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한 지붕 두 가족’
파국으로 치닫는 ‘한 지붕 두 가족’
  • 배재우
  • 승인 2006.12.16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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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 돌입한 ‘사수파·신당파’ 말못할 내분

신당파 탈당세력, 명분도 없고 돈도 없고···시간 끌기 나서나
‘영남·호남·충청’표심 모아야 정권재창출 가능···분열은 끝장


▲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열린우리당 내분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태세다. 물론 서명 작업을 통한 세력 대결 양상으로 확전 되고 있으나 죽기 살기로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냥하고만 있지, 서로 쏘지는 못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노 대통령이 신당파를 두고 “도로 민주당으로 가자는 것”이라며 ‘지역당’으로 평가 절하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이를 두고 김근태 당 의장 등 비대위는 즉각 반발하면서 여당의 분열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의 갈등이 잠시 주춤해진 것. 신당파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시간 끌기에 나섰고 당내 중진의원들로 꾸며진 ‘중재파’가 설문조사를 시작해 어느 정도 감정적 충돌은 있었으나, 일단 제갈 길로 가는 듯한 양상은 수그러진 형국이다. 또한 사수파 세력은 일단 서명 대결에서는 빠져있는 양상이라 더욱 ‘장기전’ 양상으로 가고 있는 것에 힘이 몰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중진들이 비밀리에 회동을 갖고 ‘휴전’을 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즉, 이대로 가다간 공멸밖에 없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으며, 이들은 서로 헤어지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는 듯하다.

열린우리당 중진들은 최근 정계개편은 천천히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수임기구를 구성해 민주당, 고건 세력, 새로운 정치 세력과 통합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 대략의 구상이다.


사수파·신당파 주춤 행보 속내
그렇다면 당장 뛰쳐나갈 것 같았던 신당파가 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여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신당파가 탈당해 제3지대에서 통합을 추진할 수도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한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 세력 등도 친노파를 배제한 통합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수월해 보이기도 한다. 노 대통령도 신당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신당파는 당을 떠나 민주당, 고건 전 총리 세력 등과 통합을 추진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신당파 세력은 약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명분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과거 민주당을 박차고 나온 사람들이 다시 열린우리당을 쪼갠다면 그 명분을 사수파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것.

그들이 굳이 창당 명분을 찾자면 ‘급진 개혁 세력을 제외한 중도 개혁세력의 통합’이라고 할 수 있으나 미약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국고보조금에서 많은 손해를 보는데다 창당 자금을 마련하는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 아직까지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당’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어 향후 돈 문제가 큰 골칫거리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23명 의원들도 문제다. 이들이 탈당할 경우 자동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탈당 대열에 동참할 의원이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에 정당에 배분되는 국고보조금은 568억원. 이중 절반인 284억원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배분되고, 교섭단체가 아닌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은 각각 총액의 5%인 28억4천만 원을 받는다.

문제는 남은 35%에 해당되는 198억원이다. 이 돈은 의석수와 2004년 총선당시 정당 득표율로 배분하게 되는데 총선당시 43.1%의 전국 득표율을 기록한 우리당은 42억원을 받게 된다.

결국 열린우리당의 간판을 차지한 쪽이 42억원을 기본적으로 챙기고, 의원숫자를 더 많이 확보한 쪽이 플러스알파를 기대할 수 있어 이들은 더욱 ‘장기적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지금 분당하면 끝장?
더욱 이들의 이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만이 아니다. 신당파와 사수파 모두 지금 분당을 하게 되면 내년 대선은 ‘먼 꿈’에 불과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우선 이 두 세력은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쳤던 ‘무호남 무국가’론이 이들에게 ‘무호남 무정당’ 이란 말이란 것이다.

여의도에선 이미 “김 전 대통령의 도장 없이는 쉽게 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이미 목포의 눈물로 고건 전 총리의 지지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는 설이 파다해 신당파는 김 전 대통령을 의식, 쉽사리 뛰쳐나가기가 힘들다는 것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이 당사수파를 이끌고 ‘열린우리당’ 간판을 내걸면, 신당파, 민주당, 고건 등이 추진중인 통합신당을 의식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물론 가설은 가설에 불과하지만 통합신당파는 소수당으로 전락해 버리는 신세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분당을 하게 되면 내년 대선을 바라볼 수 없게 되는 이유는 과거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 대선은 대체로 개혁과 보수의 대결이었다. 거기에 지역 갈등 양상이 나타나면서 일정한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

과거 김 전 대통령은 ‘DJP 연합’으로 ‘호남’과 ‘충청’이 힘을 합친 것이 컸고 이인제 후보가 어느 정도 ‘영남’표를 잠식해 주는 역할로 39만표(1.3%p)를 이겼다.

2002년 대선도 구도도 흡사했다. 당연히 호남이 몰표를 던졌고,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믿은 충청이 ‘가세’했다. 영남출신인 노 대통령은 영남에서 25.8%(175만표)를 득표해 57만표(2.3%p)를 모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이겼다.

개혁 세력은 호남과 충청 연합을 기본으로 하고 영남에서도 상당한 표를 확보해야, 겨우 보수 세력과 겨룰 수 있는 구도인 것이다. 이런 구도는 2007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 범여권이 통합신당을 만들어도 정권을 잡기는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에서 신당파와 사수파의 대립이 누그러진 것은 이런 구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이 깨지는 날에는 재집권 가능성이 사라진다고 본다는 것이다.


장기전 양상 보여
결국 신당파와 친노파 모두 각자의 부담 때문에 어느 한쪽이 나가지 않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당내 한 중진의원도 “아무리 싫어도 위험 부담이 큰 탈당을 어느 한쪽이 결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내년 2월께 전당대회를 거친 3~4월 무렵에 대충의 구도가 잡히지 않겠냐는 것.

어쨌든 이 둘의 분열은 기정사실화 됐고 향후 누가 당에 남느냐로 확전 될 가능성만 남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내년 대선. 이들은 향후 누가 더 큰 대의명분과 대선성공의 원동력을 갖고 있느냐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아닌 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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