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물 건너가는 후보 단일화…정계개편 가능성도 이대로 끝?
[기획] 물 건너가는 후보 단일화…정계개편 가능성도 이대로 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문수·안철수, ‘밀당’ 끝에 일단락 모양새…보수대통합도 ‘난관’ 산적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간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가 결국 논란 끝에 수면 아래로 잦아드는 모습이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간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가 결국 논란 끝에 수면 아래로 잦아드는 모습이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6·13지방선거 막판까지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간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가 끝내 8일 사전투표 시작을 기점으로 사실상 합의되지 못한 채 일단락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 과정에서 언급됐던 양당 통합 사안 등 선거 후 정계개편 사안 역시 이대로 묻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중소 정당의 경우 선거 결과에 따라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만큼 그 가능성을 쉽사리 배제할 수도 없다는 지적도 없지 않아 어떻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김문수-안철수, 서로 ‘사퇴하라’고 하다 단일화 ‘불발’

앞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당대당 통합론을 전제로 서울시장 양당 후보 단일화 의사를 내비쳤던 김 후보 측에선 안 후보의 계속된 ‘자진 사퇴’를 통한 우회적 단일화 요구에 대해 정택진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김 후보는 양심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층을 아우르는 유일한 후보”라며 “시퇴할 수도 없고 사퇴해서도 안 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표명함에 따라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김 후보 본인 역시 8일 서울 관악구 남현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를 하는 데는 손바닥이 마주쳐야 하는 데 서로 영 다른 방향을 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는데,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를 안 후보에게 요청했던 같은 당 홍준표 대표도 8일 송파구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자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정도가 아닌 길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후보 단일화를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에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이날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를 시작했어도 (단일화는) 지금이라도, 오늘 저녁에라도 할 수 있다”며 “사전투표가 모든 걸 결정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혀 단일화 여지를 여전히 남겨뒀지만 손 위원장 역시 “단일화는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김 후보의 결단의 문제”라고 강조해 결국 김 후보의 자진사퇴를 주장하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해야 표의 결집이 가능하다. 안 후보는 외연 확장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죄송하지만 한국당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대표주자로 나설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해야 표의 결집이 가능하다. 안 후보는 외연 확장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죄송하지만 한국당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대표주자로 나설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특히 손 위원장은 안 후보가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양보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안 후보로 단일화를 해야 표의 결집이 가능하다. 안 후보는 외연 확장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죄송하지만 한국당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대표주자로 나설 수 없다. 이번 단일화는 양보가 목적이 아니라 선거 승리가 목적”이라고 답변한 데에서도 이런 부분은 명확히 드러났다.

아예 안 후보의 경우 같은 날 오전 마포구 집중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위적인 단일화는 반대한다”며 “김 후보를 찍으면 그건 박 후보를 당선시켜 주는 일”이라고 역설해 더 이상의 단일화 협상은 없다는 의사를 확고히 했다.

◆ 한국당·바른미래당, ‘동상이몽’에 용두사미 된 후보 단일화

이처럼 둘 모두 대치만 하던 끝에 단일화가 무산된 이유를 놓고 일각에선 당초 안 후보 지지층과 김 후보 지지층이 확실하게 중첩된다고 할 수도 없어 양보한 후보의 지지층을 야권 대표로 나선 후보가 전부 흡수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데다 여당 후보와의 격차와의 격차 역시 상당해 설령 단일화를 이뤄도 승리를 점치기 어렵기 때문 아니냐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마지막으로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인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성인남녀 801명 대상, 6/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 16.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김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15.8%와 14.9%로 박빙의 2위 경쟁을 벌이는 데 반해 1위인 박 후보는 56.1%로 압도적 격차를 보인 바 있다.

다만 안철수 후보로 야권 단일화했을 경우를 상정한 JTBC가 한국갤럽을 통해 지난 5~6일 성인남녀 815명을 상대로 서울시장 후보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P, 응답률 18.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안 후보가 32.5%를 기록해 동 조사기관이 내놨던 안철수·김문수 두 후보의 지지율(각각 17.3%, 13.7%)을 합한 것보다는 좀 더 높게 나타났지만 오차범위 밖인 52.8%에 이르는 박 후보를 따라잡기엔 여전히 역부족인 면이 없지 않았다.

그렇기에 두 후보가 승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도 그간 지속적으로 단일화 문제를 놓고 운을 띄운 데에는 선거 승리 자체보다 선거 이후를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사실상 2위 경쟁 끝에 최종 3등 후보가 된 쪽이 단일화 무산에 대한 책임론까지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안 후보가 3등이 될 경우 한국당으로선 선거 패배로 궁지에 몰린 바른미래당을 흡수할 구실을 잡게 된다면, 반대로 김 후보가 3등이 될 경우 바른미래당은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치고 존재감을 드러내며 여당의 맞수가 자당임을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도층과 개혁보수의 통합으로 탄생한 정당이란 특성을 가진 바른미래당으로선 오로지 보수 색채임을 강조해온 한국당과의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자칫 중도 지지층의 반감을 사게 될 수도 있어 김 후보의 자진사퇴란 형태가 아닌 이상 후보 단일화에 무작정 응하기도 난감한 점 역시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 정체성 논란까지 겪었던 만큼 이 부분에 민감한 바른미래당을 흔들어놓으려는 듯 한국당은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돌연 ‘보수대통합’을 제안하면서 바른미래당 내부를 다시금 한 차례 흔들어놨었는데, 그 중에서도 과거 국민의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에 격하게 반발한 바 있다.

◆ 한국당의 ‘보수대통합’ 정계개편론에 바른미래당 ‘요동’

이미 홍 대표가 지난 5일 “안 후보가 대승적 결단으로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해주면 지방선거 후 양당이 대동단결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고 야권 대통합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통합론을 거론한 데 이어 지난 7일 김 후보조차 ‘안 후보 측과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전제한다면 단일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이라고 답한 건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인데, 이에 격앙된 바른미래당에선 통합론에 선을 그으면서 즉각 반박 성명을 줄이어 발표했다.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두 후보 간 단일화 문제에 이어 급기야 당대당 통합 얘기가 거론되는 것에 경악하고 분노한다. 한국당은 조속히 해체되고 청산돼야 할 정당일 뿐”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두 후보 간 단일화 문제에 이어 급기야 당대당 통합 얘기가 거론되는 것에 경악하고 분노한다. 한국당은 조속히 해체되고 청산돼야 할 정당일 뿐”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당장 김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반발한 호남 출신의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7일 성명을 통해 “두 후보 간 단일화 문제에 이어 급기야 당대당 통합 얘기가 거론되는 것에 경악하고 분노한다. 한국당은 조속히 해체되고 청산돼야 할 정당일 뿐”이라며 “바른미래당이 가는 길이 옳다는 확신으로 지방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중도개혁 노선을 끝까지 견지해 나가야 한다. 그게 바른미래당이 사는 길”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비단 김 원내대표 뿐 아니라 같은 과거 국민의당 출신인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하루 뒤인 8일 성명을 통해 “당대당 통합 논의는 거대 양당의 공생관계를 청산하고 중도개혁실용의 가치 추구를 위해 탄생한 바른미래당의 창당 정신을 훼손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당대당 차원에서의 연대나 연합에 의한 후보간 단일화, 그리고 조건과 합의에 의한 성사를 전제로 한 단일화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고 강하게 못을 박았다.

마찬가지로 구(舊) 국민의당 출신인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의 연대설에 이어 합당설까지 나오고 있다. 중도개혁정당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한국당과 합당하는 길로 가느니 저는 군산시민당을 만들겠다”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한 발 더 나아가 보수 성향인 구 바른정당 출신인 이준석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조차 7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홍준표 대표 이런 분들과 당대당 합당을 통해 일정한 역할을 보장해주고 이렇게 한다는 건 국민들이 야합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그런 식의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 명분 없이 결국 세를 불리기 위한 통합이 되는 것”이라고 한국당의 보수대통합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당내 반발이 상당히 격해지자 후보 단일화 당사자인 안 후보까지 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가운데 한국당의 당대당 통합론 등 지방선거 후 야권발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해 질문 받게 되자 “바로 정계개편으로 이어진다든지 과연 그렇게 될지 그건 의문”이라고 우선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오전 중앙선대위·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한국당과 합당·연대 논의가 있지 않았느냐‘하는 우려가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당대당 통합이나 한국당과의 인위적이고 공학적인 연대는 생각해 본 적 없다. 안 후보도 인위적, 공학적인 단일화는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다는 얘기를 확실히 했다”고 수습에 들어갔는데, 그럼에도 홍 대표가 이날 또 “선거가 끝나면 반문재인연합 전선을 구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압박함에 따라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