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상파 방송사의 한 여성 아나운서가 멘트 중 “아이~씨!”란 말을 무심코 내뱉어 사회적으로 물의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이 파문으로 큰 논란에 휩싸였고, 국민의 언어 순화를 선도하는 아나운서 입에서 “어쩌면 그런 저속한 표현을 할 수 있느냐”고 항의해 그 아나운서가 수습 하느라 엄청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개그맨 박명수가 그런 말을 또 했다. 29일, 2006 MBC 방송연예 대상 시상식에서. 모든 사람이 보는 생방송 공개홀에서 무심코 “저이~씨!”라고 말했다. 다만 여기서 박명수가 내뱉은 말은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듯하다. 왜냐면 그가 개그맨이란 직업적 특성 때문이란다. 이에 대해 박명수의 스타일을 잘 아는 네티즌들은 덧글로 “‘그만이 할 수 있는’ ‘그 다운’이란 표현을 섞으며 ‘애교 욕설’로 들렸다”고 너그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명수는 알다시피 호통 개그로 더욱 유명해진 인물이다. 호통 개그에 양념처럼 빠지지 않는 멘트가 바로 “저이~씨!”이다. 시상식이 있던 이날 공개홀에서도 이 말로 좌중의 분위기를 잡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재래식 화장실이 있던 시절, 우리는 화장실을 처음 들어가면 냄새를 맡지 않으려 코를 막았다. 그러나 그 안에 오래 있다 보면 코는 차츰 무뎌지고 냄새를 맡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행위가 별 문제없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상대에게 전달되면 나중엔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또한 초기에 서툴고 세련되지 못한 방송DJ도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차츰 동화되어 나중엔 그게 오히려 잘하는 것으로 들려지게끔 되어간다. ‘똑같은 행위의 지속성’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은 이 같은 지속성과 약간의 망각, 차츰 무뎌져 가는 지각 등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행복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졸지에 잃고도 남은 사람이 그 슬픔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힘이 생겨남도 이런 망각 등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다.
매일 교양 있는 말로 국민의 말을 대변하던 정규방송 여성 아나운서가 어느 날 무심코 내뱉은 욕설 한 마디. 그러나 그녀는 이 말에 앞서 누구보다도 국어 순화에 앞장서고 아름다운 언어를 먼저 솔선해야 함을 잠시 잊은 듯했다. 앉아서 말하기가 언뜻 보면 편할지 모르지만 늘 긴장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직업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개그맨은 이와 다르다. 개그맨은 대중 속에 깊게 파고들어 긴장을 풀어주는 사람이다. 이들이 구사하는 말은 현 세태를 풍자하고 희극화시킨다는데 그 차이가 있다. 따라서 사회의 갖가지 말을 채집해 나름대로 반영시켜 그 메시지를 대중에게 잘 전달해 공감해야만 성공을 거둔다.
결국 아나운서나 개그맨이나 다 같은 방송으로 비춰 지지만, 국민들은 ‘표현력을 어느 선에서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르는 것이다. 그만큼 시청자나 네티즌 모두가 이제는 눈과 귀, 판단력 등에서 한층 세련되고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