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통한 사천이 결국은 탄핵을 불러왔고, 그 탄핵으로 인해 정권이 종지부를 찍은 것은 물론 나중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구속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결국 사천이 보수 괴멸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인데,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홍준표 대표의 사천 문제도 굉장히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경남지사에 출마한 김태호 후보의 경우 다른 지역에서는 다 이겼지만 창원에서 지면서 낙선하게 됐는데, 만일 홍 대표의 조진래 후보 공천에 반발해 탈당했던 안상수 전 창원시장에게 공천을 줬거나 최소한 경선이라도 할 수 있게 했었다면 김 후보도 창원에서 이겨 당선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홍 대표가 경남지사 재임시절 자기 부지사 출신인 조 후보를 지역 연고도, 경쟁력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선조차 없이 공천을 주면서 도리어 경남지사 자리를 빼앗기는 사태를 맞게 됐다.
비단 이 뿐인가. 명색이 보수정당인데, 당의 본거지인 TK지역에서도 무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마저 끝내 지켜내지 못하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내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보수 유권자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선거 당시 어느 곳을 다녀 봐도 여전히 보수에 애정 어린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당의 잘못된 운영행태와 반성하지 않고, 정풍운동조차 없으며 젊은 초선의원들마저 기백이 없던 결과, 결국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반성 없는 자유한국당은 이대로 해체해야 하고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등과 뜻을 같이 하는 야당이 국민에게 탄핵당한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장차 함께 연대해 새로운 정당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 다시 예전과 같은 행보를 되풀이한다면 앞으로 2년 후에 치러질 총선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번과 다를 게 없는 결과에 다시금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구태 보수가 아니라 현 정부에도 잘한 것은 잘했다고 인정하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과감히 지적할 수 있는 개혁보수가 나타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3당 모두 6·13지방선거를 통해 탄핵당한 바로 지금 뜻을 같이 해야 하며 이번에도 뭉치지 못할 경우 총선 역시 100% 실패하고, 급기야 여당만 일당 독주하는 기형적인 국가운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대안세력이 필요하고, 외줄타기의 모험은 이제 끝내야 한다. 안일한 생각으로 눈앞에 보이는 극소수 지지자들에 가려 뒤에 거대하게 서있는 국민들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정치는 더 이상 안 통하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출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정당이 무엇을 추구하고 어떻게 국민에 감동을 줄 것인가부터 알아야 되는데 사실 그동안은 아무 것도 없었고, 그저 우리끼리만 모였다. 이런 모습은 결국 종자를 갖다가 농사짓기 전에 스스로 삶아 먹어버리는 태도와 대체 무엇이 다른가.
이번 선거에서 보듯 국민들이 심판을 내리는 기준은 후보자 개개인의 자질, 능력, 공약, 경력 이런 것들이 아니고 이전과는 완전히 바뀌었다.
실제 선거판은 현장만 가봐도 극보수가 20%에 불과한 반면 중도층은 50%가 넘을 정도로 중도층이 굉장히 두꺼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른바 샤이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도 중도라고 봐야 하며 이들이 가만히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움직여 판세를 뒤바꿀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이들을 어떻게 잡느냐가 선거의 최대 관건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는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감동정치를 해야 되고 이제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뭉치지 않으면 보수는 괴멸될 수밖에 없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번 참패를 계기로 예전처럼 보수냐, 진보냐라는 진영논리에 매몰된 행태도 과감하게 버려야 하며 더는 서로 분열하면서 다투고나 있을 겨를이 없다.
친북정책과 반북정책 정도면 모를까 이번 선거에서처럼 지역 일꾼을 뽑는데 사실 진보와 보수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행정능력, 구민복지, 교육정책 이런 게 더 중요한데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의 본질은 뒤로 하고, 너무 편가르기만 극심하니 이런 기성 정치권의 모습을 비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떠오른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와 전쟁종식을 강하게 주장하니 거기에 감동 받아 이를 원하는 많은 국민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인데, 여기에 비쳐 야당은 국민에게 과연 무슨 감동을 줬는지 이를 계기로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이제는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사당화 하려는 자기정치를 버려야 하는 것은 물론 보수, 진보를 떠나 나라를 사랑하고 민생과 경제를 생각하는, 그런 정말 감동을 주는 모습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야당의 기존 정치 지도자들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모두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어야 된다. 자기 정치는 작은 정치지만 큰 정치를 위해선 결코 그래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를 통해 느낀 국민의 준엄한 경고와 함께 새삼 되새기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