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한명씩 나와!
빅3, 한명씩 나와!
  • 이준기
  • 승인 2006.12.14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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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대권가도 나선 한나라당 잠룡 원희룡

손학규와 이념적 스펙트럼 겹쳐 소장파 분열 가능성 재기
잠룡들 움직임 슬슬···대권구도 빅3서 다자간 구도로 재편?



▲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 소장파 맏형격인 원희룡 의원이 17일께 대권 출마 선언을 한다. 그동안 출마를 저울질하던 원 의원이 결심을 굳힌 데는 기존 당내 후보로는 중도개혁 세력을 대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중도개혁을 내세우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준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원 의원이 넘어야 될 산은 많다. 우선 박근혜 전 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각각 20~3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 둘은 각각 ‘안보’와 ‘경제’라는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어 원 의원이 이를 뛰어 넘기는 쉬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결국 ‘진보·개혁’ 이미지를 내세우는 손 전 지사를 제쳐야만 이들과의 경쟁구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손 전 지사도 원 의원의 등장을 의식한 듯 개혁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고 나섰다. 그는 김용갑 의원의 ‘광주해방구’ 발언 등에 대해, “이러니 보수꼴통이란 소리를 듣는 게 아니냐”고 발언 소리를 높였다.정치권 일각에선 ‘빅3’ 구도가 식상해질 경우, 젊고 참신한 이미지의 원 의원이 지난 서울시장 선거의 ‘오세훈 효과’를 재현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어 향후 행보에 이목이 몰리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지지도는 박 전 대표와도 더블 스코어를 기록하기 직전인 40%선을 넘보고 있다. 물론 박 전 대표도 당내 탄탄한 지지기반을 두고 있어 경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빅3를 이기려고?

이러한 상황에서 잠룡 원 의원의 대선 경선 출마에 호의적인 의원들이 있을까란 의문이 생긴다. 물론 당내 중도모임 등이 출범하고 줄서기를 방지하자고 외치고 있지만, 의원들은 어느 줄에 설까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쏠리기 때문.

또한 원 의원은 이·박의 양강구도 판에 단번에 올라설 수 없다는 분석이다. 그가 주장하는 ‘진보·개혁’ 이미지는 빅3중 열세를 면치 못하는 손 전 지사와의 경쟁이 우선이다. 즉, 손 전 지사를 넘어서야만 빅2와의 한판 전쟁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당내에서는 손 전 지사와의 진검승부에서도 밀리지 않겠냐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 조차 손 전 지사의 지지와 원 의원의 출마를 두고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소장파는 지난여름부터 손 전 지사를 비공식적으로 지지해왔던 터라 소속 의원의 출마를 손쉽게 환영할 수만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원 의원과 함께 소장파를 이끌어 온 남경필 의원 등도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원 의원의 출마가 한나라당 소장파의 분열을 야기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소장파의 또 다른 선두주자격인 남 의원은 원 의원의 대권도전 시사에 대해, “당의 젊은 중도 개혁 세력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려면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13일 소장파 의원 모임인 수요모임 전체 회의 등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또한 원 의원이 잠시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출마에 대한 ‘명분’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는 우선 ‘진보·개혁’ 이미지를 내세우겠다고 했지만,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손 전 지사가 있는 만큼 명분이 없다”는 눈빛이다.

당내 개혁과 비주류를 대변해왔던 소장파의 이미지와 손 전 지사의 이미지가 중첩이 되는 만큼 당내 지지 세력도 겹칠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원 의원은 손 전 지사와의 대결이 우선인 만큼, 자신만의 독창적 이미지와 정책 등 차별화된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대권도전 선언’을 한다면 자칫 고립돼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지지부진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잠룡들 ‘꿈틀꿈틀’

원 의원의 출마는 다른 잠룡들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잠룡만도 권오을, 홍준표, 박진, 고진화 의원 등 5~6명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빅3의 기세에 눌려 침묵했지만 원 의원의 출마 선언에 영향을 받아, 슬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사실상 ‘이명박-박근혜-손학규’ 빅3 체제를 형성해온 한나라당 대권 경쟁 구도는 급격히 다자간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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