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당-바른미래당 선거연대론, ‘용두사미’로 잦아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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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보수연대론’ 꺼냈다가 당내 반발에 무산…與野, ‘아전인수’ 나서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당내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자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당내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자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선거연대론이 최근 정치권에서 급부상했다가 갑자기 다시 잦아드는 모양새인데, 이 같은 급격한 국면 변화 배경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유승민, ‘한국당과 선거연대’ 발언에 당내 요동

먼저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내비친 인사는 바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였는데, 유 대표는 지난달 29일 대구시당 개편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이란 상대가 있고, 이게 야합으로 보일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권의 연대·협력으로 봐주실지 여러 장애물이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저는 마음이 조금 열려 있는 편”이라며 “당내 반발이나 우리 국민들의 오해나 이런 부분만 극복하면 부분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유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연대 이유와 관련해 “서울시장 같은 경우 예컨대 인재영입위원장이 출마해서 만약 승리, 당선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연대)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한 데 이어 “솔직히 원희룡 제주지사는 우리 바른미래당과 같이 가야 할 인재라고 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한다. 원 지사나 안 위원장을 생각하면 제 마음은 열려 있는 상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유 대표의 발언에 발칵 뒤집힌 바른미래당은 즉각 진화에 나섰는데, 박주선 공동대표는 3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유 공동대표가 선거연대 발언을 한 것은 당내 동의가 이뤄지고 국민이 동의를 한다면 연대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며 “비공개 회의에서 유 공동대표도 한국당과 연대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당론인데 연대는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거듭 “(연대는) 당과 국민의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없다는 얘기”라며 “이것을 한국당과의 연대나 연합으로 보도하는 것은 유 공동대표의 발언 취지를 정확하게 짚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 과잉보도 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바른미래당은 양대 기득권 정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의한 구태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출발한 대안 정당인데 선거에서 이기겠다고 그 목적을 잊고 연대를 하는 건 국민을 기망하고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이라며 “한국당과는 연대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연대 불가 쪽에 분명히 못을 박았다.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유승민 공동대표가 제기한 한국당과의 선거연대 주장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유승민 공동대표가 제기한 한국당과의 선거연대 주장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여기에 박 공동대표처럼 국민의당 출신인 김동철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의 의석은 10%, 지지율은 10% 미만으로 작지만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을 때 반드시 빛을 발할 것”이라며 “자신들만이 선이고 다른 모든 정당을 악으로 규정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길을 가지 않을 것이고 국정농단 헌법 유린을 자행하고 사과 없는 한국당의 길로도 가지 않을 것이다. 집단지성을 찾아가는 제3정당의 길로 갈 것”이라고 강조해 연대론을 일축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김성식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6일 당 의원 연찬회에서도 ‘한국당, 민주당을 비롯한 어떤 정당과도 선거연대는 없다’고 합의한 바 있고 유 공동대표 스스로도 몇 차례 부정적인 언급을 한 적이 있다”며 “유 공동대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비록 지금은 의석으로 제3당이지만 바른미래당이 한국당보다 더 큰 미래의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입증하고, 그 결연한 의지를 국민 앞에 분명히 하는 것이 이번 선거의 미션이 아닌가”라며 “선거의 유불리에만 집착해서 공당의 명분을 훼손한다면 바른미래당의 미래에 큰 암초를 만드는 것이며 선거의 결과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 바른정당 출신까지 반대하자 한 발 물러난 유승민

이렇듯 한국당과의 연대에 선을 긋는 목소리가 비등하자 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선거연대 발언을 했던 배경은 바른미래당 현역 도지사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그동안 일관되게 이번 지방선거에서 일대일 구도를 희망했기 때문”이라며 “저도 그걸 위해 노력해보겠다는 이런 약속을 여러 번 해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인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고 단 이런 발언에 대해 저는 분명히 여러 장애물이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고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또 유 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에도 기자들에게 “이렇게 반대가 많으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 중심으로 반대가 있고 바른정당 출신 의원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상은 하고 있었다. 반대가 상당히 있지만 그런 가능성에 대해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고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바른정당 출신인 하태경 최고위원조차 2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보수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정치구악 집단”이라며 “이런 집단은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이라고 발언할 정도로 한국당과의 연대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당내 상당하다 보니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킬 만한 유 의원의 ‘연대론’은 언제 불거졌냐는 듯 수그러들고 있다.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거취를 고민 중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한국당과의 선거연대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자신을 거론한 유 대표 발언을 지적하며 한국당으로 가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거취를 고민 중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한국당과의 선거연대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자신을 거론한 유 대표 발언을 지적하며 한국당으로 가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심지어 유 대표가 한국당과의 선거연대를 주장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거명됐던 원희룡 제주지사까지 2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후보 단일화를 원했다는 유 대표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제가 (유 대표에게) 어느 지역에서 어떤 후보를 어떻게 해야 된다고 얘기한 적도 없고 실제로 그렇게 되리라 기대하지도 않는다”며 이른바 ‘연대설’이 나온 배경으로 비쳐지는 데 대해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 구실 잡은 與, ‘연대론’ 공세 명분 삼아 안철수까지 압박

이처럼 자칫 내홍으로 비화될 수도 있었던 민감한 사안이 순식간에 당내에서 잦아들기는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경쟁 정당들은 때마침 이용할 만한 구실이 생겼다는 듯 저마다 다른 반응을 내놓으며 바른미래당을 계속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당장 민주당에선 30일 김현 대변인이 “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한 실정이고 바른미래당은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후보조차 없는 실정에서 나오는 궁여지책이자 정치적 야합”이라며 “유승민 의원의 새누리당 탈당과 독자정당 창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면피용 이벤트’에 불과하다.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강력한 열망이 느껴진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아예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 대표가 전제조건이 있기는 하나 (한국당과의) 후보 연대를 거론했다. 이런 문제를 안철수 전 대표와 상의하지 않고 얘기할 수는 없다”며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당시 한국당과의 연대는 절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 대표가 합의가 없는 상태로 그런 발언을 한 것이라면 안 전 대표는 오늘 중 이에 강력한 항의를 해야 한다”고 서울시장 잠재경쟁자가 될 안 위원장까지 압박했다.

이미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같은 당 소속이면서도 마찬가지로 서울시장 잠재경쟁자인 장진영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마저 “명확한 입장을 밝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지 않게 하라”고 촉구한 판국이기에 유 대표의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줄곧 침묵을 지켜왔던 안 위원장은 입을 열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 그래선지 안 위원장은 1일 오전 ‘인재영입 및 입당행사’를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에 대해 묻는 질문에 “경쟁해서 싸우고 이겨야 할 대상”이라고 답변했다.

◆ 야권서도 유승민의 ‘선거연대론’ 놓고 저마다 ‘아전인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 정당들은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를 원치 않는 모습인데, 창당 때부터 바른미래당과 신경전을 이어왔던 민주평화당에선 2일 장병완 원내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보수야합이라고 했던 평화당의 지적이 정당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은 중도보수의 허울을 벗고 수구보수의 길을 가도록 하라. 그 길을 용납 못할 분들에게 평화당의 문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는 정의당과 합의해 턱걸이 ‘교섭단체’를 구성하다보니 6·13지방선거에 현역 의원이 후보로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평화당에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입당토록 하려는 심산인데, 전남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박지원 평화당 의원의 경우 지난달 29일 유승민 대표의 선거연대 발언이 나오자마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한국당과 선거연대 하던지 아니면 평화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비단 평화당 뿐 아니라 유 대표로부터 사실상 이번 제안을 받게 된 당사자이자 제1야당인 한국당에서도 그저 조용히 넘어가지는 않았는데, 김성태 원내대표는 유 대표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진정성이 국민 앞에 서로 담보될 때 이뤄질 수 있다. 신중한 판단을 하겠다”면서도 “문재인 정권에 대응하기 위해 야권은 언제든지 자연스럽게 공조를 얘기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다만 이와 별개로 서울시장 후보를 내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함에 따라 실제 연대 추진보다는 여당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록 이 같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 선거연대설은 처음 논란이 일었던 데 비해 용두사미로 금세 수그러들기는 했으나 선거일까지 아직 70여일이 남은 만큼 북미정상회담 결과 등 향후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보수층 결집을 불러일으켜 양당이 연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어떤 식으로 정국이 흘러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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