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난 아직 킹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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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기
  • 승인 2006.12.17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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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컴백 초읽기 나선 昌, 한나라당의 향방은?

현 정권 강력한 비판으로 ‘비(非)좌파 대연합’ 구상
빅3에서 다자간 구도로 재편···‘진흙탕 전쟁’ 시작?
이·박·손 주판알 튕기고···한나라당 대세론은 ‘비틀’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후회할 바에야 차라리 한 번 더 맞는 것이 맞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정계복귀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는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아직 배가 12척 남아 있고, 이순신이 죽지 않았다고 했다)”라고 더욱 발언수위를 제차 높였다.

이 전 총재가 지난 13일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초청 특강에서 이 같이 밝힌데 대해 당내 의원들은 물론 여의도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판국이다.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설은 어제오늘일은 아니다. 줄곧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과거 자신의 지지층은 물론 보수 세력의 결집을 도모해왔던 것.

물론 당내 빅3도 이 전 총재의 복귀를 원하고 있지 않고 나오더라도 단순한 ‘킹메이커’역할이 될 것이라며 애써 숨죽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도 “이 전 총재는 두 번의 대선 패배로 한나라당과 나라를 힘들게 만든 장본인으로 이번 대선과정에서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복귀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기류도 있다.

과거 당내 이 전 총재의 측근들도 “그분의 성품이나 언행을 감안할 때 국가원로로서 나라와 당을 위해 조력을 다하겠다는 것이지 정계에 복귀, 직접 대선후보로 나설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총재가 ‘치고 빠지기식’의 언론 플레이로 반응을 봐가며 정계복귀 시점을 적절히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최근 대권도전을 시사한 ‘잠룡 원희룡’ 의원과 함께 향후 한나라당 대권구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몰리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빈손으로 정계복귀를 준비하고 있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아무 것도 없이 복귀만을 선언한다면 ‘과거 정치로의 회귀’ 정도로 치부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昌의 구상은 무엇?···비(非)좌파 대연합
그가 준비하는 구상은 ‘비좌파 대연합’이다. 과거 미국에서 ‘안보’ 공부에 열중하던 이 전 총재가 최근 잇따른 강연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지난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다. 이미 동국포럼 주최로 조찬 강연회를 가진 이날 이 전 총재의 ‘창’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향에 있었다.

이날 이 전 총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포용정책이 대북정책을 실패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겉으로 조금 원활해졌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북의 핵무기 개발로 전쟁 위협이 더 커졌다”며 “목표한 변화는 없고 긴장 상태가 오히려 악화됐다”고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비판했다.

이후 가진 강연에서도 줄곧 ‘좌파정권’ 비판에만 목소리를 높여왔다. 결국 지난 14일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이종구 특보는 “이 전 총재가 현 좌파정권을 비판하는 강연활동을 시작한 것은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내년부터는 강연뿐 아니라 비좌파 대연합 결성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이 전 총재의 구상에 대한 비밀이 풀렸다.

그는 이어 “이 전 총재의 세력화에 대해 ‘새 정파를 꾸미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내년부터는 활동의 영역이 넓어지고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즉, 이 전 총재가 내년 초부터 보수 및 뉴라이트 세력을 총망라한 ‘비(非)좌파 대연합’의 세력화를 추진하는 등 정치활동을 본격화할 방침인 것.

이 특보는 “이 전 총재의 활동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돕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생각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들 가운데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절반가량 된다”고 말해 대권도전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당심은?···대세론에 타격 줄까 ‘전전긍긍’
우선 당내 빅3로 통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당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말을 아끼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이 전 시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총재의 복귀설과 관련, “안타까운 국가 현실을 보고 소신을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 모든 분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했다.

즉, 북핵사태 등 최근 국내·외 현안 등에 대한 이 전 총재의 생각을 표명한 것이지, 대권을 향한 행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 비서실장인 유정복 의원은 “본인이 대선 출마를 계속 부인해 왔는데 이를 달리 해석하는 것은 이 전 총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고 손 전 지사측은 “이미 나라의 어른이 된 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만 하자”고 했다.

결국 이 전 총재와 대립을 세울 경우, 득이 될 것이 없다는 분석일 수 있다. 즉, 당내에선 아직 이 전 총재의 영향력이 존재하는 부분이 있고 자칫했다간 큰 코를 다칠 수도 있다는 것.

대권후보들이 말을 아끼는 가운데 당내 상당수 의원들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듯한 눈빛이다. 당 내 한 중진의원은 “(이 전 총재는) 나서지 않으실 것”이라며 “당내 합의도 없이 가능 하겠느냐”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 전 총재의 복귀설과 관련, “이 전 총재가 출마하려면 당내 지지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 초선인 의원도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으로 만든 책임을 느껴 자중자애하셨으면 한다”고 말했고 소장파의 한 핵심 의원은 “밖에서 도와야지 자기가 직접 또 하겠다는 것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고 했다.

이는 당내 거의 모든 계파가 빅3위주의 구도로 만들어진 ‘한나라당 대세론’에 또 다른 임팩트가 가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 즉, 지금의 대권구도로 간다면 대선승리가 확실한 데, 굳이 원로정치인의 개입으로 판을 흐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정치 재개를 줄 곧 주장해온 홍문표 의원은 “당내에는 그동안 침묵을 지키며 성원을 보내주고 있는 여러 의원이 있다”고 말해 이 전 총재의 복귀가 당내 혼선을 갖고 올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빅3의 대권구도는?···박↓ 이↑
이 전 총재가 당내 경선에 뛰어들고, 의원들 포섭에 나선다면 당은 대혼란을 겪을 것은 뻔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 전 총재의 전 측근들은 대거 ‘친박’ 세력으로 포진돼 있어 박 전 대표의 위상이 흔들릴 확률이 높다.

반면 최근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이재오 전 원내대표가 ‘이 전 총재 환영’ 발언에도 묻어 있듯이 이 전 시장한테는 어느 정도 득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당내 소장파의 핵심인 ‘잠룡 원희룡’의 대선출마선언은 이를 더욱 가중시킨다. 즉 현 빅3구도에서 5파전, 또는 그 이상의 다자간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결국 이들은 혼전의 혼전을 거듭할 확률이 높아지게 돼 범여권이 정계개편이후 단일후보를 낼 경우 ‘한나라당 대세론’이 계속되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향후 이 전 총재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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