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핵실험 강행 파문
지난해 9월, 북한과 미국 등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9.19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손을 맞잡았다. 북핵 사태가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본격적인 해결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것은 더 큰 재앙의 출발점이었다. 미국이 마약과 위조지폐 등 불법행위 단속을 명분으로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 BDA은행의 북한 계좌를 틀어막고 나섰다.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고, 북미 관계는 빠른 속도로 얼어붙었다. 북한은 미국과 몇 차례 비공식 접촉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지만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주요국가의 돈줄을 차단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였다.
궁지에 몰린 북한은 결국 지난 7월 5일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0월 9일에는 함경북도 길주군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최후의 카드'로 여겨졌던 핵실험을 강행했다. ‘핵 보유국 지위’ 확보를 선언한 것이다.
북핵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의 결실을 맺은 지 불과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북핵을 둘러싼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핵실험 파장으로 한반도는 혼란속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완강했다. 미국은 핵 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하고,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 등을 요구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급기야 미국은 지난 10월 유엔 안보리 헌장 7조에 의거한 대북 제재결의안 통과를 주도했고, 국제사회 여론을 등에 업고 북한의 숨통을 조였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대북제재 강화로 맞서면서 위기가 고조된 것이다.
북한 체제 붕괴 관측까지 흘러 나왔다. 다행히 지난 18일 13개월 만에 6자회담이 재개되면서 해법이 모색되고 있다. 북한이 혈맹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멀어지자 미국의 제안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며 결정한 것이다.
북미 양측은 1년 넘게 극한 대치를 벌이다 중국의 중재로 다시 대화의 장으로 돌아왔다. 한때 중단 논란에 휩싸였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조금씩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북한 핵실험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올해 쟁점으로 부각됐던 핵사태는 내년에도 핫이슈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전국을 허우적거리게 만든 ‘바다 이야기’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인어이야기` `황금성` 등 사행성 게임장이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퍼져 나갔다.
게임장의 경품용 상품권이 도박용 칩으로 불법 유통되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검찰과 경찰은 전면전을 선포했다. 정부ㆍ여당도 사행성 게임장 근절 대책을 발표했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정ㆍ관계 배후설까지 불거진 가운데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가동해 문화관광부 국장, 국회의원 전 보좌관, 상품권 업체 대표, 영상물등급위원회 직원 등 40여 명을 구속했다.
끊이지 않는 불협화음, 한·미 FTA 협상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올해 내내 전국을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국민 여론이 찬성과 반대로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협상을 꿋꿋하게 진행해 나가고 있다. 성장잠재력을 되살리고 경제 체질을 선진화하려면 한ㆍ미 FTA를 통해 개방을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 때문이다.
한ㆍ미 양국은 지난 6월 첫 협상을 개시한 이래 올 들어 총 5차례 협상을 가졌다. 협상 타결 가능성은 내년 2~3월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단군 이래 최대사기사건, 제이유그룹
제이유그룹 사기 사건의 장본인인 주수도. 뛰어난 사업 수완과 정ㆍ관계 인맥을 동원한 홍보 기법으로 제이유를 회원 34만명 거느린 국내 최대 다단계 업체로 키워 한때 입지전적 인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물건과 함께 물건값의 1.5배를 돌려준다는 '공유 마케팅'은 34만명의 회원들에게 4조5천억원 상당의 피해를 안겨 준 사기극임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또 전직 장관, 국회의원, 검경 고위간부, 탤런트 등 유명인사를 자문위원 또는 간부로 영입하고 서해유전 개발 등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투자자를 현혹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사기와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ㆍ관계 로비에 사용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체 드러난 황우석 논문조작사건
지난 연말 한국을 뒤흔들었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이 서울대 조사위원회와 검찰 수사로 그 실체를 드러냈다. 검찰 조사결과 2005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처음부터 없었고, 수정란 줄기세포를 ‘섞어 심기’한 조작이었음이 밝혀졌다.
검찰은 2004, 2005년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의 논문 조작 경위를 상세하게 밝혀내 이번 사건을 일단락 지음으로써, 과학 논문의 진위 여부를 검찰이 수사하는 첫 사례를 남겼다.
과학계의 연구 윤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고 법적 제도적 교육적 환경 개선이 진행중이다. 과학기술인들은 과학부정 문제를 법정에서 해결하는 전례를 남긴 데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서늘한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
지난 7월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프랑스인 가정집 냉동고에서 젖먹이 시체 2구가 발견됐다. ‘누가’ ‘언제’ ‘어떻게’ ‘왜’라는 궁금증이 꼬리를 문 이 사건은 집주인 장 루이 쿠르조(40)와 부인 베로니크(39)가 친부모로 밝혀지면서 한국과 프랑스 국민을 경악케 했다.
유력한 용의자 쿠르조 부부가 프랑스에 머무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수사팀은 끈질긴 집념으로 사건을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베로니크가 2003년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조직세포 표본을 확보해 숨진 영아들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였다. 쿠르조가 영아들의 친부라는 사실도 칫솔 등에서 확보한 DNA로 확인했다.
줄곧 범행을 부인하다 10월 프랑스 사법당국에 구속된 베로니크는 결국 “임신 중 살해 충동을 느껴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목 졸라 죽였다”고 실토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DNA 감식으로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완벽 해결, 한국 경찰의 과학수사 저력을 떨치며 프랑스 사회의 오만한 시선을 보기 좋게 누른 것이다.
프랑스 당국은 쿠르조 부부 기소를 위한 사법절차 마무리를 위해 수사판사 등 조사진을 1월 한국에 파견할 예정이다. “아기들의 죽음은 물론, 아내의 임신 여부도 몰랐다”고 부인하는 쿠르조의 공모 여부 등에 대한 보강 조사를 하기 위해서다.
연쇄살인의 주인공, 인면수심 발바리 검거
지난해 말과 올 초, 한강이남 서부지역에는 살인범죄가 연쇄적으로 일어났고, 한강 이북 지역에는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성폭행범이 출몰했다. 이름하여 마포발바리와 서남부지역 연쇄살인 사건.
마포경찰서는 형사 116명으로 수사전담반을 꾸려 지난 1월부터 `마포발바리` 검거 작전을 펼쳤다. 범인의 범행 장소가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에 집중되자 경찰은 범인이 성폭행뿐 아니라 강ㆍ절도 행각을 벌였을 것으로 판단하고 그 동안 잡히지 않았던 인근의 강ㆍ절도 사건 파일을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다.
범행 장소도 일정치 않았고 단서 하나 남기지 않아 미궁에 빠졌던 서남부 일대 연쇄살인범 검거는 경찰이 아니라 시민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
경찰 조사 끝에 정씨는 지난 3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세 자매 피습사건 등 2004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모두 24건의 강도상해 및 살인을 저질러 13명을 숨지게 하고 20명에게는 중상을 입혔다고 자백했다. 연쇄살인범 정씨에게는 지난 9월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고 `마포발바리` 김씨에게는 최근 여성 19명을 성폭행하고 16건의 강ㆍ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특히 연쇄살인범 정씨는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까지도 "(피해자에게) 미안한 건 잘 모르겠다. 범행을 못 해서 우울하고 답답하다"고 말하는 등 인면수심의 극한을 보여줬다.
포르노계의 대부, 김본좌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일본 포르노물의 70% 이상을 공급해 온 20대. 부산 사상경찰서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김모(28)씨는 네티즌들 사이에 '김본좌'라는 은어로 떠받들어지며 유명인사로 대접받던 인물.
김씨는 2004년 3월 호기심에 다른 네티즌들과 공유할 마음으로 인터넷 웹 하드 T사이트에 일본 포르노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김씨가 네티즌들 사이에 인기를 얻자 지난해 10월 또 다른 웹하드인 S사이트 운영자 원모(30)씨는 수익금을 50 대 50으로 나누는 조건으로 김씨를 스카우트 했고 김씨는 이 때부터 T와 S사이트에 동시에 음란물을 올렸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 2년 반 동안 일본 음란물 2만여건을 클럽 회원 3만1천명에게 건당 300원에 다운로드 받게 해 5천여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 8월 경찰이 인터넷 음란물 운영업자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에 일본 포르노물을 공급하는 대부로 지목되어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국가에서 도피 도와준(?) JMS 정명석
국정원 직원이 JMS 교주 정명석씨에게 수사 기밀을 누설했다. 국회 법사위 선병렬(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17일 서울고검 및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낸 자료에서 "국정원 직원 윤모씨가 정씨에게 수사 기밀을 누설하고 반 JMS 단체 회원 김모씨의 출입국 관련 자료를 정씨에게 넘긴 혐의가 국정원 자체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선 의원은 서울북부지검 A검사가 정씨에게 수사 내용을 알려주고 법적 대응방법까지 정리해 정씨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으로 검찰에 고발된 사실을 공개했다.
한편 정씨는 여신도 성폭행과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자 대만으로 도주한 뒤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몸 찍어 돈벌이 나선 대학교수(?)
부인 혹은 애인의 은밀한 곳이나 성교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포르노사이트에 올린 대학 겸임교수와 회사원, 대학생···, 자기 부인의 나체 사진 등을 ㅍ포르노사이트에 올려 2천여만원의 이득을 챙긴 ㅅ대학 권아무개(34) 겸임교수와 해당 사이트 운영자 이아무개(33)씨가 음란 화상 판매 혹은 공연 전시 혐의로 구속됐고 음란물 게시자 41명이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적발된 이들은 전북 지역 현직 군수의 아들, 외국계 증권사 지점장, 영화 시나리오 작가, 미술학원장, 대학생 등으로 나이와 직업군 등에서 그 층이 다양했다.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의 직업도 주부와 공무원, 간호사, 성매매 여성 등이었다.
사이트 운영자 이씨는 2001년 4월부터 ‘전문 모델이나 포르노 배우가 아닌 다른 여성들의 사진’을 모토로 내걸고 사이트를 시작해 30만여명의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회원들이 사진을 볼 때마다 회당 50-150원의 조회료를 받고 이 가운데 절반을 사진을 제공한 회원에게 주는 방법으로 5년여에 걸쳐 5억여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