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畵聖)’의 진면목을 한 눈에 살핀다
‘화성(畵聖)’의 진면목을 한 눈에 살핀다
  • 이문원
  • 승인 2004.05.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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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겸재전"
성인의 경지에까지 오른 화가라 하여 '화성(畵聖)'이라고까지 불린 바 있는 겸재 정선(1676∼1759)의 그림세계는 그야말로 한국 산수화의 '기본'을 '창조'해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굳건하고 면밀하다. 중국의 화풍에 그 틀을 맞추던 사대주의에 맞서 우리 식으로 우리 산하를 담아내는 '진경산수화'를 완성시킨 인물로 널리 알려진 겸재는 성리학에 그 미술 철학을 두고 독자적인 그림세계를 추구하였으나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단원 김홍도의 '위력'에 의해 다소간 저평가되는 수모를 겪었는데, 수백년이 지난 뒤 그의 그림에 매료당한 간송 전형필에 의해 비로소 새롭게 '발견'되어 오늘의 위상에까지 이르게되었다. 그런 겸재의 미술세계가 그를 발굴해낸 간송 본인의 이름을 딴 '간송미술관'에서 총망라된다. 여러모로 뜻깊은 전시가 아닐 수 없는 이번 겸재전은 그의 이름 앞에 큰 대(大)를 넣은 <大겸재전>이라 명명되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는데, 과연 그럴싸한 것이 이번 전시에서는 감송미술관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겸재의 그림 100여점이 전시장 1, 2층을 그득히 채워, 주로 30대에 완성된 진경산수 기본틀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이전의 겸재전과 달리, 60대 이후의 그윽하고 극도로 안정된 화풍의 그림들도 선보여져, 그야말로 '겸재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는 대형 전시라 할 수 있겠다. '겸재'를 '탄생'시킨 '간송미술관', 그리고 1971년 개관 첫 전시회가 바로 '겸재전'이었던 '간송미술관'이 이번 전시를 연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며, 겸재 특유의 농담의 아슬아슬한 묘사와 시원스런 화폭 구성이 살아숨쉬는 진경산수화는 물론, 재치와 능글스럼까지 배어나오는 그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화, 화훼화들도 함께 선보여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겸재와 알지 못했던 겸재가 서로 만나 비로소 겸재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장소: 간송미술관, 일시: 2004.05.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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