사위 파행 정치공세 당장 중단하라’는 논평을 내고 “당사자의 '허위사실'이라는 적극적인 입장 표명에도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사임을 주장하며 생떼를 부렸다”며 “상임위가 시작되자 일방적인 주장만 펼치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미리 상임위 파행을 모의하고 들어왔다는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여론몰이, 정치수사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오늘의 사태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법사위에 복귀해 민생법안 처리에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다음날인 7일에는 안미현 검사의 의혹제기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민주당의 사임요구을 반박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어제(6일) 대한민국 국회는 정쟁을 없애고 국민이 하나 된 세계인의 평화대축제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고자하는 제 1야당의 순수한 바램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인 민주당이 추미애 당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의 사주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위원들이 일방적으로 법사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그 산적한 법안들을 뒤로 미룬 채 퇴장을 하고 파행을 일삼은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러내는 집권당의 모습인지 우리 국민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사건은 안미현 검사 혼자 수사한 것이 결코 아니다. 춘천지검 14명 검사 중에 6명의 검사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붙었다. 안미현 검사도 그 중 한명일 뿐”이라며 “안미현 검사가 제기한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그런데 안 검사의 세 가지 주장은 당시 시간순서와 사실관계를 비춰볼 때 모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그런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구체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이 모두 추측에 불과한 그런 주장을 이 문재인 정권이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대통령이 나서고 집권당이 나서서 올림픽을 불과 3일 앞둔 시점에 국회를 파행시키는 이런 대한민국 저는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방적인 주장으로 제 1야당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내부적 고발이 병행돼선 절대 안 된다” 비판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야당 법사위원장을 타깃으로 한 3차 강원랜드 재재수사,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는 논평에서 “어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양부남 광주지검장을 특임검사로 하는 3차 강원랜드 채용비리 재재수사팀을 만들었다. 야당 법사위원장을 타깃으로 한,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전형적인 정치보복”이라며 “지금은 권성동 의원에 의한 수사외압이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 하명만 바라보는 정치검찰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내내 권성동 위원장의 사임을 요구했고, 급기야 7일 오후 자유한국당은 다음날인 8일부터 모든 상임위 법안 심사를 거부하기로 결정하고 각 상임위 간사들은 소속 의원들에게 “지도부(원내대표) 결정에 따라 의사일정을 보이콧 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을 명확히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민생국회를 위한 민주당의 협조를 촉구한다’는 구두논평에서 “민주당은 본인들이 제안한 정쟁중단은 물론 민생까지 내팽개친 채 정치공세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러한 민주당의 행태는 국회의 역할은 무시하고 집권여당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에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의 국회운영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히면서 “2월 국회가 민생을 외면한 빈손 국회로 끝나게 된다면 모든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진심어린 사과와 태도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국회 보이콧 비판...“한국당 제외한 야당과 의사일정 진행할 것”
이렇게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이라는 강수로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일 오후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명분없는 행동에 책임져야’라는 서면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의 국회 일정 거부는 권성동 법사위원장의 사퇴 촉구가 이유라고 한다”며 “자유한국당은 강원랜드 특혜 취업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법사위원장을 위해 전체 국회일정을 중단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제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자유한국당의 어떠한 국회 훼방에도 민생국회를 위한 노력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정해진 의사일정 진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국회 일정 강행의사를 밝혔다.
한국당의 국회일정 보이콧이 시작된 8일에도 민주당의 비판은 계속됐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법사위원장의 일신상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타 상임위마저 보이콧에 나섬으로써 2월 국회를 시작부터 혹한기로 만들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은 국회법과 국회 윤리규칙에 따라 자당 의원의 의혹과 제척사유에 대해서 엄중히 받아들이라고 하는 사회적 요구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의사일정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하고, ‘국회’ 전체를 볼모로 잡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야말로 ‘민생탄압’이고, ‘민생보복’이 아닐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은 국회 본분을 지키고, 민생법안 처리 등 국회 정상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여야가 한 뜻으로 평창 결의안을 통과시켰듯이, 2월 임시국회에도 민생입법 처리에 여야가 온 힘을 모아야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박홍근 수석부대표는 “당대표는 ‘언론보복’에 몰두하고, 법사위원장은 ‘검사압력’에 몰두하고, 운영위원장은 ‘국회보이콧’에 몰두하고, 소속 의원들은 ‘올림픽 방해’만 몰두하고 열중하는 자유한국당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고, 이것이 정당인지 국민들 물음에 답해야 한다”고 비꼬면서 “자유한국당은 지속적인 국회파행과 정쟁시도, 법안처리 무산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비판을 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합의되어 있는 각 상임위와 법안소위는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참석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김현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이번 자유한국당의 상임위 전면 보이콧은 ‘권성동의원 구하기 방탄 보이콧’으로 명명한다”면서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한심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2월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 들어 흠집 내기와 색깔론을 동원하며 오로지 정치공세에만 매달려 왔을 뿐”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2월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다른 야당과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파행 책임 되받아치는 한국당, 국민의당은 양당 모두 비판
민주당이 국회 파행의 책임을 한국당에 전가하면서 민주당이 위원장인 상임위의 강행입장을 밝혔으나, 한국당은 계속 민주당을 비판하며 보이콧 강행 의지를 나타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8일 오전 논평에서 “야당시절 고질병이었던 정치공세와 정쟁이라는 못된 버릇은 도무지 고칠 생각이 없다”면서 “개헌도 정치공세, 대형 참사가 터져도 정치공세, 개혁과제도 정치공세, 이제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이 공식적으로 부인한 권성동 법사위원장에 대한 폭로를 정치쟁점화 하여 ‘묻지마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2월 임시회 개회식이 열리던 날 이례적으로 법사위를 열었고, 본회의에서 국민 안전과 민생을 위한 법안 처리에 앞장섰다”면서 “민주당의 야당시절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제1야당의 노력에도 여당인 민주당은 민생을 위한 마지막 보루인 상임위마저 걷어차 버렸다”고 개탄하면서 ‘도대체 누가 여당이고 누가 야당인가?’라고 비꼬았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민주당의 철없는 정치공세에 직접 끼어들어 특별 검사까지 임명하고 한 검사의 일방적인 폭로만을 근거로 야당 법사위원장을 타깃으로 한 재재수사라는 정치보복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토록 야당을 무시하고 탄압하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파트너로 어떻게 국회에서 국정을 논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장 대변인은 “정권을 정권답게 여당을 여당답게 만드는 것도 제1야당의 책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상임위 활동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면서 “아울러,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을 두고 보고 있지 않겠다. 국회를 포함한 국정원 청와대 법무부를 망라한 모든 기관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 최우선적으로,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특수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2월 민생국회가 빈손국회로 끝난다면 그 모든 책임은 오롯이 여당인 민주당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책임을 민주당에 떠밀면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대오각성과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한국당은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고발했고, 예정된 국방, 행정안전, 보건복지,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는 열리지 못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빈손 국회가 되거나 말거나 지도부가 나서 정치 공세에 몰두하는 것은 여당의 모습이 아니다”며 “또 한국당이 민생을 볼모로 임시국회를 정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몰염치의 끝이다. 양당은 의사일정으로 복귀하라”고 여야 모두를 비판하며 국회 일정 정상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하고 가능한 상임위를 꾸려나가겠다는 입장이어서 한국당의 보이콧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맞붙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면충돌은 법사위에서 비롯됐지만, 개헌논의에 대한 ‘시간끌기’와 ‘물타기’ 등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