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평화당·정의당 공동교섭단체, 정계 구도 흔들 변수 될까
[기획] 평화당·정의당 공동교섭단체, 정계 구도 흔들 변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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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교섭단체 구성 시 일부 무소속 합류 따라 지방선거 판도에도 영향
민주평화당 장병완(왼쪽) 원내대표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교섭단체 제안 관련 회동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평화당 장병완(왼쪽) 원내대표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교섭단체 제안 관련 회동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동안 일설로만 제기되었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간 공동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지방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앞서 국민의당을 탈당한 호남 의원들로 이뤄진 14석의 평화당은 20석이 최소기준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게 되자 바른미래당을 탈당했지만 무소속으로 남아있는 의원들에 러브콜을 보내거나 평화당행을 원하는 바른미래당 내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시켜 줄 것을 바른미래당 지도부에게 줄곧 요청해왔지만 여러모로 쉽지 않자 6석의 정의당과 손을 잡는 현실적 방안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당 사이에 외형상 구체적인 움직임까지는 보이지는 않았으나 교섭단체 자격 없이는 현안 관련해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고 선거 경쟁력 역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맞아떨어졌는지 진보 성향을 띠고 있는 두 정당이 급격하게 합종연횡에 들어간 모양새여서 이들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평화당과 정의당의 밀당?…양당 결합해 ‘범진보’ 힘 받을까

20석 턱걸이로 제4교섭단체가 출범하는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인지 최근 세간의 이목이 두 정당으로 쏠리고 있다.

바로 5일 양당 원내대표끼리 만나 공동 교섭단체 관련 논의를 가진 평화당과 정의당 얘기인데, 두 정당 중 당초 정의당의 경우 수적으로 밀리는데다 정치공학적인 접근이라 판단했는지 평화당에서 일찌감치 흘러나온 바 있는 공동 교섭단체 사안에 대해 다소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실제로 평화당이 공식 출범하기 이전인 지난 1월 23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평화당의 모태인 국민의당 내 개혁신당 창당파를 겨냥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 사랑 없는 결혼은 그렇게 썩 내키진 않는다”며 “(교섭단체로서의) 몇 가지 혜택을 얻기 위해 더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정적 반응을 내놨었다.

다만 노 원내대표는 “각 당이 정치노선과 철학을 국민에게 내보이고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당을 만들거나 무언가 조직을 구성한다는 것은 그런 부분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상황이 된다면 그 상황에 맞게끔 저희들도 고민하겠다”고 여운을 남겨 완전히 가능성을 닫아 두지는 않았다.

그래선지 정의당은 약 1달 뒤인 지난달 28일에는 일부 달라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동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평화당이 한 번도 공식적으로 논의를 시작해보자고 제안한 바가 없다. 우리 당이 이 문제를 공론화시켜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제안이 오게 되면 당도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의결구조나 과정이 있다”고 답변해 아직 수동적이지만 이전보다는 일보 전진한 입장을 내놨다.

특히 이 대표는 범진보 진영 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지금 개혁경쟁을 해야 할 대상”이라며 선거연대조차 일축했던 데 반해 평화당을 향해선 “국회 내에서 충분히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할 그런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호의를 내비쳐 대조를 이뤘다.

여기에 ‘사랑 없는 결혼’이라고 선을 그었던 노 원내대표조차 같은 날 TBS라디오에 나와 “(평화당에서) 제안이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만약에 온다면 정중하게 검토하기로 저희들끼리 합의했다”며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이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정의당에 더 이로운가가 아니라 촛불 민심이 실현되는 데 더 도움이 되는가 그것이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기존 입장에서 대폭 선회해 공동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 양당 밀착되자 보수야당은 경계…무소속 일부는 ‘관심↑’

이처럼 4번째 원내교섭단체가 진보진영에서 나오려는 분위기에 반감을 느꼈는지 당장 보수진영인 자유한국당에선 27일 김영섭 부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평화당은 이혼 도장을 찍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상한 짝짓기에 나선 것인가”라고 견제구를 던진 데 이어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로는 성에 차지 않는가. 정말 교섭단체가 되고 싶다면 민주당 밑으로 들어가 연명할 것을 추천 드린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양당의 공동 교섭단체 움직임엔 점차 가속이 붙기 시작했는데 정의당에선 지난 2일 당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의 정례 보고서를 통해 “공동 교섭단체 구성은 진보정당 초유의 정치행위이기 때문에 당원 여론조사, 당원 투표 등을 해야 한다”며 한층 구체적인 절차까지 거론하기 시작했고, 평화당에서도 같은 날 정동영 의원이 TBS라디오를 통해 “이제 물밑접촉을 하고 있다”고 실제 논의가 진행 중임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과거 국민모임 시절 서울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해서도 정의당과의 선거연대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던 정 의원이었기에 이번에도 공동 교섭단체 주장에 누구보다 큰 힘을 실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 의원은 “국회에는 교섭단체 지위를 가져야만 국회 운영에 직접적으로 당사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보수야당이 둘이고 여당이 하나”라며 “적폐청산과 함께 개혁을 위해서도 정의당과 평화당의 교섭단체는 필요하다. 거의 대부분의 의원이 여기에 공감하는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성사될 경우 무소속인 손금주(좌), 이용호(우) 의원이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그 향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성사될 경우 무소속인 손금주(좌), 이용호(우) 의원이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그 향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이용주 평화당 대변인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당내에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제가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며 본격적으로 지지자들과 당원들의 의견 수렴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는데, 이 같은 새로운 정계개편 기류에 영향을 받은 듯 무소속 의원들 중에도 여기에 합류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탈당 결행 당시 교섭단체 구성이 불확실해 평화당행을 고심하다가 끝내 무소속을 택했던 이용호 의원은 지난달 28일 평화당이 추진하는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참여하겠다며 서명한 것으로 정동영 의원 측을 통해 밝혀졌다.

여기에 무소속 잔류 중인 손금주 의원도 양당의 협의 과정을 주시하며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5일 이 대변인은 “손 의원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 공동 교섭단체에 참여할지, 바로 평화당에 입당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평화당 측에서 기대하듯 만일 이들이 모두 합류할 경우 민평당과 정의당 의석수로 간신히 ‘턱걸이’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할 때보다 의석수에 조금 여유가 생겨 최소 1~2명 정도의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호남 지역을 놓고 바른미래당과 벼랑 끝 대결을 앞두고 있는 평화당에게 있어선 지방선거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이번 공동 교섭단체 성사 여부가 선거 결과에도 적잖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평화당, ‘공동교섭단체’ 먼저 공식 제안…정의당 “속히 결정하겠다”

그러다 보니 평화당 측은 5월 국회의장 선출에 앞서 불안한 원내 1당 자리를 굳혀놓으려는 민주당이 이용호, 손금주 등 무소속 의원들을 포섭하려 들 게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인데, 일단 이들의 동향 역시 정의당과의 논의 결과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5일 이용주 원내수석부대표가 “평화당은 이날 최고위원 연석회의를 통해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당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사실상 정의당에 교섭단체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정의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굳이 인위적으로 해야 하느냐면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정의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굳이 인위적으로 해야 하느냐면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물론 이런 결론에 이르기까지 당내 반대의 목소리도 없진 않았는데, 김경진 평화당 의원의 경우 앞서 같은 날 오전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20석이 안 되면 안 되는대로 비교섭단체로 원내 의정 생활을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인위적인 공동 교섭단체를 만들어야 되는가”라며 “찬반 의사를 묻는다면 전 개인적으로 (정의당과 공동 교섭단체 구성하는 데) 반대 쪽”이라고 이견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일부 이견이 있었으나 만장일치로 의결됐다”며 “이번 주 정의당 입장이 정리되면 (공동 교섭단체 구성은)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아 이제 공을 정의당으로 넘겨버렸는데, 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공식 제안하고자 정의당 원내대표실을 찾아온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와 만나 비공개로 회동한 뒤 기자들에게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 결론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공감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노 원내대표는 “6일 의원총회에서 관련 논의를 시작하겠다.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하되 당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공언했고, 뒤이어 장 원내대표 역시 “정의당에서 입장이 정해지면 실무 접촉을 통해 (교섭단체 구성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부연해 양당 간 교섭단체 구성은 완전히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얼마 전 제1야당인 한국당의 홍준표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도 교섭단체 자격이 있는 정당끼리만 참석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역제안 했을 정도로 그간 야권 내에서조차 소외 받아온 이들 두 정당이 18대 국회에서의 과거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이룬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란 공동 교섭단체 구성 사례처럼 과연 이번에 원내 4번째 교섭단체를 탄생시키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정의당 의총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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