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원내대표 불출마 시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참여를 검토해왔던 유시민 의원이 지난 6일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당내 개혁당 출신 그룹의 독자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당선자 워크숍에서 당 정체성 논란을 계기로 독자행보를 모색하던 개혁당 출신 당선자들은 지난 6일 낮 국회에서 회동, `참여정치를 실천하는 의원들의 모임'(약칭 참여모임)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날 모임엔 유시민 의원과 유기홍, 안민석, 김형주, 김재윤, 김태년, 강기정 당선자 등 개혁당 출신과 박명광, 장향숙, 장경수, 정청래 당선자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참여모임은 우리당 창당의 한 축이었던 신당추진위(신추위) 멤버들과 행보를 같이 하기로 하고, 앞으로 구성원을 20명선으로 늘리는 등 독자세력화를 모색키로 했다.
특히 참여모임 준비위 대표는 박명광 당선자가, 간사엔 유시민 의원과 강기정, 안민석, 김태년 당선자가 공동으로 맡기로 했다.
하지만 신추위에서 핵심으로 활동했던 김부겸 의원과 박명광 당선자 등은 당 정체성에서 `실용'쪽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개혁당출신들과 일정정도 거리를 두고 있고, 신추위 출신 일부 당선자들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개혁당이 주도하는 참여정치연구회에 일사불란하게 참여할지는 불투명하다.
또한 개혁당출신이 열린우리당 전체 당선자 152명중 9명에 불과하고, 최근 당선자 워크숍에서 당정체성을 `탈이념.실용노선'으로 가닥을 잡아 `선명성 있는 개혁노선'을 기치로 독자세력화가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당내 계파정치로 비쳐지는 점도 개혁당 출신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유 의원은 모임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용하고 의미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공부 모임이 될 것"이라며 "보좌진 운영과 지역의정 활동 방식서부터 이라크 추가파병, 중국경제 문제 등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명성있는 개혁노선'을 기치로 내건 개혁당파의 이같은 움직임이 `실용적 개혁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당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의미있는 세력을 구축할 지는 미지수다.
어찌됐건 이들의 파워를 가늠할 첫 시험대는 오는 11일 원내대표 경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으로 인해) 당권파니 재야파니 당이 두 부류로 나눠져 있는데 (개혁당출신까지 가세해) 세 부류로 나눌 필요가 있겠느냐"고 원내대표 불출마 의사를 시사했다.
유 의원은 이같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당.청, 당.정간 정책조율 능력 ▲분명한 진보적.개혁적 노선 ▲당내 다양한 정책노선의 통합능력 ▲대야관계 등을 고려해 참여모임 차원에서 특정 원내대표 경선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개혁당 집행위원을 지낸 유기홍(서울 관악갑) 당선자는 모임에 앞서 "유시민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출마 문제와 개혁당 출신을 주축으로하는 `참여정치연구회'(가칭) 발족과 관련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당선자는 "당내에서 개혁당과 신추위 출신이 30명에 달한다"며 "신추위 당선자들이 참여정치연구회에 참여하는 문제도 논의한다"고 말했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큰 정당의 중앙당에서 하는 `궁정정치'는 체질에 맞지 않다"며 전자정당추진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앞으로 중앙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 의원은 "이러저런 인맥을 통해 이뤄지는 비공개적 정보유통과 치열한 자리다툼, 밖으로 내건 좋은 명분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주고받기, 한편으로 스스로 모사하면서 끊임없이 타인의 모사를 의심하는 소위 중앙정치는 적응하기 어려운 분야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의 대한민국도 책임질 수 있는 정당인가'에 대해 텔레비전 토론에 나가서는 큰 소리를 쳤지만, 조용한 골방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면 자신있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며 "제가 우울한 것은, `권력을 국민에게, 당권을 당원에게' 돌려주는 정치개혁 정당혁명의 꿈을 우리당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분명하게 확신이 묻어나게 외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반년 동안 중앙당 지도부의 내로라하는 분들을 모시고 협력하고 봉사하고 토론하면 가장 빨리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으나 이젠 그 믿음을 일단 접었다"며 "앞으론 당원과 지지자들과 함께 아직 이루지 못한 정당혁명의 꿈을 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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