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번째 시즌을 맞는 V리그는 남자부 6개 구단, 여자부 5개 구단이 6라운드 150경기를 치른 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이중 남자부의 판도는 2005/06 시즌 우승을 차지한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실업배구 포함 9연승의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2강’, 구미 LIG 그레이터스·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의 ‘2중’, 실업구단인 한국전력과 상무의 ‘2약’으로 요약된다. 몇 년째 변함없는 구도다.
아시아경기대회 2연패를 달성한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천안 현대캐피탈은 주전 6명이 모두 국가대표로 선발된 든든한 진용이 갖춰져 있다. 신진식(대전 삼성화재)과 함께 국가대표 맏형으로 도하에서 활약한 후인정은 여전히 전성기 때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후인정은 “올 시즌 우승을 해야 진정한 강팀으로 인정받지 않겠느냐”라며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2연패를 달성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특급 용병’ 션 루니
여기에 ‘특급 용병’ 션 루니가 힘을 보탠다.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하면서 천안 현대캐피탈에서 뛴 루니는 206㎝의 키에 타점 높은 공격으로 여성 팬들에게 인기를 누렸다. 루니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오픈공격 1위(48.94%) 득점 4위(437득점) 서브 2위(세트당 0.39개)의 성적으로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휩쓸고 일찌감치 재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루니의 몸 상태가 문제다. 정규리그가 끝나고 미국에서 비치발리볼 선수로 뛰느라 다소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
박철우와 송인석도 주목받을 만한 선수로 떠오른다. 김 감독이 자신 있게 천안 현대캐피탈의 최고공격수로 꼽는 박철우는 지난 시즌 선배 후인정을 밀어내고 주전 라이트로 뛰고 있다. 루니의 백업 레프트인 송인석은 패기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어깨 수술로 시즌 초반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장영기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기대된다.
리베로 오정록과 김정래가 분담하는 수비도 안정감이 있다. 오정록은 한때 국가대표에 선발됐으나 여오현(삼성화재)과 경쟁에 밀려 결국 국가대표 명단에서 탈랐다. 동료 이선규 등과 달리 병역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오정록은 한 번 더 우승하고 상무에 입대하겠다는 각오다.
또 하나 떠오르는 복병은 레안드로 다 실바(대전 삼성화재). 레안드로는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난 시즌 브라질 슈퍼리그에서도 득점 1위에 올라, 루니에 맞설 재목으로 지적돼왔다. 레안드로는 지난달 24일 천안 현대캐피탈과 첫 경기에서 홀로 49득점을 기록하며 풀세트 접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에 김 감독은 “다른 구단은 레안드로를 막기 어려울 것 같다”며 “레안드로를 막을 방법을 연구해오겠다”고 다짐했다.
레안드로를 막을 방법은?
대전 삼성화재의 장기집권을 끊고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이룬 천안 현대캐피탈은 이제 “창업보다 더 어렵다는 수성”이라는 임무를 맡았다. 국가대표 일정으로 느슨해진 팀워크, 구단간 실력 평준화 등의 암초를 만난 천안 현대캐피탈이 시즌 2연패를 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