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일명 ‘물뽕’이라는 신종약품이 인터넷을 통해 대량유통돼 성범죄에 악용되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1월 국정감사를 통해 “무색무취의 액체상태로 판매되는 물뽕은 음료수나 술에 타서 복용하면 당시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른바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이며 이메일 영업과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통됐다고 폭로했다. 물뽕은 24시간 내에 체내에서 빠져나가 사후 증거를 찾기 힘들고 가해자를 찾더라도 피해사실을 입증하기가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파리(Spanish fly)는 서구권에서는 잘 알려진 최음제다. 여성이 남성에게 섹스를 간청하게 만드는 물질이라고 믿어졌고, 여드름 많은 14살 소년들이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착각하는 약물이기도 하다. 사디즘으로 유명한 사드 후작은 스페인파리를 코코아에 넣은 초콜릿 드롭스로 젊은 여인들을 중독시켰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파리는 장수풍뎅이류에서 나온 추출물로 혈변, 혈뇨, 배뇨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도저히 추천할 수 없는 약물이다.
게다가 현행법상 물뽕이나 스페인파리 같은 약물은 ‘마약류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는 마약·향정약품이며, 소지·소유·사용하면 처벌받는다. 특히 스페인파리가 미 FDA 승인을 받았다고 광고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허위광고에 불과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평범한 최음제를 찾는다면 단연 알코올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하는 연인과의 밤을 준비하는 이들은 반드시 한 병의 술을 잊지 않았다. 특히 여성에게 알코올은 성적 억제나 긴장의 완화, 말초혈관의 확장으로 인한 불감증의 개선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최음제로서의 술이 한두 잔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알코올은 도리어 섹스 테크닉을 저하시킨다. 적당한 수준을 넘어선 알코올은 남성을 일시적 불능자로 만들 수 있다. 중추신경계의 기능이 소실돼 성적 흥분이 되지 않으며, 발기기능이 감퇴하고 사정지연 내지 사정장애, 오르가슴 장애로 연결된다. 1970년대의 성의학자인 마스터스와 존슨은 중년남성 발기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만성적 알코올 과음상태를 들었으며, 여성 역시 성적 흥분이나 오르가슴이 감퇴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무수한 최음제들이 실제로 최음효과를 완벽하게 낼 수 있는지 여부는 의심스럽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문화권별로 사용되는 수천 가지 전통적인 최음제들의 목록을 ‘사랑의 미약’이라는 책에 정리했던 신시아 메비스 왓슨 박사는 “머릿속에 어떤 물질이나 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적당한 화학반응이 자극되고, 몸에 흥분을 일으키는 생체신호를 보낸다”고 설명한다.
최고의 최음제는 ‘사랑’
때문에 왓슨 박사는 최음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다른 아이템을 추천한다. 적당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저녁식사, 소리 나는 불꽃, 촛불, 부드러운 음악, 은은한 향수나 아로마 오일, 섹시한 란제리, 초콜릿 한 조각, 달콤한 속삭임, 은근한 표정, 사랑한다는 말이나 야한 은어 같은 것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이상의 최음제는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