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가정 - 돈 때문에 갈라진다
무너지는 가정 - 돈 때문에 갈라진다
  • 강대진
  • 승인 2004.05.14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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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우리는 어떻게 살아요?”
지속되는 경제 불황은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가정마저 붕괴시키고 있다. 지난달 말 가출한 뒤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는 주부 K(36) 씨는 현재 이혼수속을 밟고 있다. 막노동으로 일하던 남편 (39) 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일거리가 줄자 "다른 집 부인처럼 돈을 벌어오라" 고 다그치는 데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정 해체의 가장 단적인 예는 이혼이다. 매달 엇비슷한 수치를 보이던 서울가정법원의 협의이혼 신청건수가 날이 갈수록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경우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 가 있다는 상담자 (4백91명) 가운데 24%가 경제 갈등, 15%가 빚, 9%가 생활무능력을 지적하는 등 전체의 절반가량이 경제문제를 이혼사유로 내세웠다. 지난달에 2월과 3월 엄마, 아빠가 차례로 집을 나간 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윤모 (5)군은 5개월째 엄마가 달아준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다. 명찰을 떼버리면 엄마가 돌아와도 자신을 못 알아볼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문영이 판사는 "최근 협의이혼을 하러온 30대 부부가 자녀 양육문제에 대해 '경제적 능력이 생길 때까지 고아원에 맡길 생각' 이라고 말하더라" 며 "IMF 이후 이런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고 혀를 찼다. 부산, 광주 등 전국 8개 영아일시보호소에는 기업 도산이 급증하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용아동 수가 20~1백%까지 늘어났다. 보건복지부는 가정해체를 최대한 막고자 생활보호대상자 자녀에게 한정되던 아동보호시설 수용 규정을 고쳐 지난 1월부터 실직가정 자녀들도 6개월 동안 무료 입소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정 해체를 촉발하고 급속히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가정폭력을 꼽는다. 올해 1분기중 가정법률상담소에 접수된 상담중 구타로 인한 이혼사유는 전체의 34%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에 비해 5% 가량 늘었다. 아동학대상담소, 노인의 전화 등 관련단체에 따르면 IMF사태 이후 자녀에 대한 폭력, 노부모를 구타하는 패륜행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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