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韓美정상회담이 지난 22일 열리면서 美北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북한이 비핵화 방식을 놓고 미국과의 이견차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측이 일괄타결 방식을 고수하자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북정상회담 거부 가능성을 내비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이같은 태도에 불쾌감을 내비치며 미북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입에 올리자 회담 무산 가능성마저 제기된 전망이 한숨은 돌린 듯하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현장을 취재 명단에서 한국 기자단만 명단 접수를 거부했다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취재진 명단을 접수하면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의 태도가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韓美정상회담 직전까지 모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면서다. 북한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것은 시진핑 주석 만남 이후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점을 주목하며 북미 정상회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기조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 전까지 이어졌다. 북미 정상회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브리핑룸으로 달려와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며 진화에 나섰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21일 미국행 비행기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고 장담했다.
일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며칠간 난기류를 만났지만 한미 정상회담 이후 회담 개최는 상당히 높아졌다.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이행 로드맵에서 이견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로 나서는데 빠른 시간보다 단계를 언급하며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 보상을 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의 일괄타결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폐기는 한꺼번에 일괄로 이뤄지는 것이 낫다. 한꺼번에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짧은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놓쳐서는 안될 부분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다.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완전 폐기가 언급된 합의문이 도출돼야 한다. 합의문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회담 성공 가능 여부가 판가름 나는데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합의문이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 과거 북한은 북핵 합의문에 서명한 이후에도 휴지조각처럼 여기며 딴소리를 하는 등 북핵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에 나선 전례가 있다. 때문에 북한이 단계적 이행을 강조하는 것은 완전한 북핵 폐기는 하지 않겠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미국도 이점을 우려하며 회담 회의론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미북 정상회담 사이 중재자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일단 남북 정상간 핫라인 가동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5일 이후 남북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북한 역시 문 대통령의 중재에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