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방북 초대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영철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북미대화에 응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여정 부부장에게 ‘여건이 되면’ 방북하겠다며 ‘북미대화’ 등 여건조성을 위한 선결요건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김영철 부위원장에게는 비핵화의 단계적 추진을 권유했고, 김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북미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북미대화 중요성·비핵화 필요성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등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을 만나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북미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화는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평창의 모처에서 진행됐는데 문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 등 북쪽 대표단 8명 전원과 접견을 한 뒤 김영철 부위원장, 리선권 위원장과 대화를 나눴고 남쪽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이 배석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이어 폐회식에도 대표단을 보내 축하를 해줘 평창올림픽이 안전하게 치러진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
특히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하고 공동입장을 해서 전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줬다”면서 “남북의 이런 노력으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북쪽 대표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북 대표단도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며 북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데 생각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방법론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북미대화를 위한 핵심쟁점이자 관건임을 의식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6일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은 단순히 원론적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말뿐 아니라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그 방법론까지 언급했고, 김 부위원장 일행은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비핵화 전제하면서도 가능성 열어 둬
북미대화를 위한 남북한의 노력과 의견접근에 대해 미국은 ‘적절한 조건 충족’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거부는 하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에 매우 강경하게 해왔다. 북한이 처음으로 대화를 원하고 있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대화할 의향을 보인 이번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는 첫걸음을 뜻하는지를 지켜보겠다”라며 “앞으로 논의될 어떠한 대화든 그들이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는 문제에 오로지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비핵화’를 전제로 거론했다.
이어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을 견지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때까지 계속된다”고 단언했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계자도 이날 폭스뉴스에 “북한에 관한 일치된 대응을 위해 한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듯 남북 관계 개선은 북한 핵프로그램 해결과 별도로 진전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3일에는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북한과 중국 등의 선박 28척과 해운사 27곳, 대만 국적자 1명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중국, “북미 대화 이뤄지도록 중국과 한국이 함께 잘 설득해나가자”
중국은 미국에 적극적인 대화를 독려하며 최근 사상 최대의 대북제재를 단행한 데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안전 문제이고 이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관건은 북미 양측에 있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고 한반도 형세를 완화하려면 북미 직접대화가 없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유관국들이 같은 방향을 향해 가고 남북 관계 개선을 지지하며 한반도의 완화 국면을 보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 양측이 대화에서 적극적인 발걸음을 할 수 있길 기대하며 한반도 문제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전이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7일 ‘미국은 왜 한반도 완화 정세에 후진기어를 넣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북 양측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를 회복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가운데 미국은 제재라는 ‘큰 몽둥이’를 들고 극단적인 대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고 미국의 대북제재를 비판하면서 대화를 촉구했다.
또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고 남북 대화가 필요한 시기에 미국의 고집대로 하는 대북 제재는 ‘후진기어’를 넣는 것으로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차 방한한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도 남북한 긴장완화와 이를 위한 북미간 여건 조성의 필요성에 동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류엔둥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또 평화구축을 위한 남북 간 대화, 그리고 그것을 위한 북미 간 대화에 대해서 중국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면서 이번 동계올림픽 계기로 이뤄진 남북대화의 분위기를 올림픽 이후까지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류 부총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은)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 완화의 계기를 가져왔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이 사람들의 기억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함께 올림픽 발전을 위해서, 한반도 정세 완화를 위해서 노력하고자 한다”고 문 대통령의 노력에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 조성된 한반도 정세의 완화 추세를 중국은 기쁘게 바라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과 한국이 함께 잘 설득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일본, “공고한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할 것”
이런 가운데 대북 강경론을 펴는 일본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에 동조하면서도 ‘일본 패싱’을 우려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압력을 걸어서 북한 측이 대화를 요구해오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미·일, 한·미·일 3개국이 협력해 압력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면서 미국 정부의 대북 추가 독자제재와 관련해 “미국의 이번 조치를 고려하면서 북한에 어떤 압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앞으로의 대응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관계국과 긴밀히 연대하면서 정보수집, 분석에 나설 것”이라며 “공고한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남북 회동을 한국·미국·일본 연대를 분열시키려는 것으로 보고 미국 정부와 의사소통을 긴밀히 할 방침이라고 보도하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한에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또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미국과 북한이 ICBM 포기 등으로 거래를 하고, (북한이) 일본을 사정권에 두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남게 될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news/photo/201802/181273_211669_5251.jpg)
◆북미대화 중재 위한 문 대통령의 다음 수순은 ‘대북특사’
남북관계 개선과 이를 위한 분기점이 될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 마련이 될 북미간 대화는 이제 막 분위기 조성이 시작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은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나,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이해와 함께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의 국내정세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일본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북미대화의 여건조성에 한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권도 ‘비핵화 전제’를 놓고 극명하게 의견이 나뉠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북미대화를 중재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수순으로 대북특사를 통한 대북 설득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대북 특사를 보내서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서 직접 조건부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야 북미 대화 테이블이 열리게 된다”면서 ‘다음 수순은 특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