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매각 타이밍 놓친 산업은행…손 댄 기업마다 부실 키워
잇단 매각 타이밍 놓친 산업은행…손 댄 기업마다 부실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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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 취임 이후 구조조정 성적 ‘낙제’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불가피
대우건설 매각 무산에 책임 떠넘겨
산업은행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지엠, 금호타이어 등 산업은행 손에 닿고 있는 기업들의 현 주소를 보면 매각 타이밍을 놓쳐 법정관리 위기에 놓였거나 관리 부실로 인해 구조조정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야 할 판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산업은행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지엠, 금호타이어 등 산업은행 손에 닿고 있는 기업들의 현 주소를 보면 매각 타이밍을 놓쳐 법정관리 위기에 놓였거나 관리 부실로 인해 구조조정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야 할 판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부실 기업에 대한 무능한 구조조정 탓일까. 산업은행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대우건설을 비롯 한국지엠, 금호타이어 등 산업은행 손에 닿고 있는 기업들의 현 주소를 보면 매각 타이밍을 놓쳐 연기되거나 법정관리 위기 내몰리고, 관리 부실로 인해 구조조정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야 할 판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은 작년 취임하면서 경제와 대상 기업에 최선이 되는 판단 기준과 엄정한 원칙하에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면서 한국지엠, 금호타이어 회생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최근까지 산업은행이 보여준 구조조정 점수는 낙제에 가깝다. 작년 말 한국지엠 철수설이 불거질 당시 한국지엠 부실을 방조하거나 눈감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이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가장 큰 원인을 본사의 글로벌 전략 수정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경영부실 책임론에 자유로울 수 없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이 매년 적자를 기록하자 2016년 3월 중점관리 대상 회사로 지정해 경영진단 컨설팅 실시 등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2017년 3월 주주간계약서를 근거로 주주감사권 행사를 결정하고 회계법인과 함께 감사에 착수했지만 4월 26일에 중단됐다. 실제 작년 8월 작성된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지엠 철수를 감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산업은행이 보여준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지엠 지분의 17%를 보유한 2대 주주로서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군산공장 폐쇄까지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제야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사태에 대한 역할론이 부각되면서 철저한 실사를 통해 면밀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역사회 및 한국지엠 근로자는 수수방관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산업은행에 분노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를 대하는 산업은행의 태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더블스타와 거래 성사까지 갔다가 상표권 분쟁에 발목이 잡혀 좌초됐다. 이후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방안을 놓고 노사 자구안 마련을 주문하면서 뒤로는 더블스타와 재매각을 추진하다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노조의 동의 없이 해외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산은은 법정관리 카드로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가 해외매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9일 광주로 내려가 해외매각에 반대하는 금호타이어 노조와의 면담을 갖고 설득에 나서려고 했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올라왔다. 되레 더블스타 매각 전제 조건에 ‘파업금지’ 조항이 들어갔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곤혹스런 처지로 내몰렸다. 소위 구조조정 전문가인 이 회장이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덫’에 빠진 형국이다.

대우건설도 매각 실패로 인한 잡음이 일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이 임원 12명 중 6명을 퇴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대우건설의 경영·인사권은 산은이 쥐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을 놓고 산은과 호반건설이 협상 막바지에 3000억원에 달하는 대우건설의 해외손실이 들어나자 매각이 무사됐다. 대우건설 매각 초읽기에 들어섰던 산은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업계서는 이번 산은의 대우건설 인사 단행이 매각 무산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산은이 대주주로 대우건설 관리를 부실한 탓에 이를 발견치 못하고서 정작 매각이 무산되자 책임을 대우건설로 돌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매각에 나선 상황에서 대우건설의 해외부실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숨겼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대우건설에만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은행은 20년 넘게 국내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왔다. 그동안 부실 기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지원하면서 산은의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전체 손실 추정액은 2016년 6월 기준 28조원을 넘어섰다. 혈세 투입만으로 한계에 직면하면서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난해 이동걸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러나 이 회장이 보여준 매각 점수는 낙제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산은이 단기 실적에 급급해 매각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 “향후 2년 간 안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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