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라인업, 독창적인 전개...그러나 ‘구식’이 더 나았다
화려한 라인업, 독창적인 전개...그러나 ‘구식’이 더 나았다
  • 이문원
  • 승인 2004.05.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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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신 4집"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6개월 이상 발매를 늦춰가면서까지 심혈을 기울였다는 박효신의 4집 앨범은, 확실히 '노력'의 흔적이 엿보이고 강한 '야심'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앨범이다. 수많은 히트메이커들의 곡에 여러 재능있는 작사가들 - 이소라는 이 앨범에 3곡이나 가사를 썼다 - 의 노랫말이 더해져 있으며, 뉴욕 스터링사운드에서 작업된 마스터링과 노라 존스의 앨범을 작업한 바 있는 테드 젠슨의 엔지니어링 참여 등, 그야말로 화려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이 앨범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예술 장르에서 숱하게 벌어진 바 있는 '과도한 야심'의 밋밋한 결과물이 되어버렸다. 타이틀곡 '그곳에 서서'에서부터 이런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신재홍이 그려낸 튠은 분명 진부함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익숙한' 튠 설정을 모조리 깨어버리고 독창적인 구조를 구축하려 하고 있지만 오히려 듣기에 어색하고, 하나의 곡으로써 통일되지 못한 느낌만 주고 있으며, 소울창법이 짙게 드러워진 박효신의 보이스 역시 곡에 완전히 적응되지 않아 튠 위를 부유하듯 떠다니는 느낌이다. 얄팍한 감상주의를 자극하는 '몰랐죠'나 '그 흔한 남자여서', 인트로에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첨가한 아일랜드 전통악기 틴휘슬 음향이 오히려 비균질적인 효과를 가져온 '찾을 수 없는 길' 등도 모두 '어설픈 야심'과 '얄팍한 계산' 사이에서 맴도는 듯 여겨지며, R&B곡 '나처럼' 정도가 박효신의 '기본컨셉'에 부합되어 겨우 예전 앨범들이 들려주었던 캐치한 효과를 낳고 있다. 어지럽고 산만하며 다소간 오만하다는 인상까지 주는 이번 앨범은, 같은 종류의 야심을 그대로 유지한 채 더욱 섬세하고 정교하게 가다듬어질 다음 앨범에 대한 '과도기적 결과물'이라 생각해 보았을 때, 박효신 개인으로서는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그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졸속 앨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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