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인물이 아니라 정당이다
선거는 인물이 아니라 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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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데에는 후보들이 문재인 대통령 덕을 많이 봤다고 하는데, 여러 면에서 봐도 문 대통령에게 ‘정치 10단’ 자격증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일례로 모 야당 후보의 경우 선거 사흘 전인 10일자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에 비해 오차범위 밖인 4%를 앞서는 것으로 나와 당연히 승리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우연인지 선거 하루 전에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으로 신문·방송이 도배가 된 끝에 불과 하루 만에 23.1%로 떨어져버렸다.

10일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서울지역에 야당이 10석 정도는 차지할 거란 전망을 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낙관에 불과했는지 12~13일 북미정상회담 이슈화로 제1야당조차 고작 1곳을 얻는 데 그친 채 여당이 압승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방송이 이번 선거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증거는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인 10.5%의 청년실업률과 지난 1년 간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처분 소득의 1.6배 규모로 급격히 불어난 가계부채 등 민생경제와 관련된 비보들이 마치 선거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선거 다음날 터져 나오는 현실만 봐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보호무역을 제창한 미국과 이에 맞서는 중국 간 무역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와중에 한국경제를 받쳐주던 경상수지흑자마저 4월에는 6년 만에 최저치인 17억불에 그친데다 반도체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을 제외하면 수출액도 3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어 하반기에는 적자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고, 최근 미국이 금리 인상까지 단행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이자 인상 등 우리 서민경제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런 적신호가 곳곳에서 울리는데도 오로지 남북, 미북 회담만 내세워 선거 직전까지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가려왔다.

오죽하면 이 같은 총체적 난국에 처한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충격적’이라고 표현하고, 일부 언론에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의표명 보도까지 나왔겠는가.

그럼에도 정부는 고용절벽 통계지표와 비관적인 대외 전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지 선거 압승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15% 인상할 분위기를 띠고 있고,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비롯해 세금 올린다는 발표만 내놓고 있을 뿐 번화가조차 상권이 죽어가고 있을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는’ 확증 편향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경제는 나 몰라라 하고 대북정책에 경제를 포함한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모양새인데,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국민들도 이번 선거에서 여당에 일방적으로 지지를 보내면서 현 정권의 비뚤어진 상황 판단력은 더욱 고칠 길이 없어졌다.

비단 이 뿐인가. 우리나라 정치는 인물이 아니라 정당 중심이다 보니 아무리 인물이 출중하더라도 어느 정당 소속이냐에 따라 낙선을 피하기 어렵게 되고 심지어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중앙정치보다 지역살림꾼을 선출하는 데 관련된 지방선거조차 구의원 한 명도 정당만 보고 뽑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니 지역사회에 봉사하고자 준비해온 후보들은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그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국민들의 순진한 염원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정치 10단’ 앞에서 과연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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