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사진’을 한 눈에 목격한다
‘20세기의 사진’을 한 눈에 목격한다
  • 이문원
  • 승인 2004.05.12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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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세계 명작 사진전"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모든 소녀는 사진작가를 꿈꾼다"며 다소 냉소적인 투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어디 소녀들 뿐이겠는가. '기술'을 겸비해야만 하는, 현실에의 재해석 과정이 첨부되어야 하는 여타 예술에 비해, '눈'을 대신하고, '눈'을 정지시켜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진'은 가장 가까이에, 가장 실증적인 매체로서 감수성 풍부한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왔고, 근래의 '디카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사진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부쩍 늘어 이제 '사진전'은 수많은 전시들 중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서울 청담동의 갤러리 뤼미에르가 개관전으로 6월 10일까지 열고 있는 <20세기 세계 명작 사진전>은, 이런 사진전의 열기 속에서 어느 정도 고무적인 전시이자, 가장 대중적인 전시로서 큰 인기를 얻게 될 듯 싶다. 현대 사진사를 두루 훑어 사진을 주류 예술쟝르로 이끌어내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 사진작가 17명의 23점에 이르는 작품들을 통해 과연 '20세기의 사진'은 무엇을 꿈꾸었으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려 했고, 또 실제로 진행되었는 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20세기 세계 명작 사진전>은, 갤러리 뤼미에르의 최미리 관장이 지난 1년 반에 걸쳐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지의 아트 페어 등을 순회하며 직접 구매한 소장품들을 모아놓은 전시이기도 한데, 프랑스 사진계를 대표하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시리즈와 독일 사진의 대가 아우구스트 잔더의 '우리 시대의 초상' 시리즈, 전후의 가장 주목받은 작가들인 니콜라스 닉슨의 '소도시 풍경'과 매리 앨런 마크의 '소수민족 아이들' 등, 20세기 고도산업사회에서 뒤쳐진 이들의 쓸쓸한 풍경과 시민사회 일상을 차근히 담아낸 작품들이 차근차근히 구성되어 전시되고 있다. 지나치게 '일반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라 폄하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이토록 '기본적인 전시'가 이제야 이루어졌다는 반성의 의미도 담고 있는 전시여서, 여러모로 사진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러봐야 할 '고무적 이벤트'일 듯 싶다. (장소: 갤러리 뤼미에르, 일시: 2004.04.2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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