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인 1990년대 말, 우리 경제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IMF라는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것.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며 당시 GDP기준으로 경제규모 세계 12위였던 대한민국의 경제는 순식간에 국가부도의 위기에 몰리게 됐다.
그러나 ‘한국인의 힘’은 위기 때 더욱더 빛이 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불과 4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IMF의 구제금융 체제를 벗어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6년.
누군가 어질러 놓은 방을 정리라도 하듯 올 한해의 한국 경제는 하루하루가 들썩이며 조용할 날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숨 가빴던 과정을 쟁점별로 짚어봤다.
무엇보다 올 한해 한국경제를 정리하면서 기억될 가장 큰 이슈는 수없이 난무했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끈 대목은 뭐니뭐니해도 ‘반값아파트’
크게 대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로 나뉜 열띤 아파트가격 내리기 논쟁은 지금까지도 그 열기가 가시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주택가격의 획기적 안정’을 그 모토로 삼고 있기에 서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불어 종부세 논란과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등은 기존 부동산 시장의 폐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 이었다는 다수의 시각도 존재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는 시간을 두고 좀 더 두고 볼 일이라 여겨진다.
아마도 2006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던 한해로 기억될 듯하다.
그리고 술자리의 단골 메뉴였던 한-미 FTA.
한·미 양국은 올 2월 2일 미국 상원의사당에서 양측의 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이와 관련 일부 시민단체와 농민들은 ‘굴욕외교’라며 격렬하게 저항했으며, 현재까지도 전방위 칼날을 세우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과 미국은 현재까지 5차 협상까지 마치 상태이지만 상품무역,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의 분야에선 어느 정도 진전을 봤으나 무역구제나 쌀을 포함한 농산물 분야에선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잊지 못할 한해를 보낸 재벌가 총수들은 2006년을 되새겨 보면 콧등이 시큰해지는 느낌을 받을 법도 하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구속·수감 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사건을 비롯, 8천억원을 사회에 헌납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안방 드나들 듯 법원을 오갔던 두산家, 비자금 혐의로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윤영호 전 한국마사회장 등이 수난(?)을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 관련 기사와 ‘장하성펀드’의 출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2003년 불법로비를 통해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단기간에 시세 차익을 챙겨 빠져나가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사실 어제 오늘 문제는 아니지만 론스타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 비쳐서 논란의 불씨는 아직까지 살아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초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고 있는 부분들로 인해 그 정체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실정인데, 논란의 여지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재계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대형 M&A도 ‘올해의 주연’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로 인해 업종별 시장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 되는데, LG카드를 인수한 신한금융지주와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건설은 각각 금융과 건설업계에서 상위권에 올라섰다는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더불어 신세계와 이랜드가 각각 월마트와 까르푸의 한국 법인을 인수한 사건은 유통업계의 ‘근간’을 흔들만한 대형 사건이었던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병술년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최근 계속된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인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올 한해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출 중심의 중소기업들은 경쟁력 유지에 사활을 걸고, 계속된 적자를 감내하면서 까지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환리스크의 피해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수출 기업이 선물환 계약을 하는 모습 속에서 환율 하락이 수출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보다 더 뛰는 거야!
이 밖에도 내수시장에 수 없이 많은 장벽과 그늘, 그리고 희망이 있었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2007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 한탄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올해 대한민국 경제에 적지 않은 시련과 고난이 있었을 지라도 그것들을 거울삼아 한 단계 진일보 할 수 있는 계기가 됨을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