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대부 이용자는 사업실패, 실직, 급전 필요 등 급박한 상황으로 계약내용이나 관련법규가 자세히 전달되지 않은 채 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대부업자들의 부당영업행위가 더 교묘히 활개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자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부, 대안은 없는 것인가.
최근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법정이율을 초과하는 이율을 떠안기거나 추심과정에서 폭력배를 동원해 가족을 협박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대부와 관련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소비자상담은 267건에 그쳤으나 올 들어서는 10월 말까지만 벌써 460건이 접수돼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실제 상담을 청하는 사람들이 극소수라 실질적인 피해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묘히 활개 치는 대부업체
이 중 대부업자나 대부피해 사례 등에 대한 단순 문의상담 98건을 제외한 362건을 분석한 결과 ‘이자율’에 대한 불만(24.0%)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수수료 편취(14.9%), 불법채권추심행위(10.2%), 개인정보 유출과 신용조회 관련(각 6.9%)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대부계약과 관련해 가장 많이 발생한 피해는 이자율에 관한 것이다.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의 사정을 악용해 100%가 넘는 고율의 이자율을 요구하여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채무상환능력을 악화시키기까지 한다.
특히, 최근 금융권의 대출 규제에 따라 대출수요가 금융권에서 대부업계로 이동하면서 유사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1월말 서울 도봉구의 K씨는 모 대출업체에서 100만원을 빌려 매월 20만원 가량 상환하던 중 지난 3월 중도상환하려고 잔액을 확인해보니 아직도 93만 2천원이 남아 있었다. 계산해보니 이자율이 220%가 넘는 셈이었다. 특히 미등록 대부업체는 연 이자율에 제한이 없는 만큼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피해는 대출수수료 편취이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 어렵거나 카드대금 상환 또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 신용불량자 등에게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며 접근해 수수료를 받은 후 대출을 중개해 주지 않고 잠적해 버리는 것이다.
주로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전화로 대출신청을 했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으며 피해금액은 최저 8만원 ~ 1천4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 6월 생활정보지의 대출광고를 보고 문의한 서울 마포구의 L씨 또한 수수료 400만원을 입금하면 8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 다음날 400만원을 입금했으나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아 낭패를 보았다.
또 다른 피해양상은 추심과정에서의 불법행위다. 대출금 상환 연체시 매일 수 십 통의 독촉전화를 하거나 타인에게 채무사실 고지 및 채무독촉을 해 일상생활이나 업무를 심히 방해하는 피해 또한 빈발하고 있다.
3년 전 부산에 사는 P씨는 300만원을 대출받은 후 현재 1천여만원이 연체돼 있는데, 대부업자가 연체사실을 아내에게 알리고 직장을 수시로 방문해 채무를 독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 대부업자들은 생활정보지 등에 “투자자 모십니다, 투자자 모집, 돈 놓을 분 상담 환영, 고소득 안정보장, 100% 법적보장, 담보제공, 연 36%수익보장, 경매 부동산에 투자하세요”와 같은 광고를 게시하여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담보가치가 거의 없는 부동산 담보 등을 투자자 앞으로 가등기 또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마치 원금에 대한 법적 보장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현혹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서울에 사는 K씨는 작년 10월경 대부업체의 투자자 모집 광고를 보고 동 업체에 투자상담을 했다. K씨는 자신을 자금수요자에게 연결시켜 월 3%~4%의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며 자금수요자가 제공하는 담보 부동산을 자신에게 저당권을 설정해주는 방법으로 원금을 보호해준다는 약속을 받고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 강씨는 자금수요자를 소개받아 서울 소재 호텔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2억원을 대출하였다. 강씨는 동 호텔이 시가 100억원을 호가하여 충분한 담보가치가 있다는 설명을 듣고 2억원을 투자하였으나 동 호텔은 경매 결과 경락대금이 선순위 채권자에게 모두 귀속되어 강씨는 이자는 물론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도에 사는 L씨 또한 ○○론이라는 대부업체 사장으로부터 “신용불량자들은 돈을 빌릴 곳이 없어 고율의 이자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에서 빌려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며 자신은 채권관리에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에게 대출하여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등 투자를 권유받고 40억원을 ○○론에 투자했다.
투자시 15일마다 투자금의 3%를 이자로 지급받기로 약정하고 지난 1월 동 투자금액을 투자하였으나 3월부터 이자가 지급되지 않았다. 이에 임씨가 사장에게 이자의 지급을 요구하자 사장은 현재 일시적으로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나 곧 해결할 테니 기다리라고 말한 후 지난 7월 사무실을 폐쇄하고 잠적했다.
형식적인 감독에 그치는 현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5천300여개였던 대부업체 수는 11월말 6천 44개로 늘어났다. 케이블 방송을 통한 광고 또한 작년에 비해 2.5배나 증가했다.
대부업체는 번성했지만 규제 장치는 허술하다. 관할지역에 등록하고 시·도지사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대부업체, 그러나 등록된 업체 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검사실적으로 형식적인 감독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죽어나는 건 우리 서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