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주거지역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서울 강남 도곡동의 아카데미 스위트. 1평이 3천만원에 가까운 최고급아파트로 분양 당시에는 4억원의 프리미엄까지 붙었던 이 아파트가 입주한 지 2년도 안 돼 천장이 갈라지고 물이 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하주차장에서는 크랙균열이 가서 방수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를 담당했던 건설사와 감독했던 감리회사가 사실상 같은 회사여서 공사 감독이 허술해 발생하게 된 결과라는 입주민들의 주장과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는 회사측, 극한 대립으로 치닿는 현장을 파헤쳐보았다.
아카데미스위트는 2005년 1월 입주이후 입주민들이 시행사인 라성건설측에 ‘투기 의혹’과 ‘건축물 불법 변경’ 그리고 ‘사기분양’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분쟁을 계속해왔다.
동의없이 내멋대로~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림아크로빌 인근에 들어선 아카데미스위트는 당초 도곡동 입지에 걸맞는 고급 주상복합 건립을 목표로 라성건설이 직접 시행, 시공을 맡아 34~102평형 전체 444세대로 지난 2002년 1월 분양해 입주를 시작했으나 분양 당시 내걸었던 모델하우스와 다른 아파트를 지은 것으로 나타나 사기 분양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용면적의 차이다. 분양 당시 회사측은 50평형대 이상 세대를 기준으로 약 10평 정도를 공용면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명시했으나 입주한 주민들이 직접 측량한 바에 따르면 제공된 공용면적은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 53평형의 경우 약 5.3평 정도의 공용면적이 사라진 셈이다.
이렇게 해서 사라진 공용면적은 약 2천평가량이다. 특이한 사실은 사라진 공용면적만큼 분양 당시에는 없었던 별도의 상가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의 진입로 자리에 설치된 이 상가는 3층 규모로 건물연면적은 정확히 2천평가량. 즉 사라진 주민 공용면적이 상가로 변해 진입로를 가로 막게 된 셈이다.
주민 대표측이 이 문제에 대해 회사측의 설명을 요구하자 회사측은 공용면적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공용면적은 주차장을 확장하면서 사용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분양 당시 회사측은 총 720대의 주차대수를 구획했지만 현재는 808대로 80대가 늘어나있다.
하지만 이 역시 주상복합 소유자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회사를 위한 주차장 확장으로 드러났다.
'아카데미스위트 주민 소송단 대표협의회'관계자는 "주차장 확장은 아파트 분양 당시 회사측이 예정했던 상가 수보다 더 많은 수가 생겨남에 따라 주차장 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상가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회사측은 아무런 사전 해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분양 당시 약속한 지상 주차장 자리에 시행사가 계약자 사전동의없이 연면적 289평의 상가를 구청으로부터 허가받아 버젓이 만들어 임대하고 아파트의 준공검사와 사용승인이 난 이후에도 수개월동안 추가 공사를 진행하기도 해 허가권자인 강남구청도 의혹을 사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최기오 회장은 “준공검사를 받고도 8개월가량이 지난 2005년 7월까지 대리석, 시멘트 공사가 한창 진행돼 입주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성건설의 한 관계자는 “준공 후 추가적으로 공사를 했던 것은 102평형 등 일부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였고 당초 주차장 용지에 새로 들어선 상가에 대한 입주민들의 동의 여부는 주거용 부문이 아니었기에 필요하지 않은 절차였다”고 변명했다.
상가는 전적으로 라성건설의 소유로 알려졌다. 상가수가 계획보다 늘어난만큼 당초 주민에게 제공하기로 했던 주민공동시설은 대부분 없어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도곡 아카데미스위트에 있는 유일한 공동시설은 독서실뿐이다.
한 입주민은 “이사를 와서 보니 분양 카탈로그에 있었던 월풀욕조, 다용도실, 붙박이장 등이 설치되지 않았었다”며 “27층에 설치돼 있어야 할 스포츠센터, 사우나 등 주민 편의시설 공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라성건설 정영기 회장은 "세대마다 목욕시설이 있는데 공동 사우나 시설이 뭐가 필요하냐"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또 시행사였던 라성건설은 지난 2001년 분양 당시 미분양이라는 이유로 현재까지 이 주상복합아파트 전체 414가구 가운데 102평형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25%가량을 자사물량으로 소유한채 현재 전·월세로 임대를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로부터 이 땅을 낙찰받았던 라성건설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만도 이 아파트 총 지분의 44%에 달한다.
도대체 이같은 분양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라성건설은 이 아파트의 시공, 감리, 그리고 입주 관리까지 모두 도맡았다. 라성건설은 지난 2001년 주상복합 부지를 매입하고 공사를 진행할 때 한미파슨스를 감리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한미파슨스는 2003년 10월 감리업무를 중단하고 새로이 (주)RSCA라는 회사가 새로운 이 아파트 감리사로 선정됐다.
(주)RSCA는 당초 아카데미스위트를 설계한 '도인건축'의 새로운 법인이다. 주민대표들이 제시한 주주명단을 살펴보면 정영기회장과 부인 안혜자씨 그리고 정 회장의 아들 정현준씨, 딸 정혜정씨 등 정씨 일가는 라성건설과 (주)RSCA의 최대주주로 장악하고 있다.
또 현재 이 아파트 입주자 관리를 맡고 있는 '모던플러스' 역시 정 회장의 일가가 소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아들 정현준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는 상태다.
즉 시공사가 감리를 맡게 된 것이다. 더욱이 라성건설은 도인건축 시절 아카데미 스위트의 설계를 맡았던 K모 차장에 회사가 보유한 주상복합 한 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설계와 감리로 이어지는 커넥션 과정을 알고 있는 김 차장에 대한 뇌물 공여 의혹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법정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아카데미스위트 주민 소송단은 검찰에 사기죄와 건축법 위반, 그리고 뇌물공여죄 등 형사 고발을 해놓은 상태며, 향후에는 공용면적 현금청산과 편의시설 설치, 불법상가에 대한 대책 등을 골자로 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시공사가 감리까지~
하지만 회사측은 2~3년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민사소송의 약점을 노려 오히려 '법대로 하라'는 자세다. 전국 최고 수준의 집값을 기록하고 있는 강남의 아카데미 스위트가 뜨거운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