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美 철강 232조 조치 밎 제3차 한미 FTA 개정 협상 관련 브리핑을 가지고 있다.](/news/photo/201803/182999_213977_3322.jpg)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정부가 한미 FTA 개정과 철강 관세 협상 등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 또는 절충안 모색으로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한 ‘선방’이라고 평가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은 별다른 언급이 없다.
반면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려를 나타내며 협상 내용을 비판하고 있다.
◆정부, “한미 FTA 개정 협상 장기화·철강 관세 불확실성 해소로 기업 피해 최소화”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한국산 철강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대신 미국의 우려 해소 차원에서 대미(對美) 철강 수출 물량은 지난해의 74%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양국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국가 면제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한국이 가장 먼저 (철강 관세) 국가 면제협상을 마무리하며 철강기업들이 대미 수출에 있어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대미 철강수출 3위국으로 당초 53%의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됐지만, 한 달여 협상 끝에 관세 면제국이 됐다. 다만, 지난 3년 동안 대미 철강 수출량의 평균 70%에 해당하는 정도에서 수출 할당량을 설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주요 관심사항인 화물자동차 관세철폐기간을 연장하고,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에서는 일부 유연성을 확대했다.
화물자동차 관세 철폐 기간을 2021년 철폐에서 2041년으로 20년을 연장했고, 미국 자동차 안전 기준도 일부 인정하고, 온실가스 기준도 다음번 기준을 만들 때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유연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반면, 우리의 민감 분야인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이나 미국산 자동차 부품의 의무 사용에 대해선 우리 입장을 관철시키면서도 신속한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기준에 따라 수입되는 차량에 장착되는 수리용 부품에 대해 미국기준을 인정했으며, 연비·온실가스 관련 현행기준은 유지하고, 친환경 기술개발 인센티브인 에코이노베이션 크레딧의 인정 상한을 확대했다.
ISDS와 관련해서는 투자자 남소방지 및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관련 요소를 반영했고, 무역구제 관련 절차적 투명성 확보, 일부 섬유 원료품목에 대한 원산지 기준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장기화나 철강 관세와 관련해 조기에 불확실성을 해소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민주, “상호간 이익 확대와 균형 유지라는 정부 원칙에 따라 성과 이끌어”
더불어민주당은 힘든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3개월 만에 우리의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는 협상결과를 잘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정부발표 직후인 2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에 철강관세 문제가 연계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며 “그럼에도 지난 1월 협상을 시작한지 3개월 만에 우리의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는 협상결과를 잘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협상 결과에 대해 “철강관세 면제 7개국에 한국이 포함되었고, 자동차 부품 의무 사용은 미국의 요구였으나 이를 뺐으며 농업도 추가 개방 없이 레드라인을 확고하게 지켜냈다”며 “상호간 이익 확대와 균형 유지라는 우리 정부의 원칙에 따라 성과를 이끌어낸 김현종 본부장과 협상팀 모두 수고하셨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굳건한 안보동맹 위에 경제 협력관계를 단단히 쌓아왔던 한미 양국이 지속적으로 호혜적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 남은 추가 통상교섭에도 국익과 국위를 선양하는데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정부 당국에 당부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통상과 관련한 첫 시험무대에서 보여준 이번 성과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하는 통상정책의 원칙을 지켰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미측의 집요한 압박에도 농축산물 추가 개방 요구를 막아냈고, 중소기업과 환경 보호 등 주권국가의 정책 결정에 장애물로 평가받는 기존 ISD에 대해 소송 남발을 막고, 정당한 정책 권한 행사에 필요한 개선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 원내대표는 “실사구시가 돋보이는 실리적 결과도 만들어냈다.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연장, 미국의 안전기준 충족 수입차 대수 쿼터 확대 등은 자동차 수출입 구조상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라며 “철강 역시 영구히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 물량을 일부 감축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당초 미국이 발표했던 3개의 관세안보다 국내 업계에 유리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대체로 비판 일색인 다른 야당 반응과 달리 대통령 개헌안 내용에 대해 일부 긍정적 평가를 내놔 온도차를 드러냈다.](/news/photo/201803/182999_213979_362.jpg)
◆정의당, “얻어야 할 것은 얻지 못하고, 내주기만 한 균형을 잃은 협상”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통상 현안에 대한 선제적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놨으며, 바른미래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6일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한미 FTA, 미 세이프가드 같은 통상 현안에 대해서 선제적 대응을 하기는 커녕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힘겨워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며 “앞으로 닥칠 경제상황에 조금만 잘못 대응해도 국가적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선제적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진보 내지 친여 성향인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협상 결과에 대해 불만과 우려를 계속 밝히고 있다.
정의당은 “얻어야 할 것은 얻지 못하고, 내주기만 한 균형을 잃은 협상”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김용신)는 26일 오전 정책논평을 내고 “한미FTA 개정협상과 미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와 관련된 협상의 내용을 보면, 얻어야 할 것은 얻지 못하고 내주기만 한 균형을 잃은 협상으로 매우 유감”이라면서 “이번 한미FTA 개정협상은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한 협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정책위원회는 ▲미국의 FTA 체결국가에 대한 반덤핑 상계관세를 남용 방지대책 미확보 ▲통상 이외에 환경, 안전, 공공성 강화 등의 정책은 ISDS 제소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인지 불분명 ▲한미 FTA협정의 미국과 우리나라의 법적 지위 차이, 래칫시스템, 서비스시장 개방의 포지티브방식 변경 등은 의제화하지도 못함 등을 들어 협상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번 한미FTA 개정과 철강관세 협상의 결과는 정부가 픽업트럭 관세 폐지 연기, 자동차의 안전 및 환경 기준 완화, 글로벌 신약 약가제도의 변경 등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준 협상이었고, 우리나라는 미 무역구제 조치와 한미FTA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함에도 충분히 그러하지 못하였다”고 결론지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27일 당 의원총회에서 “정부는 애초 미국 측의 각종 무역구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하겠다는 등 큰 소리를 쳤지만, 협상을 속전속결로 진행하며 결국 미국 측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고, 손해 봤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내용을 들고 왔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픽업트럭 관세 폐지는 2040년까지 유예됐고, 대한민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미국 차량이 5만대까지 수입이 가능해졌으며, 미세먼지 문제가 극심한 가운데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에 대한 미국 측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다”며 “이번 협상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개시됐으며,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철강을 지렛대 삼자 다른 것을 줄줄이 넘겨줘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런 결과가 빚어진데 대해 “정부는 이런 협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통상협상의 사령탑과 전략의 교체를 검토해야만 한다”며 “또한 자동차 산업과 미세먼지 문제 등 이번 FTA 개정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평화당, “자동차 관련 산업이 주를 이루는 호남경제에 타격 불가피” 우려
민주평화당은 농수축산업에 대한 ‘비관세 레드라인’ 불안과 호남경제에 대한 타격을 우려했다.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26일 오후 브리핑에서 “농업부문이 지켜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동차 관련 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자동차 관련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호남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GM 군산공장 폐쇄, 금호타이어 매각 등으로 이미 전북과 광주, 전남 등 호남의 중심산업인 자동차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이번 FTA 협상으로 인한 타격은 고스란히 호남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 업계와 해당 지역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지역 자동차 관련 산업 지원을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27일에는 황주홍 평화당 정책위의장이 보도자료를 통해 “재협상의 원칙적 합의 도출을 환영하면서도 자동차 산업과 농축산업 협상에 대해 몇 가지 우려를 제기한다”며 ▲자동차 산업을 위한 특단의 대책 ▲농축산업의 다른 것 양보불가 ▲축산물 수입의 ‘지역화’ 추가허용 불가 등을 요구했다.
황 의장은 “‘관세 레드라인’은 지켜냈지만, 축산물 수입 ‘비관세 레드라인’이 뚫렸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정부는 FTA 책상에서 오가지 않더라도 비관세 분야 등 다른 분야에서 우회적으로 양보한 것은 없는지, 250만 농업인들에게 분명히 밝혀 줄 것”을 촉구했다.
◆통상전문가, 명분을 주고 실리 얻어...“그 정도면 선방했다”
협상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야당이 비판은커녕 언급조차 없는 상황에서 정의당만이 유독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인데, 통상 전문가는 명분을 주고 실리를 얻었다는 평가다.
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박태호 국제통상연구원장은 2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픽업 트럭’ 비관세 기간 연장에 대해 “지금까지는 우리가 수출을 트럭은 안 하고 있다”며 “이것을 20년을 더 연장해서 25%를 낮춘다고 했기 때문에 다소 불리한 것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수출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다”고 분석했다.
박 원장은 철강관세 면제에 대해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한·미FTA에서 주로 자동차 문제를 얘기했는데 확실하게 다 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애당초부터 김현종 본부장께서 ‘농수산물은 지키겠다’ 그랬고, 또 그걸 지켰다고 얘기를 했다”면서 “한편으로 볼 때는 미국도 농산물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민감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갖고 오지 않았나, 그렇게 예상”한다고 예측했다.
박 원장은 “전체적으로는 선방했다”는 정부의 자평에 대해 “그 정도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조속한 시일 내 분야별로 세부 문안작업을 완료하고 정식 서명 등을 거쳐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하는 등 향후 절차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협상 결과에 대한 이해득실에 대한 분석과 정치권의 평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